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보건사회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Social Care)는 2022년 8월 ‘영국여성건강전략(Women’s Health Strategy for England)’을 발표했다. 정부는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길지만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여성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유병률과 장애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길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건의료학적 관점에서 여성의 건강에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산이나 완경과 같이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건강결과에 대한 자료부족과 중요한 임상시험에 있어서도 여성은 배제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다양한 건강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남성과 여성에게서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영국은 직접적인 건강의 불평등 이외에도 보건의료체계에서 나타나는 성별 불평등까지 해소하기 위해 처음으로 정부 차원에서의 여성건강전략을 발표했다. 따라서 3월 여성의 달을 맞이하여 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성건강증진전략정책에 대해 세부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여성건강전략 도입 배경과 절차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영국정부는 보건의료에서 ‘남성이 기본값(male as default)’이 된 실태에 대해 지적했다. 연구와 임상시험, 보건의료전문가 교육 및 실습, 그리고 보건의료정책과 서비스 설계 등이 전부 남성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성이 보건의료정책과 연구에서 배제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보건사회복지부는 여성건강전략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해당 전략은 피임과 월경, 그리고 조산과 완경까지 여성이 전 생애에 걸쳐 경험하는 건강행동과 결과를 포함한다. 따라서, 생애주기적 접근법이 해당 전략의 핵심이다.

정부는 여성들의 의견과 상황을 충분히 반영한 여성건강전략을 세우기 위해 2021년 3월 8일부터 2주간 전국적인 ‘의견 공모(call for evidence)’기간을 가졌다. 공모는 세 가지 분야로 나뉘었는데 첫 번째는 16세 이상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성건강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공공설문조사이다. 두 번째는 여성건강에 전문성을 가진 개인과 기관을 상대로 연구보고서나 논문과 같은 서면으로 된 근거자료를 제출하는 것. 마지막으로 요크 대학이 왕립 재단과 협력해 영국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수행한 초점집단연구다. 이 중 특히 서면 제출 분야에서는 2주간 10만명 이상의 개인 응답과 400개 이상의 전문가 및 기관의 자료가 접수됐다. 이는 많은 여성들이 여성건강정책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여성건강전략의 6대 핵심 계획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낼 것을 약속했다. 금기와 낙인을 다루고, 의료 전문가들이 여성의 의견을 듣도록 보장하며, 모든 수준의 보건 및 의료 시스템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두번째는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개선이다. 여성이 평생 동안 재생산 건강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자궁내막증과 같은 여성들만이 경험하는 질환에 대한 서비스의 우선 순위를 지정했다. 자폐증이나 치매와 같이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환에서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필요를 고려하고, 건강관련 요인들이 남성과 여성에게 어떻게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하고 있다.

세번째, 여성 간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이다. 여성의 연령, 민족성, 성별, 장애 또는 출신지가 서비스 제공 또는 여성이 받는 대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보장하고, 네번째 ‘더 나은 정보 및 교육’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여성의 건강이 직장에서 그들의 경험에 어떻게 영향을미치는지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여성이 생산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직장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월경 및 폐경 같은 금기 시 되는 대화를 정상화하고 이와 같은 모범사례의 많은 예를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연구를 지원하고, 증거 기반을 개선하며, 더 나은 데이터의 축적을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여성의 건강 상태에 대한 연구 부족 해결, 모든 인구 통계에서 여성의 대표성 개선, 데이터 격차 해소, 기존 데이터의 세분화(성별)를 제시했다.

 

영국 여성들의 대표적인 Care Needs

여성 응답자들이 여성건강증진 전략을 통해 보완되었으면 하는 5개 주제는 다음과 같다.

‘여성건강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설문 결과(5대 핵심주제)
‘여성건강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설문 결과(5대 핵심주제)

여성 생태학적 조건(63%), 출산, 임신, 임신 손실 및 산후 지원(55%), 폐경기 (48%), 생리 건강(47%), 정신 건강(39%).

이외의 이슈가 되고 있는 항목으로는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강 문제나 의학적 조건에 대한 연구(34%), 여성학적암(30%),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의 건강 영향(30%) 등이 있다.

 

생리 건강 및 여성 생태학적 조건

영국정부가 실시한 공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여성 생태학적 조건’을 최우선으로 손꼽았다. 생리건강은 네 번째로 많이 선택한 주제였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이 항목에 대해 향후 10년간의 개선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여성의 건강, 여성학적 증상, 상태 및 암에 대한 고품질  정보 제공 △초중고교 및 대학에서 여성용품 무료 지원 △건강관리 조언 및 지원 개선 △여성의 생태학적 조건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에 대한 포괄적인 치료, 관리, 조언을 위한 전문 센터 네트워크 구축이다.

 

출산, 임신, 임신 손실 및 산후 지원

공개 조사에서 두 번째로 많이 응답한 주제는 출산, 임신, 임신손실, 산후지원이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청소년기때부터 출산, 피임 등에 대한 교육 제공 △생식 건강에 대한 정보 및 교육 지원 △높은 품질의 출산 관리 제공 △전국 부양가족 지원 및 지역사회 향상을 위한 인생 시작 프로그램(the Start for Life programme(약 4800억원)) 지원 등을 개선 목표로 내놓았다.

 

폐경기·갱년기 지원

영국정부는 폐경기·갱년기에 대한 개선도 약속했다. 공개 조사에서 많은 응답자들이 적절한 갱년기 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여성과 의료 전문가 모두 증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영국정부는 제도 개선을 위해 향후 10년에 걸쳐 △고품질 갱년기 진료 지원 △조기 폐경 여성에 대한 정신건강, 출산 능력 등 개인 건강에 대한 상담 등의 지원 △노동력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도입 등 생산적 활동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 △폐경기 관련 다양한 연구 및 갱년기대책위원회 설립을 약속했다.

대책위원회는 4가지 핵심 분야에 초점을 맞춰 영국 전역의폐경기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을 개선하고 있다. 증상에 대한 정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 증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생활 방식의 변화, 다른 유용한 정보에 대한 표지판 게시 등 대표적이다.

 

정신건강과 웰빙

공개조사에서 ‘정신건강’도 여성건강전략에 포함시키기 위해 선정한 상위 5개 주제(응답자의 39%가 선정)에 포함됐다. 이는 모든 연령대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눈 여겨 볼만하다. 특히 이는 여성정신건강대책위원회, 정신건강을 위한 5년 미래 전망, NHS 장기 계획, 코로나19 정신건강 및 웰빙 회복 행동 계획을 포함한 정신건강의 결과를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작업의 기반이 될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영국 여성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 또한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응답자 3명 중 2명(64%)은 코로나19 유행이 자신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고, 응답자 4명 중 3명(74%)은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는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여성의 건강에 대한 인식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여성의 건강에 대한 인식

 

국민들이 경험한 코로나19 팬데믹과 일상생활의 정신건강 증진에 대한 영국정부의 향후 10년간의 개선 목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여성환자 간의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다. 이를 위해 성별에 초점을 맞춘 안전한 입원과 보건 전문가에게 성별 및 외상 정보 의료에 대한 교육을 지원한다.

둘째, 영국정부의 코로나19 정신건강 및 웰빙 회복 계획에는 부모, 가정 학대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포함 하고 있으며, 지역 당국의 자금 지원도 포함돼 있다. 보다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정신건강 및 웰빙 지원을 제공하는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셋째, 정신건강 회복 계획에 대한 진전을 감독하고, 정신건강·복지정책 위험 요인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영국 국민들은 정부가 국가의 정신 건강과 복지를 지원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건강과 복지 토론서를 읽을 수 있다.

넷째, 음주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여성들은 음주관리 어플과 ‘How Are You’ 건강 퀴즈와 같은 온라인 도구가 포함된 ‘Better Health’ 캠페인을 통해 알코올 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와 조언을 얻을 수 있다. Start forLife 웹사이트는 임산부들이 알코올과 관련된 유해성과 위험을 줄이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2021년에 발표된 10년 약물 전략을 통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7억8000만 파운드(약 1조2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통해 약물 및 알코올 치료를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시키고 있다. 이 중 5억300만 파운드(약 8000억원)가 영국에서 지방 당국에 의뢰된 약물 오남용 치료 서비스를 재건하기 위해 투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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