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아이디어 뱅크에요. 질문을 던지면 아이디어가 술술술 나오죠"

"박지영 선생이요? 한마디로 아이디어 뱅크에요. 질문을 던지면 아이디어가 술술 쏟아지죠."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 국민일보가 주관하는 '제40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수상자로 선정된 박지영 씨(남․24)가 몸담고 있는 정신지체인 생활시설 '우성원' 최희도 원장의 말이다.

우성원이 배출해 낸 두 번째 새내기 사회복지상 수상자인 박 씨는 현재 우성원 내 장애인 작업장인 '컴퓨터 포토샵 우성 디자인센터'에서 현수막 제작사업을 맡고 있다. 각종 홍보물, 명함, 현수막 디자인, 홈페이지 제작과 관리대행, 영상 편집 등을 작업장에 소속된 6명의 장애인들에게 가르치고, 함께 작업해 수익을 내는 것이 그의 일이다.

사회복지와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 작업들을 척척 해내는 것이 어째 범상치 않아보인다 싶었더니 역시나 그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디자이너.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도 뛰어나 여러 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는 데다 웹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그가 사회복지로 발걸음을 튼 것은 대학을 졸업한 2005년도의 일이다.

"저도 시각장애 6급의 장애인이고 어머니와 동생도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적성에 맞는 공부를 재밌게 하면서도 장애인과 사회복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더군요. 그래서 제가 공부한 시각디자인과 사회복지를 연계시켜 일할 방법이 없는지 계속 찾아봤습니다"


디자인센터 직원들이 생산해내고 있는 작품들은 현재 박 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한국복지넷(www.koreawelfare.net)과 후원넷(www.hoowon.net)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2005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제작된 현수막이 100여개에 달하고, 일반기업체, 복지시설, 학교, 관공서 등 고객도 다양하다. 수입도 적지 않다. 작년도에 올린 수익금은 1300만원.

"실제로 인쇄물이 제작돼 눈앞에 보이면 장애인분들이 매우 뿌듯해 합니다. 이때 저도 가장 보람을 느끼죠. 문제는 장비에요. 컴퓨터가 낡아서 작업한 내용이 날아가는 경우도 많고, 작업을 한 후에도 실사출력기가 없어 외부 인쇄소에 마무리를 맡기다보니 그 비용도 많이 듭니다. 중고 출력기라도 있다면 장애인 분들께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갈 수 있을텐데 안타깝죠"

보람차고 즐거운 시간도 있지만 힘들고 지치는 때도 분명 찾아온다. 특히 박 씨 자신이 장애인이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 "가령 급할 때는 직접 운전을 해서 배달을 해야 할 때가 있어요. 제가 실무자인데도 그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니 좀 답답하죠"

실력이 뛰어난 시각디자이너로서 좀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에 대한 유혹은 없는지 조심스러운 질문을 던져봤다. "저도 사람이니 그럴 때가 있죠"라는 웃음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들이 월급 올랐다고 자랑할 때나 가족이나 본인의 장애로 인해 목돈이 필요할 때면 특히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웃음 뒤 박 씨의 대답은 단호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장애인 분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저를 '선생님, 선생님'하면서 따르는 그 분들을 보면, '여기가 바로 내 자리'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디어 뱅크'답게 앞으로의 계획도 이미 머릿속에 자리잡혀있다. "제가 직접 장애인으로서 겪어보니 얼마간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보다는 직접 장애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작업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좀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장애인 자립 지원책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현수막 디자인 공장입니다"

그는 디자인센터를 발전시켜 공장으로 운영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 있고, 특히 생활시설 장애인 뿐 아니라 재가장애인들도 활용할 수 있어 장애인 자립에 좀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적인 디자인 교육은 외부 디자인 학원과 연계해 실시하고, 공장에서는 실무 교육을 담당해 취업으로 연계시킨다면 취업률은 자연히 높아질 거에요. 또 장애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복지 포털 사이트를 만들어 인터넷 전국 판매망을 구축하고, 배달도 직접 한다면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될 겁니다. 특히 이 사업은 동정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장애인 취업 전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도 장비다. 컴퓨터와 출력기 등 기계만 확보된다면 지금이라도 실행에 옮길 수 있을텐데 여의치 않아 고민이라는 박 씨.

그럼에도 그는 계속 꿈을 꾼다고 말했다. "장애인 사업에 대한 제 좌우명은 '사람과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사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이번에 이런 큰 상까지 받게 됐으니 이를 이루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지요"

우성원의 2호 새내기 사회복지상 수상자가 되어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며 밝게 웃는 박 씨. 장애인 자립과 취업을 위해 애쓰는 그의 열정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커뮤니티'를 충분히 이뤄내고도 남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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