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겨우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세월은 이처럼 빠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 복잡한 마음도 달랠 겸 섬으로 가보자. 통영과 국도 14호선으로 이어지는 거제도는 가는 길이 다소 먼 게 흠이지만 일단 발을 딛게 되면 긴 여행에

올 한 해도 겨우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세월은 이처럼 빠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즈음, 복잡한 마음도 달랠 겸 섬으로 가보자.

통영과 국도 14호선으로 이어지는 거제도는 가는 길이 다소 먼 게 흠이지만 일단 발을 딛게 되면 긴 여행에 따른 피로는 금세 사라진다. 이 섬이 그만큼 아름답고 멋스러운 까닭이다.

뭍과 섬을 이어주는 거제대교가 놓이면서 섬다운 정취가 많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지만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한 해안 경치는 먼 데서 온 여행자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보듬어준다.

거제 앞바다는 일찍이 천혜의 어장으로 알려져 있다. 사철 고른 날씨에다 자잘한 섬들이 큰 파도를 막아주어 굴 양식장으로 안성맞춤이다. 어디를 가나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에 굴 양식장이 떠 있고 인심 좋은 토박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거제도가 외지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이 지역에 들어선 조선소의 영향이 크다. 대우 옥포 조선소는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1977년에는 삼성 조선소가 신현읍 장평리에 있던 우진 조선소를 사 가지고 들어왔다.

이 거대한 두 개의 조선소로 말미암아 조용하던 거제도는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 공업도시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 주었고, 인심은 각박해졌을지언정 주민들의 생활은 더 윤택해졌으며,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은 늘 그대로여서 이 땅의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거제의 관문인 거제대교를 건너면 해안 7백리 길이 꿈결처럼 펼쳐진다. 거제대교가 놓이기 전, 그러니까 1971년 전까지만 해도 거제 사람들은 뭍으로 나가기 위해 뱃길을 이용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통영군 용남면과 거제군 사등면 사이의 거제대교가 세워짐으로써 마산에서 고성을 거쳐 통영-거제도를 잇는 비단길(14번 국도)이 뚫렸다.

아기자기한 해안길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에서 선조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바다와 어우러진 꽃들의 인사에 때묻은 마음이 맑게 트인다. 거제포로수용소, 사등성, 장목진객사, 옥포대첩 기념탑, 거제박물관, 기성관, 반곡서원, 폐왕성…. 거제도가 일찍이 은둔과 유배의 땅이었음을 말해주는 문화유적들이다.

짧은 지면에 이런 유적들을 일일이 살펴보기는 어렵지만 그 중에서도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의 독봉산 기슭에 자리한 거제포로수용소는 거제도를 방문한 이들이라면 꼭 한번 들러봄 직하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과 중공군 포로를 수용했던 곳으로 지금은 건물 일부만 남아 있으며 포로수용소 유적관을 건립하여 그 당시의 사진과 장비 및 의복을 전시하고 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장승포항을 지나 지세포-와현-구조라-양화-학동-도장포-갈곳-해금강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달려보자. 줄곧 펼쳐지는 해안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길 중간쯤에는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된 학동 동백숲이 있다. 우리나라 야생 동백 군락지 가운데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검은 자갈이 층층이 깔린 몽돌해변을 거니는 맛도 그만이다. 학동 동백숲과 붙어 있다. 파도에 쓸려 '자르르 자르르' 소리를 내는데, 귓전에 와닿는 그 음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맨발로 몽돌을 밟으면 지압 효과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거제 사람들은 이 해변을 몽돌해수욕장이라 부른다.

거제도를 빛나게 하는 것은 단연 해금강이다. 바다 풍광의 정수를 보여주는 해금강(명승 제2호)의 원래 이름은 갈도(칡섬)였으나 금강산과 같이 아름답다 하여 해금강으로 부르게 되었다. 배로만 둘러볼 수 있는데, 십자굴을 비롯해 선녀바위, 사자바위, 그네바위, 미륵바위, 신랑바위, 신부바위 같은 절경들이 혼을 빼놓을 정도로 아름답다.

바다를 뚫고 솟아오른 기암괴석과 그 절벽 틈에 붙어서 자라는 석란, 풍란 같은 희귀식물이며 해송들이 만들어내는 경치는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해금강 일대를 돌아보려면 도장포, 학동, 구조라, 갈곶리, 통영 등지에서 유람선을 타면 된다. 코스에 따라 유람시간은 각각 다르지만 2∼3시간은 들여야 해금강을 자세하게 둘러볼 수 있다. 이른 아침, 선상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벅찬 감동을 선사한다. 바위 사이로 또렷이 떠오르는 해는 자연이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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