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구리 쪽으로 자동차로 5분 정도만 달리면 왼쪽으로 우람한 산이 하나 보인다. 바로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해발 285m의 아차산이다. 빼어난 입지를 자랑하는 이 산은 예로부터 군사 주둔지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구리 쪽으로 자동차로 5분 정도만 달리면 왼쪽으로 우람한 산이 하나 보인다. 바로 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해발 285m의 아차산이다. 빼어난 입지를 자랑하는 이 산은 예로부터 군사 주둔지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런 사실을 입증하듯 산 곳곳에는 군사 유적지가 남아 있다.

아차산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에는 고구려인의 기상이 서린 아차산성이 있고, 산성에서 조금 내려오면 신라 문무왕 때 의상조사가 창건한 대성암이 있으며, 또 고구려 성곽인 제3보루성과 바위산 정상에는 석실고분이 들어서 있다. 서울시와 구리시에 걸쳐 있는 아차산은 한나절이면 오를 수 있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매연과 소음에 시달리는 수도권 사람들에게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워커힐호텔에서 구리시로 넘어가는 검문소 주변 우미내마을의 무료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우미내마을에서 산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온달장군과 평강공주의 애틋한 사랑이 어린 온달샘(약수터)이 나온다.

온달샘에서 조금 더 오르면 아차산성과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나온다. 사적 제234호로 지정 보호받고 있는 아차산성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 남쪽에 있는 풍납토성과 함께 중요한 군사 시설로써 백제의 운명을 좌우했던 곳이다.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를 정벌할 때(475년) 백제 개로왕을 사로잡은 곳으로 1000여 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이 산성은 멀리서 보면 작은 언덕 정도로만 보이지만 길이 1㎞에 높이도 10m에 이른다. 백제의 도읍이 한강유역에 있을 때 우뚝 솟은 이 아차산에 흙을 깎고 다시 돌과 흙으로 쌓아 올려 산성을 축조함으로써 고구려의 남하를 막으려는 백제인의 노력이 있었다. 아차산성의 또 다른 이름, 즉 아단성(阿旦城), 아차성(峨嵯城), 장한성(長漢城), 광장성(廣壯城) 등과 능선을 따라 들어선 크고 작은 고분들은 그 당시 백제, 신라, 고구려가 한강을 중심으로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는 것을 짐작케 해주고 있다. 아차산성 일대는 석곽고분, 덮개석 등 고대 석실고분이 널려 있는 고대사의 보고이기도 하다.

아차산성을 보고 정상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서울 강 남북은 물론 한강 줄기와 중랑천, 왕숙천을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팔각정(전망대)이 서 있다. 팔각정 밑 너른 암반은 산행의 피로를 달랠 수 있는 휴식처로 먹이를 구하러 날아온 비둘기떼가 장관을 펼친다.

팔각정을 뒤로하고 해돋이 광장 옆으로 난 산길을 탄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15분쯤 걸린다. 중간 중간에 제1, 제2, 제3보루성이 차례로 나타난다. 팔각정에서 능선 아래쪽 길을 더듬어 조금 내려오면 대성암이 있다. 이곳의 원래 이름은 범굴사였다. 대웅전 뒤편에는 암벽을 다듬어 만든 암각문이 있는데, 여기에는 당시 절의 재산목록과 시주한 사람들의 명단과 논 밭 단위가 그대로 적혀 있어 눈길을 끈다. 대성암 동쪽 바위산 화강암 암반 위에 서 있는 삼층석탑은 백제 양식을 띤 고려시대 석탑이다. 대성암 뒤에는 의상대사가 수련을 했다고 전하는 천연 암굴이 있다.

아차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능선 일대에 남아 있는 보루성이다. 보루성은 남한에서 처음 발견된 고구려 성곽이다. 서울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한 아차산 제4보루에서는 당시 주둔했던 고구려 군부대의 막사시설로 추정하는 온돌유적과 물을 저장하는 집수정, 고구려의 관직명이 음각돼 있는 명문토기를 비롯한 500여 점의 토기류와 투구 철제갑옷 마구류 등 300여 점의 철기가 발굴되기도 했다.

아차산은 이곳, 제4보루에서 끝을 맺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용마산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속해 있다. 산 능선이 망우리 공원, 중곡동을 거쳐 어린이대공원 후문까지 이어져 있어 종주가 가능하다. 갖가지 수목들과 산허리를 따라 늘어선 암벽이 예사롭지 않다. 곳곳에 만들어 놓은 체육시설이 있어 산행과 운동을 겸해 산을 오르는 사람이 많다. 이 산에서 바라보는 일출 또한 근사해 일부러 새벽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낮보다 더 많을 정도다. 아차산을 지나 용마산까지의 등산로는 대부분 경사가 완만하고 순탄한 편이므로 가족산행이나 야간산행에도 안성맞춤. 해가 질 무렵 간단한 음료수와 먹을거리를 배낭에 챙겨 넣고 랜턴 들고 산을 오르기 시작, 해맞이 광장이나 제1, 제2 헬기장에 도착해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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