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 통일전망대로 이어지는 7번 국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속초를 지나 고성 땅에 들어서면 줄곧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데, 송지호와 이웃한 왕곡민속마을도 그 중의 하나이다. 송지호 북쪽, 그러니까 오음

속초에서 통일전망대로 이어지는 7번 국도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속초를 지나 고성 땅에 들어서면 줄곧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데, 송지호와 이웃한 왕곡민속마을도 그 중의 하나이다. 송지호 북쪽, 그러니까 오음산(해발 260미터) 기슭에는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전통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해변에서 불과 1.3Km 떨어져 있는 아늑한 산촌이다. 마을을 감싸고 있는 오음산은 옛날 이산 밑에 선유담(仙遊潭)이 있었는데, 신선이 이 산에서 오음육율(五音六律)을 농(弄)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왕곡마을은 지금의 오봉 1리의 옛날 명칭으로 14세기경 강릉 함씨, 강릉 최씨가 용궁 김씨와 함께 이 마을에 들어와 집성촌을 형성하였다. 봉우리 다섯 개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기에 전쟁도 피해갔다는 이곳은 1988년 문화부가 전국 전통 건조물 보존지구 제1호로 지정했다. 마을에 들어서면 산자락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담한 기와집과 초가 몇 채가 반긴다.

전통 기와집과 초가 이십 여 채가 양지 바른 곳에 평화롭게 들어앉았는데, 큰 부자가 없는 데도 기와집을 많이 지었던 것은 이웃한 구성리에 기와 굽는 가마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은 지 100년이 넘는 기와집들은 모두 강원 북부 지방의 특색을 살린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곧 방, 마루, 부엌, 외양간이 한데 붙어 있는 집중식 구조인데, 외양간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부엌 앞의 처마 밑에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엌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주거 공간이 배치되어 겨울이 긴 추운 지방에서 생활하기 편리한 구조이다. 대체로 동쪽으로 약간 기운 남향의 배치에 집과 집 사이에 비교적 넓은 텃밭이 있으며 집 앞에 담은 거의 없고 뒷면에 담이 있는 것이 이채롭다.

이곳 마을의 한옥을 살펴보면 집집마다 굴뚝 위에 항아리가 얹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을 사람들은 왜 항아리를 굴뚝 위에 얹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단지 조상들이 그렇게 해왔기에 전통을 지키고 있다고 말한다. 효자각이 2개나 세워졌을 정도로 효자마을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이곳은 한옥이 잘 보존돼 그 옛날 TV극 '배달의 기수' 촬영 장소로도 많이 애용됐다고 한다. 1988년 전국에서 제일 먼저 전통 건조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이곳은 1989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동안 1820년에 세워졌다는 양근 함씨 4세 효자각이 고쳐졌고 예술 창작의 집도 들어섰다. 현재 보수공사를 거의 마쳤으며 아직은 찾는 사람이 드물지만 머잖아 고성의 다른 관광지와 연계되어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곳 왕곡 전통마을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마을에 우물이 없다는 점인데, 마을 모양이 배의 형국이어서 마을에 우물을 파면 마을이 망한다는 전설 때문이라고 한다. 집집마다 굴뚝 형태가 조금씩 다른 것도 흥미롭다. 대부분 진흙과 기와장을 한 켜씩 쌓아올렸는데, 항아리를 얹어 놓아 별난 느낌을 준다. 한편 왕곡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통집은 한 용마루 안에 앞뒤로 방을 꾸민 집을 말한다. 이 집은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가옥으로 멀리는 함경도 지방과 가까이는 동해안 지방, 안동 지역 등에 분포한다. 집 구조는 방이 겹으로 배열되고 외양간 방앗간, 고방 등이 몸체 안에 붙어 있다.

양통집은 정주간(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따뜻해진 실내 공기를 그대로 이용하는 주거 공간)의 유무에 따라 둘로 나누어진다. 정주간이 없는 양통집은 주로 강원도 영동, 소백산맥의 산간지대에 분포하고, 정주간이 있는 양통집은 함경도에 분포한다. 보통 정주간을 중심으로 식사와 잠자리, 가족모임 등 생활이 이루어지며, 남자 어른은 거처하지 않고 여자들이나 어린이들이 쓰는 방이다. 양통집은 정주간이 있거나 없거나 모두 추운 날씨에 적응하기 위한 북방식 주택 구조이며 규모에 따라 6칸, 8칸, 10칸 이상의 집으로 구분된다.

고성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단연 화진포. 바다, 산, 호수가 적당이 어우러진 화진포는 일찍이 명승지로 이름을 날렸다. 해방을 전후해 이승만 전 대통령과 북한의 김일성이 이곳에다 별장을 지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김일성별장터는 지금도 남아 있는데, 화진교를 지나 군부대가 있는 콘도 옆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인 화진포호는 둘레가 16km에 달하는 제법 큰 호수이다. 지금은 진녹색의 수초들이 둘레를 가득 덮고 있지만, 겨울이면 철새 군락지로 변한다. 7번 국도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바다를 끼고 달린다는 것. 통일전망대에서 관동팔경의 하나인 청간정에 이르는 길은 곳곳이 절경이어서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청간정도 고성에서는 물론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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