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부모 90% 반대… 공론화는 세금낭비"
"1살 형·누나와 생활할 자녀 학교생활 걱정돼"
"입학유예, 유학, 대안학교 진학 고민도 많아"
"유보통합으로 유아 공교육 질 높이고 의무화"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5일 오전 11시 용산 사교육걱정 사무실에서 주최한 '만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개편안에 대한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통령 요구사항이 적힌 판넬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5일 오전 11시 용산 사교육걱정 사무실에서 주최한 '만5세 초등학교 취학 학제개편안에 대한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대통령 요구사항이 적힌 판넬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정부가 공론화를 추진 중인 '만5세 입학' 정책에 대해 학부모들이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5일 오전 11시 용산 사교육걱정 사무실에서 '영유아 학부모 긴급 간담회'를 열고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만3~5세 유아 자녀를 둔 학부모와 어린이집 원장 등 9명은 '취학연령 하향 철회'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미 반대 여론이 공고한 만큼 국고를 투자해 복잡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세 아이의 엄마 김보민씨는 "만5세 입학을 실적을 위해 임기 내 해내야 하는 숙제처럼 대하지 말고 '아닌가' 싶은 생각이 눈꼽만큼이라도 들면 물러서 달라"고 요청했다.

만3세 손자를 둔 임미형 사교육걱정 영유아사교육포럼 대표는 "국민들은 공론화를 바라는 게 아니라 그냥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꼭 계획한 행정 절차를 다 거쳐야 그것이 공론이 되나. 교육부는 만5세 입학 정책을 빨리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각 학부모들은 자녀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만5세 입학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김씨는 "2019년생 둘째가 1살 많은 아이들 사이에 끼어서 어떤 정서적 불안 속에 생활할지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크다"며 "나이가 다른데 같은 학년이 되고, 동갑 친구들이 다른 학년이 되면 나중에 이들이 겪을 사회적 여파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두 자녀의 부모이자 어린이집 원장인 학부모 A씨는 "요즘 아이들 체격은 좋아졌지만 간편한 시스템이 많아져 손의 발달이 잘 안 돼 있다"며 "손과 같은 소근육 발달은 뇌 발달과도 연결되는데 이런 아이들이 1년 일찍 입학할 경우 문제"라고 예상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세 딸을 키우고 있는 B씨는 "만5세 아이들은 화장실 뒤처리를 혼자 못 한다"며 "초등교사들이 따라가서 일일이 닦아줄 건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만5세 유아들이 받는 놀이 중심의 교육 기회가 박탈되고 교과 중심의 초등교육 과정에 너무 일찍 진입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활동 경험이 부족한 만큼 놀이 중심 과정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B씨는 "학교 조금 빨리 가서 기역·니은, 덧셈·뺄셈 아는 것보다는 친구들과 놀이하면서 협동심과 규칙 준수를 익히고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사회규범·예절, 또래 관계를 배우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책상에 주로 앉아 있는 학교에서 중간중간 쉬는 시간도 있고 줄넘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겐 놀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를 겪으며 발달이 늦춰진 지금 영유아들에 대한 전반적인 발달 상황을 국가가 연구해야 한다"며 "이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건강·행복한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이 아닌 유아교육의 질 상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유아교육기관을 통합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A씨는 "유치원·어린이집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나눠져 있고, 국공립이냐 사립이냐에 따라서도 같은 영유아들이 다른 삶을 살고 있다"며 "부처 통합을 먼저 진행해서 제도를 바로 잡아달라"고 밝혔다.

B씨는 "학제를 개편할 거면 만5세 학제를 편성해 의무 공교육 안에 들여달라"며 "가정에서 자녀를 믿고 공교육 기관에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당국이 보여야 할 선의"라고 말했다.

2021년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 정책이 나온 뒤 '무조건 입학유예를 하겠다'는 학부모들이 많고 심지어는 '해외로 나가겠다', '대안학교에 보내겠다'는 고민도 있다"며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말고 만5세 초등입학 정책을 빨리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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