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올해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서울 학생 1.42% 자살위험군, 5.09%는 관심군
"코로나 영향 추정… 원인조사 체계 구축할 것"
초3~4 '핀셋 지원'… "상담교사 연수 등 진행"
통합상담 지원체계 구축… 전문의 방문 컨설팅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 초중고 학생 100명 중 1명은 '자살 위험'에 놓일 정도로 정서적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은 현재 일부 학년만 실시하는 정서·행동 검사를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학생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한 원인 조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1차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응답자 초1·초4·중1·고1 학생 26만4614명 중 1.42%인 3749명이 '자살위험군'으로 분류됐다. 100명 중 1명꼴로, 지난해보다 학생 수는 160명, 비율은 0.07% 증가했다.

정서위기 '관심군'으로 분류되는 학생은 1만3489명(5.09%)으로 더 많았다. 지난해보다 학생 수 763명, 비율은 0.32% 늘었다.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자살위험군은 중학생 2023명(3.13%), 고등학생 1709명(2.50%), 초등학생 17명(0.01%)으로 집계됐다. 관심군도 중학생 4785명(7.40%), 고등학생 4014명(5.87%), 초등학생 4690명(3.57%) 순이었다. 특수학생은 해당되는 경우가 없었다.

지난해보다 정서위기 학생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함혜성 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은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정상 학교생활을 못해 학생들이 너무 어려웠다"며 "혼란을 겪던 학생들이 상황이 막 풀리면서 정서적으로 불안하지 않았을까 예측된다"고 답했다.

조 교육감은 "관심군·위험군이 아닌 학생들 중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있다"며 "좀 더 관심을 갖고 보완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밝혔다.

심각성을 느낀 교육청은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대상을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별도의 원인 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함 국장은 "초1 때 검사하고 4학년 때 하면 2~3학년 공백이 생겨서, 전 학년이 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해룡 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장은 "현재까지 (원인조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해 각성하고 있다"며 "정서·행동검사 전수화에 앞서 정서 위기 원인을 알 수 있는 조사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교육청은 학생들의 마음건강 증진을 위해 교육청-학교-지역사회로 구성된 '통합 지원체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마음건강 회복 힐링 프로그램'을 연말까지 운영하고, 우울·자살 예방 및 사회성 강화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와 내년 6월까지 시범 추진한다.

학생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위(Wee) 프로젝트 운영도 강화한다.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 관심군 학생에 대해 학교 내 위(Wee) 클래스와 위(Wee)센터가 연계해 최대 세 차례에 걸친 상담을 지원하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를 연결해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기존 우울감·불안감 치유와 병행해 교우관계 등 학교 적응력 강화 중심으로 폭넓은 상담을 운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검사와 연계되지 않은 학생의 심리건강 지원을 위해 '마음건강 원스톱 지원센터' 운영도 강화한다. 교육청의 '맞춤형 상담서비스'뿐 아니라 고려대구로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 등 서울 4곳의 정신건강전문가들이 학생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심리치료' 서비스도 지원된다.   

교육청은 학생의 자살시도 등 중대사안이 발생할 경우 즉각 '생명존중위원회'를 소집해 개최한다. 이후 대상 학생에 대한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트라우마) 검사 및 상담지원을 4주 동안 진행하고 외부기관과 연계해 추가 대응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 같은 통합 지원체계 외 초3~4 학생을 위한 별도 지원책도 마련된다. 교육청은 이달 30일 초3~4학년의 집중 정서지원을 위한 워크숍을 상담교사들과 운영한다. 2학기 중 상담교사 대상 추가 심리·정서 연수를 진행하며, 유관기관과 협의해 상담교사 미배치 학교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고효선 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아시다시피 이 아이들은 입학식도 원격으로 했고 학교도 많이 못 나오는 상태로 1~2학년을 지냈다"며 "초등교장협의회장도 건의했고 교육청도 심각성을 느껴 핀셋 지원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 위기 이후 초등학교 3, 4학년 학급 내 갈등 사례가 늘었다는 보고가 있었다"며 "상담 인력이 배치되지 않은 학교에 대해선 Wee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병의원 등 지역 정신 건강 증진 협의체를 통한 심리 정서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