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복지 강국 핀란드·덴마크 탐방기

지난 대선, 사회복지계는 각 후보에게 ‘ICT 활용으로 스마트 복지 구축’을 제안했고, 실제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개혁’이 포함됐다. 주요 골자는 공공분야의 사회보장 관련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를 더욱 체계적·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분야의 데이터 공유와 이를 활용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사회복지계가 요구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민간 분야에서 축적되는 데이터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이 없다면 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공공과 민간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 사회보장정책을 추진 중인 대표적인 나라, 핀란드와 덴마크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출장단이 방문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출장단이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출장단이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6년 1월 제46차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공식적으로 4차 산업혁명론을 주창하면서 오늘날 현대사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불리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로 급속하게 발전하는 ICT에 기반하여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디지털화를 일으켰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의 일상화와 비즈니스 환경 변화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를 불러왔다.

2019년 발표된 세계경제포럼의 ‘세계경쟁력 보고서(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에 따르면 한국은 ICT 보급 수준에서 조사대상국 140개국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ICT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ICT 기술의 적용 및 활용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지난 5월 2일부터 6일까지 디지털 전환을 통해 효율적인 복지시스템을 구축한 핀란드와 덴마크를 방문했다. 핀란드에서는 국립보건복지연구원(THL), 사회보건 NGO 연합(SOSTE), 시니어서비스연합(VALLI), 아포티(Apotti), 사회보건부 및 산업보건연구소를, 덴마크에서는 Digital Hub Denmark, Sundhed.dk International 및 생명과학연구원을 방문해 사회서비스 분야에서의 디지털 ICT 기술 적용·도입 과정과 활용 전략 및 노하우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핀란드, 보편적 복지와 정보통신 첨단기술 융합 돋보여

핀란드는 1990년대 중반에 e-Health에 관한 첫 논의가 이루어진 이후 2007년 ‘의료 및 사회복지분야 고객정보의 전자적 처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e-Health 및 e-Welfare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핀란드의 e-Welfare 복지모델은 국립보건복지연구원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전국적 데이터 구축과 연구 수행이 진행되고 있다. 핀란드는 1995년부터 의료영역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e-Health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핀란드 사회보건부, 국립보건복지연구원, 사회보험관리공단(KELA)이 주축이 되어 관련 법률 제정부터 서비스 제공까지 실시한다.

핀란드 사회보건부는 사회복지 및 의료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 정보 관리의 기본계획 구축과 가이드라인 제공 및 모니터링을 담당하며, 매년 국가 정보 관리를 위한 개발 경로를 업데이트하고, 지역별 운영자 등 주요 이해관계자와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시스템을 올바르게 구현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수행한다. 2015년에는 ‘eHelath and eSocial Strategy 2020’을 발표하면서 데이터 관리 개선과 전자서비스 강화를 통해 사회 및 의료분야 개혁을 이끌고, 스스로의 웰빙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시민의식 증진을 목표로 했다.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THL, National Instute for Health and Welfare)은 핀란드 국민의 웰빙과 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연구·개발 및 모니터링하는 핀란드 대표 기관으로 핀란드 중앙·지방정부, 민간 사회복지·보건 분야, 조사·연구 커뮤니티와 일반 국민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확보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은 한국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며, 연구를 기반으로 수요자를 중심으로 실용적인 보건·복지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알렉시 우르띠아호 디렉터가 발표하고 있다.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알렉시 우르띠아호 디렉터가 발표하고 있다.

e-Welfare 복지모델에 있어서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은 클라이언트 데이터의 전자 처리 및 관련 정보 관리 계획의 구축, 안내 및 모니터링을 담당하며, 핀란드 사회보험관리공단(KELA, The Social Insurance Institution)과 함께 국가정보시스템인 칸타 서비스(Kanta Service)를 운영한다. 칸타 서비스는 2007년부터 국민 누구나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본인의 의료기록을 확인하고,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서비스 전문가들이 함께 소통하면서 연계·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보험관리공단은 칸타 서비스 운영과 서비스에 저장된 데이터와 정보시스템 보안을 담당한다. 칸타 서비스는 의료분야 디지털화에서 시작되어 현재는 사회복지 및 사회서비스 데이터를 통합하여 전 국민 대상 원스톱 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의료 및 사회복지 분야 고객정보의 전자적 처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사회복지기관의 칸타 서비스 가입이 의무화되었다. 공공 사회복지기관의 경우에는 2024년 1월 9일부터, 민간 사회복지기관은 2026년 1월 1일부터 칸타 서비스 가입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핀란드에서는 정부 및 산하기관이 제공하는 공공 디지털 서비스인 칸타 서비스와 더불어 민간 중심의 보건복지 서비스 디지털 플랫폼인 아포티가 구축되어 의료 및 사회복지 분야의 디지털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아포티는 세계 최초의 의료 및 사회복지 분야를 결합한 정보 및 ERP 시스템으로 헬싱키 대학병원과 헬싱키, 반타, 케라바, 카우니아이넨 등 인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여 재원을 출연해 공익 목적의 민간 법인을 설립했으며, 전체 의료서비스와 사회복지 서비스 데이터를 통합한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한다.

2022년 4월 1일 기준으로 약 4만7000여 명의 의료 및 사회복지 전문가들이 아포티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아포티 플랫폼 내 대국민 포털인 ‘마이사(Maisa)’에는 약 72만7600명의 이용자가 가입했다. 서비스 제공 지역 주민들은 마이사 포털을 통해 병원 진료 예약, 건강 모니터링,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온라인 서비스 참여 등 보다 쉽게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포티는 민간 중심의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칸타 서비스, 바이오뱅크, 지역 내 병원 및 약국, 약물 데이터베이스, 인구정보시스템 및 전자처방시스템 등과의 협력을 통해 국가 사회 및 의료 시스템과의 높은 호환성을 보장한다.

국민의 관점에서는 자신의 의료 및 사회서비스 현황에 대한 최신 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든 지체 없이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의료 및 사회복지 전문가 역시 클라이언트에 대한 의료 및 사회복지 두 개 분야 정보를 단일 공유기록 시스템을 통해 모든 최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 정보 공유 절차 간소화 및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덴마크, 디지털 일상화 통한 효율적이고 효과적 복지 서비스 제공

덴마크 역시 공공 부문의 디지털화에 앞장서온 국가 중 하나로, 2011년에는 덴마크 재무부 산하에 디지털청(Agency for Digitization)을 발족하여 덴마크 사회 전반에서의 디지털화를 시도했다. 디지털청 발족과 함께 ‘전자정부 추진전략 2011-2015(e-Government Strategy)’를 시작으로 2013년 ‘ 디지털 복지를 위한 추진전략 2013-2020(Strategy for DigitalWelfare)’ 등을 발표해 디지털 복지 시스템 구축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2016년에는 ‘공공 부문 디지털화 추진전략 2016-2020(Common Public Sector Digitisation Strategy)’을 마련해 덴마크 공공 분야의 디지털화 전략을 구체화했고, 지속적인 디지털 전략의 확장 및 강화 목적의 이니셔티브를 2021년과 2022년에도 발표하는 등 디지털 복지의 발전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덴마크 정부는 ‘공공복지기술 기금(Public Welfare Technology Fund)’을 조성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복지기술 개발과 복지서비스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디지털 허브 덴마크(Digital Hub Denmark)’는 지속가능한 덴마크 디지털 환경을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핵심 미래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을 육성 및 지원하고, 의료, 보건, 복지 등 사회서비스 전반의 디지털화를 통해 덴마크 전자정부를 구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 허브 덴마크는 덴마크의 기술 생태계 분야 전반에 걸쳐 민간과 공공 분야가 협력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주요 지원분야로는 기술을 이용하여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는 핀테크(FinTech), 디지털화된 의료시스템인 헬스테크(HealthTech), 로봇 공학(Robotics),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결합된 크리테크(CreaTech), 부동산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프롭테크(PropTech), 농업 기술에 ICT를 접목한 농업정보기술(AgroTech) 그리고 교육에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하는 에듀테크(EdTech)가 있다.

덴마크의 공공서비스는 다양한 전자정부 플랫폼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공되며, 국민들은 기관 방문이나 서류 준비 등의 복잡한 절차 없이 언제 어디서나 플랫폼을 방문하여 원하는 서비스를 신청하고 받을 수 있다. 2007년 시작된 borger. dk는 공공 부문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한 곳에서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해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신청하고 받을 수 있는 덴마크의 국민포털이다. 우리나라의 정부24와 유사한 형태다.

특히 2014년 이후 정부에서 발행되는 통지 및 문서는 완전 온라인화되어 borger.dk를 통한 디지털 우편(e-Boks)으로 전달되며, 15세 이상 국민은 디지털 우편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디지털 우편 외에도 borger.dk에서는 구직, 실업수당, 주거 및 이전, 학교 및 교육, 결혼 및 이혼, 연금 및 조기 퇴직금, 세금, 장애, 노인, 교통, 여행, 선거권을 포함한 권리 등과 관련한 대부분의 공공 민원을 간편하게 신청하고 처리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sundhed.dk는 덴마크 공공 의료서비스의 공식 포털로 국민과 의료분야 전문가가 정보를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sundhed.dk는 환자 중심의 디지털 서비스와 정보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며, 해당 포털을 이용해 국민들은 자신의 병원 진료 기록, 치료 및 진단 확인, 일반의 진료 예약, 처방전 갱신, 장기기증 등록, 병원 운영 및 품질 평가조사, 원격의료 신청 등 의료 서비스 전반에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덴마크의 공공 분야 디지털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신뢰도이다. 국민들은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 믿는다. 사회적 신뢰자본을 바탕으로 모든 국민들은 공공목적의 연구 및 데이터 구축을 위한 개인정보의 제공에 적극적이며,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신뢰 덕에 무료 의료와 교육, 높은 아동보조금 및 실업보조금 등 탄탄한 덴마크 사회복지 시스템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국민 복지 체감도,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 연계·통합으로 높일 수 있어

우리나라보다 앞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핀란드와 덴마크 모두 사회적 돌봄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의료·복지 서비스의 통합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디지털 플랫폼화함으로써 국민들이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공공 민원을 처리하고, 사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원스톱 디지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여 보건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연계·통합하고, 국민의 사회서비스 욕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공급자 중심의 분절된 복지전달체계를 수요자 중심의 통합적·효율적 구조로 혁신해야 한다.

핀란드의 국립보건복지연구원은 데이터 구축, e-welfare 연구 및 디지털 서비스 제공 등 여러 기능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공급자 중심의 다기화된 전달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를 보다 간단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구조로 개편하여 수요자 중심의 통합적이고 맞춤형 서비스 전달체계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혁에 있어서 복지서비스의 디지털화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국민의 복지 체감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서도 ‘역동적 혁신 성장’을 이룩하기 위한 전략 중 일부로 ‘디지털 데이터 인프라 확충’ 및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을 내세웠고, 이후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개혁’이 포함됐다. 우리나라에서도 핀란드와 덴마크 사례처럼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맞춤형 복지를 추구하는 선순환 복지시스템이 구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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