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이해와 홍보

손수호 인덕대 교수(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손수호 인덕대 교수(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사회복지계 종사자들의 애로사항 중의 하나가 홍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정책이나 기관홍보, 모금, 모집 등의 실무에 종사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언론의 행태가 납득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홍보에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는 게 아니다. 나를 알고 언론을 아는 지피지기의 전략이 있을 뿐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이고, 구체적으로는 뉴스 리터러시다. 근래 들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며, 미디어에 대한 접근도 상당히 전략적이어야 한다. 담당자 입장에서는 적극적 홍보 마인드에 기반해 언론 활용법을 익혀야 한다.

 

언론 메카니즘 이해의 중요성

많은 수용자(혹은 이용자)들은 언론이 자신 편에 서고, 자신들 입장을 반영해 주길 바라지만 그건 광고이지 보도가 아니다. 언론, 그리고 언론인은 태생적으로 사실보도와 의제설정, 사회비판과 국민통합이라는 전통적인 미덕에 충실하고자 한다. 사회복지계로서는 의제설정 단계에서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설정하기에 유리하다.
언론은 국민과의 만남의 장이다. 복지직공무원 등 공공기관종사자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만나는 기자는 가장 먼저 만나는 국민인 셈이다. 여론을 활용해 정책의 집행력을 제고하려는 효과는 부차적이다.

감시견 역할은 어떤가. 오바마 정부의 명대변인 조시 어니스트는 언론을 향해 “여러분의 열정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구심점이며, 그것이 오바마를 더 나은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여러분이 우리를 살살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게이츠도 “언론인들의 거친 질문은 군의 문제점을 알게 해 준 유일한 통로였다”고 고마워했다.

언론 메카니즘의 이해도 중요하다. 하나의 기사가 보도되기까지 여러 문지기, 즉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 있어 특정 기사를 쉽게 넣거나 뺄 수 없는 구조다. 취재기자와 복수의 데스크, 편집자에 이르기까지 집단지성이 작동하는 셈이다. 같은 언론이지만 방송은 공영, 신문은 기업이라는 지배구조의 차이도 알아두자.

그렇다면 미디어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가. 레거시나 군소매체를 막론하고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 핵심에는 탈진실(Post Truth)이라는 시대적 환경이 놓여있다. 사실의 엄중함, 진실의 가치를 깃털처럼 가볍게 여긴다. 상대방의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 자기 진영의 주장을 중요시 하는 경향이 대표적이다.

 

미디어 리터러시…가짜뉴스 판별능력 키워야

이런 조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란 “허위의 사실관계를 고의적, 의도적으로 유포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사형식을 차용하여 작성한 것”(박아란)이다.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가 600여 개에 이른다고 하니 클릭 수에 목숨을 거는 매체는 어뷰징 기사를 쏟아낸다. 여기에다 교육 받지 못한 뉴스 공급자가 미확인 기사를 사실인양 퍼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언론의 신뢰가 곤두박질친다.
오래된 우스개 하나. 이순신 장군이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하니 한국 언론은 “이순신, 부하에게 거짓말하도록 지시... 도덕성 논란 일파만파”라는 제목을 단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에 “소크라테스, 국민을 바보 취급하며 반말 파문”이라고 보도한다는 식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다. 리터러시는 문자읽기 혹은 문자해득을 뜻한다. 한국 문맹률은 1% 이하지만 문해력은 OECD 하위권이라는 식이다. 여기에 미디어가 붙으면 미디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해석하는 능력, 뉴스로 좁히면 뉴스에 담긴 정보를 분별하는 능력, 뉴스 생산과 유통에 관심 갖는 책임감을 일컫는다.

리터러시가 강조되는 이유는 미디어의 정보왜곡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의 특징은 누구나 생산해 낼 수 있고, 전파 속도가 빠르며, 진실과 허위가 정교하게 혼합된다는 데 있다. 여기에다 기원 및 유포자 파악이 곤란하고, 수용자들의 진위 판별 능력 부족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여기에 방패 기능을 한다. ‘누가 만들었나’(Authorship), ‘왜 만들었나’(Purpose), ‘어떤 형식과 기술이 사용되었나’(Format)를 파악하면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다. 다음으로 ‘청중들은 어떻게 이해하나’(Audience), ‘어떤 관점을 담고 있나’(Contents)를 보태면 목에 가시 걸리듯 문제점이 잡힌다.

 

“이슈는 만들어나가는 것”

홍보에 앞서 뉴스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뉴스의 요건은 시의성, 영향성, 저명성, 사회성, 근접성, 신기성, 정보성 등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요소가 많을수록 뉴스 가치가 올라가므로 콘텐츠가 취약하다면 이런 요소를 가미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노인의 날이나 장애인의 날 즈음에 관련기사가 많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홍보 마인드는 불가근불가원, 적절한 거리가 요구된다. 겸손하되 당당하게. 홍보업무를 맡아도 겁먹을 필요가 없다. 자신감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면 된다. 이슈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선점하는 게 좋다. 단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이니셔티브를 쥐자.

보도자료 작성은 오래된 원칙을 따르면 된다. 승부가 걸린 헤드라인, 본문을 간결하게 압축한 리드, 구체적인 사실을 흐름에 따라 제시한 본문, 시각자료, 전문가 멘트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다. 기관과 언론간에 신뢰가 형성되면 홍보가 한결 쉬워진다. 기분 좋은 일이다.

마지막으로 실무에 필요한 취재 응대 방법을 조심스럽게 일러주고자 한다. 먼저 취재의 취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네거티브 취재의 경우 “서면으로 질의해 달라”고 요청한 뒤 대응전략을 수립한다. 이 답변이 나의 위치에 부합하는지 살펴야 한다. 부서장의 몫은 부서장에게, 기관장의 몫은 기관장에게 넘겨야 한다. 그래야 후환이 없다.

답변 기술로 좁혀 보면 방송 멘트의 경우 20초, 2~3문장이다. “그랬습니다. 그러나~”보다는 “그랬습니다. 왜냐하면~”이 낫다. 많은 사람이 “사견을 전제로 말씀드리면~” 하는데 공직자는 이미 사인이 아니다. 잘 모르는 내용은 둘러대지 말고 “확인해서 연락하겠다”며 시간을 버는 게 좋다. 이렇게 성실히 응했는데도 왜곡기사가 나오면 언론중재위원회 문을 두드리자. 신속하고 공정하게 피해를 구제해 줄것이다. 그것도 공짜로.

열악한 언론환경은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해친다. 그럼에도 언론은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보도를 해야 한다. 가짜뉴스나 음모론을 퍼 나르거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혐오와 독설의 표현을 쏟아내어서는 안된다. 수용자 역시 비판적 사유를 포기하지 않고, 진실과 양식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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