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Ⅰ (자활)

최상미 동국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최상미 동국대학교 사회복지상담학과 교수

코로나19는 다차원적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변화를 야기하며 도전을 안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 자동화 가속화와 같은 노동시장 변화는 소득 수준에 따라서는 저소득층에, 인구 집단에 따라서는 상대적으로 서비스업 종사 비율이 높은 여성과 청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자 수와 수급자 수가 크게 증가했으며 , 이와 함께 근로능력이 있는 저소득 구직자인 자활 참여자수와 자활참여자 중 청년의 비중 또한 급격히 증가했다.

 

자활사업의 발전과 정체성

자활사업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이래 근로 능력이 있는 수급자의 근로의지와 자활역량 향상을 통한 탈수급을 목적으로 존재해 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근로연계복지사업이다. 자활사업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기 침체의 장기화, 고용 없는 성장, 고실업의 지속과 같은 노동 시장의 변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의 시행, 조건부수급 참여자의 감소, 참여자 중 근로미약자 비중의 증가, 청년 참여자의 증가와 같은 변화를 겪으며 창업 지원, 자활 인큐베이팅 사업, 자활 사례관리 시범사업, 차상위층까지의 참여자 확대, 청년자립도전사업단 시행 등으로 대응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활사업은 사업 내용과 비중을 달리하며 근로능력이 있는 조건부수급자의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 지원 사업, 자활기업 창업 지원을 통한 저소득층 창업 지원 및 사회적경제 육성 사업, 지역사회 저소득층 대상 복지사업, 저소득층 대상 일자리사업 등 다양한 성격을 가져왔다.

다양한 성격을 가진다는 것은 다양한 욕구에 대응함을 의미하는 한편,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자활사업이 무엇인지, 그 성격은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우며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활사업은 단순히 근로능력이 있는 수급자의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 지원이라는 제도적 목적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또한 그렇게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활사업 참여자들은 비록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정되었으나 일반노동 시장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경우로 공통적으로 실업, 저소득, 빈곤 문제를 가진다. 또한 그 외에도 많은 경우 채무, 신용, 범죄와 같은 법적·재정적 문제, 불안정한 주거, 만성질환, 알코올 의존, 우울, 낮은 자존감, 실패감, 좌절감, 낮은 근로 의욕, 가족 갈등, 대인관계의 어려움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가진다. 이에 자활현장은 취창업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업단 근로, 직업훈련, 취업알선, 창업지원 외에도 이들의 문제를 다루고 정서적·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상담, 사례관리, 자원연계, 의뢰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자활 참여자 중 근로미약자 비중의 증가와 함께 이러한 복지적 개입의 비중 또한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시행한 자활사업 참여자 실태조사(이상아·최상미 외, 2022)에 따르면 자활사업 참여기간이 길수록 참여자의 근로관련 행동, 일상생활행동, 사회적 관계행동, 청결 및 외모관리행동, 건강관리 행동의 통제력이 향상·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활사업 참여자들이 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근로와 고용에 적합한 방향으로 변화해감을 의미하는 결과로 이는 자활 사업의 중요한 과정적 성과라 할 수 있다. 즉 자활사업은 지역사회 저소득층 대상 일자리 및 복지 사업으로 참여자가 결과적으로 고용과 재무적 측면에서 취창업을 통해 경제적 안정을 성취하는 과정상의 다차원적 변화를 지원하는 통합적이고, 포괄적 사업의 성격을 가진다.


자활사업이 직면한 도전과 과제

이러한 자활사업은 산업 환경, 제도적 환경, 노동 시장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실직의 증가, 수급자 판정 기준의 완화, 최저임금 인상, 차상위층까지 포함하는 자활사업 대상의 확대, 자활급여 인상과 같은 자활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자활사업 참여자 수가 증가하는 한편, 전통적으로 조건부 수급자 중심의 사업을 수행해 온 자활에 새로운 참여자 유형인 차상위층, 일반수급자, 청년 참여자, 근로 미약참여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이상아·최상미 외, 2022). 또한 일반수급자 및 차상위층의 참여가 증가하면서 자활의 정책적 목적이었던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을 적용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자활급여의 인상이 더해지면서 자활참여자들은 참여기간을 최대한 연장하고 탈자활했다가도 다시 자활로 돌아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조건부수급자의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 지원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적용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활사업의 변화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자활사업의 목적과 성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자활사업은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함께 도입되어 2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의 대표적 근로연계 복지사업으로 존재해왔음에도 여전히 자활사업이 추구하는 ‘자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합의가 없으며 모호하다. 이는 자활이 취창업과 탈수급이라는 제도적 성과 지표로 이해되는 상황을 초래하였으며, 이는 다시 현장의 요구와 실적 간의 갈등과 딜레마, 참여자의 요구보다 실적을 우선시하는 목적 전치 현상, 만성적인 낮은 성과, 참여자의 높은 재진입율을 야기하는 요인이 됐다. 따라서 자활사업을 둘러싼 상황과 내용이 급변하고 제3차 자활사업기본계획이 수립되는 현 시점에서 정책, 학계, 현장이 함께 자활사업의 목적과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할 지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둘째, 포괄적 저소득층 대상 지역사회 복지일자리 사업으로써의 제도적 기반 제고 및 실천 체계 구축이다. 자활사업은 저성장과 고실업의 장기화,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등과 더불어 최근 몇 년 간 참여자 수가 증가해왔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하여 중장년 조건부수급자라는 동질적 집단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하던 과거와 달리 참여자 중 차상위층, 일반수급자, 청년 비중이 점차 증가하면서 참여자의 성격이 다양해지고 있다. 참여자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다양한 욕구에 대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활사업은 제도적 측면에서는 조건부수급과 탈수급이라는 정책적 목적의 뿌리가 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의 분리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실천적 측면에서는 다양한 욕구와 역량에 따라 개인별 차별화된 맞춤형 개입을 수행할 수 있는 사례관리 기반의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자활사업 변화에 따른 계획수립

셋째, 저소득 저기술 구직 청년 통합 지원체계 구축을 제안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활사업 내에서 2030 청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2018년을 기점으로 중장년 중심으로 운영되던 자활사업에 청년들의 진입이 시작됐으며, 이후 청년 참여자들의 수와 비중이 빠르게 증가해왔다. 2017년 대비 2020년 20대의 자활사업 참여율은 105.1%, 30대의 자활사업 참여율은 39% 증가했으며(보건복지부; 중앙일보 2021년 11.11일 기사. 신성식 기자 ‘차라리 기초수급자가 낫다. 2030, 중년이 하던 자활 줄섰다’에서 재인용), 지역자활센터의 청년자립도전사업단은 2018년 14개 지역자활센터에서 120명이 참여하던 것이 2021년에는 79개 센터 1048명 참여로 증가했다(이상아·최상미 외, 2021). 코로나19가 촉진한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 감소는 저소득 청년들에게 직격탄을 입혔으며, 일반 노동시장에서의 구직을 포기하고 경제적 한계에 직면한 청년들이 자활에 진입하면서 2021년 이래로 일부 지역자활센터에는 자활사업 참여를 희망하는 청년 대기자들이 있는 상황이다.

자활사업은 사업 시행초기부터 20여 년간 중장년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해 오면서 직업 훈련, 사업단 근로, 자활기업 등 일련의 사업 내용이 중장년의 특성을 고려하여 설계되어 있다. 청년기는 안정적인 일자리 취득, 부모로부터의 독립, 결혼과 출산 등 일자리 이행, 가족 이행, 주거 이행 등 차별화된 발달과업을 가지며, 고령화와 성인기 이행 지연 등의 변화로 과거와 달리 청소년기 및 성인기와 구분하여 다룰 필요가 있다(강혜규 외, 2018). 즉 자활사업 내에 청년 참여자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중장년과 구분되는 청년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활사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이래 청년자립도전사업단 사업 등 청년의 특성을 고려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의 청년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청년기의 발달 과업과 욕구,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사업단의 개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수요처 발굴, 실패감, 좌절감, 불안감 등을 경험하는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심리·정서적 자활 지원, 인적자본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강화, 신산업을 포괄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 다양화, 교육, 주거, 자산형성을 포괄하는 통합지원 및 연계 체계화, 지역사회 청년 네트워크 활성화 등 기존 자활사업의 내용을 넘어서는 청년 통합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넷째, 복지 기능 강화를 통한 복지와 고용의 균형을 이룬 사업으로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자활사업은 복지부의 근로연계복지사업이나 조건부수급자의 취창업을 통한 탈수급이라는 제도적 의도를 반영하여 사업단 근로, 취업알선, 직업훈련, 자활기업 창업 지원 등 고용과 근로에 초점을 두고 운영돼왔다. 이후 20여 년이 지나면서 자활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 참여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자활사업은 여전히 제도 도입 초기의 정책적 의도가 관성적으로 작동하며 경제적 측면의 성과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참여자 유형의 다양화, 다양한 문제를 가지는 근로미약자 비중의 증가는 자활사업 내에서 참여자들이 가지는 다양한 욕구와 문제를 다룰 필요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자활사업은 주거, 돌봄, 교육, 건강, 정신건강, 채무, 신용 문제 등 참여자의 다양한 욕구에 대응하는 동시에 정서적 자활, 사회적 자활, 일상생활 회복, 자활 행동, 경제적 자활 등 각기 다른 자활의 단계에 있는 참여자들에게 개별화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게이트웨이 체계화, 사례관리 강화, 의뢰 및 연계 체계 구축, 자활계획 수립·보완 강화가 필요하다. 이는 앞서 논의하였듯이 참여자의 과정적 변화도 자활사업의 성과로 잡힐 수 있도록 지역자활센터 평가지표의 수정, 보완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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