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땅은 볼거리가 참 많은 고장이다. 이 복 받은 땅의 기운은 '단양팔경'에 다 모아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여행자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단양팔경은 예나 이제나 그 모습 그대로이다.

단양땅은 볼거리가 참 많은 고장이다. 이 복 받은 땅의 기운은 '단양팔경'에 다 모아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여행자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단양팔경은 예나 이제나 그 모습 그대로이다.

물안개 자욱히 피어오르는 충주호 상류에 자리한 단양은 언제 찾아도 새로운 풍취를 보여주지만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즈음에 딱 맞는 여행지라 할 수 있다.

단양팔경의 1경은 도담삼봉이다. 싯푸른 남한강 가운데 무슨 장군처럼 떠 있는 3개의 봉우리는 기개가 넘친다. 팔경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이 커다란 3개의 봉우리는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다. 가운데 봉우리는 장군봉(생긴 모습이 장군 같다 하여 붙은 이름), 왼쪽이 처봉(얌전하게 돌아앉은 모양), 오른쪽은 첩봉(교태를 부리듯 야릇하게 생겨 붙은 이름)이다. 옛 사람들은 장군봉의 허리쯤에 걸쳐 있는 '삼도정'이란 육각정자에 올라 석양빛을 바라보며 시름을 달래기도 했다. 일찍이 단양군수를 지냈던 퇴계 이황 선생은 도담삼봉을 바라보며 이런 시를 읊었다.

산은 단풍잎 붉고/물은 옥같이 맑은데/석양에 도담삼봉엔/저녁 노을 드리웠네./신선의 뗏목을/취벽에 기대어 잘 적에/달빛 별빛 아래/금빛 파도 너울진다.

이른 아침 호수를 엷게 덮은 물안개와 해질 무렵 황금빛 노을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환상으로 이끈다. 도담삼봉 앞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무지개 모양의 석문(2경)을 비롯해 거북 모양의 바위 봉우리인 구담봉(3경)과 대나무순 여러 개를 묶어 세운 듯한 옥순봉(4경)을 둘러보는 운치있는 수상 관광을 즐길 수 있다.

단양팔경 중 5(상선암), 6(중선암), 7경(하선암)은 월악산 자락에서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단양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있다. 상선암-중선암-하선암을 잇는 계곡(삼선구곡)은 때묻지 않은 천혜의 생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거슬러 올라가노라면 신선이 된 기분이다. 삼선구곡을 이루는 첫 경승지인 하선암은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렇게 얹혀 있는 모양으로 그 형상이 미륵 같아 '부처바위'라고도 불린다. 또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 하여 '선암', 물 속에 비친 바위가 마치 무지개 같이 영롱하여 '홍암'이란 이름도 갖고 있다.

중선암은 삼선구곡의 중심지로 흰색의 바위가 층층대를 이룬 모습이 특이한데, 바위 위로 흐르는 맑은 물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더위가 싹 가신다. '쌍용이 승천하였다'하여 '쌍룡폭'이라고도 하며 효종 때 김수증 선생은 이곳의 웅장한 바위를 보고 '옥염대', '명경대'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조선 명종 때 우암 송시열의 수제자 수암 권상하 선생이 이름을 지었다는 상선암은 작고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서로 모여 있는 모습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계곡의 맑은 물과 한쪽에 걸쳐 있는 기암괴석,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하다.

마지막 8경인 사인암은 맑은 계류와 깎아지른 바위, 그리고 푸른 소나무의 절묘한 조화가 단연 압권이다. '사인암'은 역동 우탁 선생이 이곳에서 벼슬을 지낼 때 지은 이름으로, 절벽에 새겨진 친필이 눈길을 끈다. "뛰어난 것은 무리에 비할 것이 아니다. 홀로서도 두려운 것이 없고 세상에 은둔하여도 근심함이 없다." 선인들의 친필은 바위 절벽 곳곳에 새겨져 있다. 아래쪽은 평평하고 너른 바위엔 장기판과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 누가 언제 새겨 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고려 말 이후라고 전해 온다. 당대 최고의 화가 김홍도는 10여 일간 이 바위를 바라보며 눈에 익혔지만 끝내 붓을 들 수 없었다고 한다. 김홍도는 이곳을 다녀간 후 1년여가 지난 뒤 옛 기억을 되살려 '사인암도'를 그렸다. 그러나 기억에 의존해 그린 그림은 끝내 참 모습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인암 주변에는 넓은 주차장과 민박집이 많아 며칠 푹 쉬어 가기 좋다.

단양 여행은 이것으로 대충 마무리되었다. '대충 마무리되었다'고 표현한 것은 단양 일대에는 아직도 볼거리, 배울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태고의 신비를 보여주는 고수동굴, 천동동굴, 온달동굴, 노동동굴 등은 동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이 깃든 온달산성(사적 제264호)은 우리 역사의 깊이와 애환을 얼추 더듬어보게 해준다. 영춘면 백자리에 들어선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는 구도자의 올곧은 정신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절집이 주는 경건함과 여유로움에 시끌벅적함까지 곁들여져 별난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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