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Ⅰ (교육)

“나는 시간의 75%는 핵심인재를 찾고, 배치하고, 보상하는데 썼다.” 이 말은 GE를 세계적인 그룹으로 일구어낸 경영인 잭 웰치가 조직 경영에 있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써 근래에도 종종 인용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 조직에도 통용 가능할까?

강동훈 선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강동훈 선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23년 정부 예산은 638.7조이며, 그 중 보건·복지·고용부문 예산은 226조이다. 정부 예산 대비 35.3%를 차지하여 다른 부문에 비해 월등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예산만 따져보더라도 올해 처음으로 100조를 돌파한 109조에 달한다. 사회복지 인재양성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정부 예산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복지예산이 복지대상자에게 현금으로 지급되는 것도 있지만 복지 예산 상당부분이 사회복지 관련 인력들을 통해 서비스 형태로 집행되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많은 재정을 복지지출에 사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복지인력이 이를 제대로 수행할 만큼의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면 이는 국민의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복지인력은 분명한 공공인력으로서 그 양성에 대한 책임도 국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인재양성의 행방은 묘연한 듯하다. 국가의 복지예산은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를 집행하는 인력에 대해선 별다른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개별복지사업에 대한 계획 수립과 평가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를 수행하는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고민은 없고 현장의 복지기관과 당사자들이 다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복지현장에서는 사회복지 인재들에게 더 큰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맞춤형 복지의 확산으로 하나의 복지사례에 대해 의사, 법률가, 상담사, 지역전문가 등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다학제적으로 접근하여 문제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사례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사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를 종합해 사정하고 개입 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역할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의사, 법률가 등은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식견을 제시하면 되지만 실제로 이 사례를 떠안고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주체는 주로 사회복지사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역량개발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관리 역량 뿐 아니라 디지털 돌봄 기술 발달로 인한 ICT 기술 활용 역량, 마을복지 계획 수립에 따른 주민의견을 모으고 의사결정하는 퍼실리테이션 역량,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성화에 따른 민관협력 역량,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통 등에 따른 정보화 활용 역량 등 다양한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역량은 어디서 어떻게 개발 되어져야 하는 걸까?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몇 가 지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복지인력에 대한 컨트롤타워 및 법적 근거 마련

먼저 복지인력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법적 근거가 없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복지인력을 정의하고 중장기적인 수급을 전망하며, 무엇보다 전문성을 제고할 방안을 마련하는 등 복지인력에 대해 총괄적으로 고민하는 부서가 보건복지부 내에 필요하다.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에는 부처마다 역할과 기능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해당 부처의 관련 인력에 대해 고민하는 부서가 존재한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정부 재정을 사용하고 있는 복지인력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어 보인다.

복지인력과 주로 비교되는 보건의료인력을 보자. 보건의료인력의 원활한 수급 및 근무환경 개선, 우수 보건의료인력 양성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2019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인력의 범위와 대상이 명확해졌다. 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 뿐 아니라 각종 의료기사와 영양사, 위생사, 보건교육사, 응급구조사, 안경사까지 보건의료인력으로 규정됐다. 또한 3년 주기로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보건의료인력 정책방향, 인력 양성 및 공급, 적정 배치, 근무환경 개선, 복지 향상 등을 담은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지난해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고, 이와 동시에 보건의료 직종별 인력기준에 대한 연구와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데이터 축적을 위해 통합정보시스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쌓여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수급과 전문성 제고가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이라도 복지인력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급증하는 사회서비스 인력에 대한 전문성 제고 방안 마련

사회복지조직의 역량이 발전하려면, 좋은 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좋은 인력을 채용하거나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있거나 둘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사의 경우, 첫 번째의 좋은 인력 채용을 위해 ‘학점 이수 → 현장 실습 → 자격시험(1급)’의 검증 절차를 거치고 있고, 입직 이후에도 전문성 유지를 위해 보수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인력은 이러한 절차가 미미하다. 그래서인지 사회서비스 인력을 복지인력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그렇다면 좋은 인재로 양성되도록 하는 시스템이라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회서비스 인력의 진입장벽은 매우 낮고, 자격유지를 위한 보수교육 체계도 미약하다. 심지어 아무런 자격기준이 없는 직종도 존재한다. 이는 돌봄의 문제가 확대됨에 따라 중장기적인 계획이나 종합적인 전망 없이 급한 불 끄기에 급급하여 마구 양산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낮은 진입장벽과 자격유지체계는 해당 일자리 자체의 가치를 절하시키고 해당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무력화시킨다. 물론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전문성 향상을 기대하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하기 때문에 자격기준, 보수교육 등 전반적인 역량개발 시스템을 재검토하여 보완되어야 한다. 고령화 등 돌봄대상자 확대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사회서비스 인력의 전문성은 우리 노후의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복지교육 주체 간 네트워크 활성화 필요

복지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도 중요하다. 현재의 복지교육 공급 주체를 보면, 교육대상자가 공공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시도공무원교육원이 중심이 되고, 민간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사회복지사협회, 사회복지협의회, 각 협회 및 단체가 중심이 되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사회서비스원이 활발한 교육을 공급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각 기관들은 서로 어떤 교육을 제공하는지 알지 못하고, 종사자 또한 자신과 관련 있는 단체에서 공급하고 있는 교육에 대해서만 정보가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교육공급의 중복과 누락으로 이어져 개인적으로는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해 역량개발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고, 사회적으로는 기관 및 지역 간의 역량 격차로 이어져 복지서비스 수준 하락 및 복지대상자의 복지체감도 저하로 이어지는 큰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사회복지 인재양성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국가 단위의 협의체도 필요 하겠지만 지역 단위의 교육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에 필요한 인재양성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술한 것처럼 하나의 사례를 놓고서도 여러 기관의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는 시대에 지역의 복지인재 양성방안은 훨씬 더 많은 기관들의 관심사항일 것이다.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단계별 절차, 예를 들면 교육 수요조사, 지역강사 인재풀 조사, 교육사각지대 발굴, 교육결과 현장 적용방안 등을 함께 논의한다면 특정기관이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성이 높고, 종사자들의 요구에 부합한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발전시켜 교육정보시스템 구축을 통해 교육프로그램, 교육장소, 강사, 평가결과 등이 공유된다면, 보다 효율성 높은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들겠지만 개별적인 교육수행에 따른 교육프로그램 중복, 교육 참여를 위한 원거리 이동 및 숙박 등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을 것이다.

복지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화제를 몰고 다녔던 사회서비스원은 이제 거의 모든 지역에 설치됐고, 최근에는 기초자치단체에서 복지재단 설립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과 달리 복지는 지역 중심 접근이 가능하고 또 그러한 접근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 일괄적인 지침에 의한 제도적 접근도 필요하겠지만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 빈곤율이 높은 지역, 자살률이 높은 지역 등 각 지역마다 각각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에 지역주민의 욕구에 부합한 정책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중앙에서는 복지의 기초와 뼈대를 다지는 교육 중심, 지역에서는 지역 이슈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막대한 복지재정의 효과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수행하는 복지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국가의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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