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와 계곡이 마냥 그리운 계절이다. 여름도 어느새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이즈음, 인적 뜸한 조용한 피서지는 없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여기 강릉 사람들조차도 잘 모르는 단경골을 추천하고 싶다.

푸른 바다와 계곡이 마냥 그리운 계절이다. 여름도 어느새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이즈음, 인적 뜸한 조용한 피서지는 없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여기 강릉 사람들조차도 잘 모르는 단경골을 추천하고 싶다.

강릉 하면 대부분 대관령, 경포대 같은 명소를 떠올리기 쉽지만 조금만 마음을 쓰면 의외로 조용한 곳을 만날 수 있다. 단경골은 강릉 시내와 해돋이로 유명한 정동진 사이에 있다. 동해고속도로에서 정동진으로 이어지는 안인쪽 길로 들어간다. 5분쯤 내쳐 달리면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에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해 15분쯤 들어가면 단경골이다. 단경골의 정확한 위치는 백두대간의 한 줄기인 만덕봉의 한 골짜기다. 몇 년 전 동해안으로 침투했던 간첩들이 숨어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계곡을 따라 약 6㎞ 정도의 평탄한 비포장 도로가 나 있는데 옥빛 물이 철철 넘쳐흐르는 계곡은 설악산의 한 귀퉁이를 옮겨놓은 것처럼 웅장하다. 재작년 큰 수해로 계곡이 많이 망가진 것이 아쉽다. 단경골에 들면 골짜기를 가득 메운 기암과 그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는 계곡 여기저기 물놀이를 즐길 만한 곳이 많다. 단경골을 넘으면 정선군 임계땅이다. 나무를 베어 트럭으로 실어 날랐던 산길은 이젠 풀들이 자라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차도 못 다닌다. 계곡 끝자락에 있는 아담한 농원이 그나마 산골의 적막감을 덜어준다.

단경골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기암괴석이 많기로 소문난 안인해수욕장이 있다. 깎아지른 해안절벽과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특히 밤이면 안인 앞바다는 불야성을 이룬다. 바로 오징어잡이 어선에서 내뿜는 집어등 불빛이다. 바위가 특히 많은 안인해수욕장에서는 조개를 잡거나 바위에 붙어 자라는 각종 해산물을 잡는 재미도 쏠쏠하다. 옥계해수욕장-금진-심곡-정동진-안인해수욕장으로 가는 17㎞ 해안도로는 동해안에서 아름답기로 첫손 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경치가 너무 아름답다고 운전 중에 한눈을 파는 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인근에 안인진항과 북한잠수함침투지, 안보체험등산로가 있어 천혜의 자연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안인항 뒷산인 해령산 정상에는 해랑당(海娘堂)이라는 해신당이 있다. 옛날에는 음력 정월 보름과 9월 9일에 남근을 깎아 바치는 해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안인진항에서 낚싯배를 빌려 타고 바다 낚시를 해보는 건 어떨까? 낚시는 항구와 주변 바닷가에서 주로 하는데 노래미(놀래기), 가자미, 학꽁치 등이 주로 잡힌다. 한 배에 5∼6명을 태우는데 1인당 2만원을 받는다. 또한 항구에는 스킨스쿠버를 배우려는 이들을 위해 장비대여, 다이빙안내 등을 하는 전문업체가 있다. 장비대여료 2만원, 보트다이빙료 3만원, 비치다이빙료 1만 5천원이며 초보자를 위해 1주일간 스킨스쿠버 교육(35만원)도 하고 교육을 이수하면 라이센스 취득증을 준다. 보통 보트로 10분 거리의 연안 15∼25m 수심에서 25∼30분 동안 고기떼, 자연어초, 말미잘 군락지 등 바다의 비경을 감상한다. 안인써브마린(033-644-6731)
안인해수욕장 바로 위에는 역시 호젓해서 좋은 등명해수욕장이 숨어 있다. 규모는 작지만 하얀 백사장에 기다랗게 늘어선 소나무숲과 기암괴석이 잘 어우러진 운치 있는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북쪽으로는 많은 바위가 있어 바다낚시를 하기에 좋다. 주로 황어, 가자미, 망상어 등이 낚시바늘에 걸려 올라온다. 등명해수욕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옥계해수욕장도 백사장을 둘러싼 아름드리 솔숲이 보기 좋은 해변이다. 마주 보이는 금진항 어판장에서는 아침 8시경 경매가 시작된다. 금진항 방파제 중간에는 유람선 선착장이 있다. 정동해운(033-644-5480)

너무도 유명해 이젠 식상하기조차 한 정동진역 조금 못 가서 해안도로 산 언덕에는 얼마 전 볼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야외미술관인 하슬라 아트월드(www. haslla.com)다. 조각가인 최옥영씨 부부가 지난해 가을 문을 열었다. '하슬라'란 강릉의 고구려 때 지명이라고 한다. 하슬라에선 정동진의 쪽빛 바다가 성큼 들어온다. 나무 판자로 길을 낸 산책로는 꽤나 멋스럽다. 소나무 정원, 습지 정원, 하늘 전망대, 솟대박물관, 하슬라 아트샵, 골굴리는 미술관, 바다카페 등 다양한 주제로 꾸며놓았다. 입장료 5,000원. (033)644-9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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