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좋은이웃들 전국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은
도깨비연방의 서울 도봉구 좋은이웃들 이야기

김용추 도봉구사회복지협의회장(오른쪽)이 2019년 좋은이웃들 발대식에서 도깨비연방 최성달 대표(왼쪽)에게 좋은이웃들 봉사단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김용추 도봉구사회복지협의회장(오른쪽)이 2019년 좋은이웃들 발대식에서 도깨비연방 최성달 대표(왼쪽)에게 좋은이웃들 봉사단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만 78세 김갑순(가명)씨가 살던 서울 도봉구의 한 낡은 주택에 큰 불이 났다. 얼마 없는 살림살이였지만 모든 것이 불에 탔다. 김 씨에게는 미혼인 딸이 있지만 그 역시 제 한 몸 건사하기 어려운 처지고 왕래도 없다고 한다. 근처에 살던 한 주민이 놀란 김 씨를 다독여 일단 자기 집에 거처를 내어 주고, 도깨비연방 연락망에 긴급 소식을 올렸다. “여기 집에 불이 나서 오갈 데 없는 분이 있어요.” 그 주민은 그냥 이웃이 아니라 일상생활 중 복지 혜택이 필요할 것 같은 이웃을 발견하면 알리는 ‘좋은이웃들 봉사자’였다. 도깨비연방 대표를 맡고 있는 최성달 반장은 연락을 받고는 도봉구사회복지협의회에 전화부터 건다. “최 국장, 긴급사례야. 좋은이웃들이 필요한 일이야!”

도봉구협의회 최윤숙 국장과 최 반장은 먼저 김씨를 만나 처지를 확인한 다음 방학1동주민센터 사례관리 담당 주무관을 찾았다. 다행히 긴급주거지원을 통해 3개월 동안 임시거소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급한 불은 껐지만 정말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임시거소에서 사는 동안 집을 고쳐야 하지만 어렵게 생계를 잇던 김 씨에게 그만한 목돈이 있을 리 없다.

도깨비연방 회원들과 최 반장이 나선다. 일단 불에 타버린 세간살이를 치우고, 그을음 가득한 집을 청소한다. 다음은 도배다. 갑자기 하는 도배에 자재는 어디서 구하나 하는데 최 반장이 전화를 든다. “박 사장, 여기 할머니, 불이 나서 집을 고쳐야 되는데 한 10평 정도 쓸 수 있게 벽지랑 장판 좀 보내줘요.” 도깨비연방에서 함께 활동하는 박 사장은 밑도 끝도 없는 최 반장의 연락에 더 묻지도 않고 물건을 싣고 와서는 다른 회원들과 함께 뚝딱뚝딱 일까지 한다.

도배가 끝나고 깨끗해진 집, 그런데 휑하다. 베갯잇 한 장부터 가전제품까지 다 들여야 한다. 최 반장은 최윤숙 국장에게 같이 가자며 도봉역사에 있는 ‘도깨비연방 공유공작소’로 향한다. 최윤숙 국장은 창고 안에 들어차 있는 중고물건들을 보면서 “최 반장님, 이건 또 어디서 났대요?” 한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물건이 있어서 좋은이웃들 활동할 때 쓰려고 달라니까 그냥 가져가래서 갖고 왔지”하며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긴다. “자, 듭시다!”, 차에 우겨 싣는다. 이렇게 세간살이가 김 씨의 집에 하나하나 채워졌고, 한 달 만에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이후에도 동주민센터는 긴급복지지원, 심리상담 지원, 통합사례관리를, 인근 복지관은 밑반찬 배달, 도봉구협의회는 중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지원하는 등 여러 기관이 함께 계속 김 씨를 돌본다.

특히 도봉구협의회와 도깨비연방은 재활용센터에서 재생한 물품을 사들이거나 지역주민의 중고 물품을 기부받아 지원하는 등 한정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복지 소외계층을 지원한다. 자원 선순환을 통해 환경친화적이고 더 많은 복지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지원의 빈 틈을 메워내는 도깨비연방

도깨비연방이 하는 일은 이름 그대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 같다. 최 반장은 도깨비연방을 “우리 지역 이웃은 우리가 돌보자는 뜻으로 모인 단체”라고 소개한다.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회원은 도배, 장판 등 분야 기술봉사자 20명, 이를 보조하는 자원봉사자 60명 정도다. 이들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으면, 합심해 가전제품과 가구, 이사, 도배·장판, 싱크대 설치 등을 무료로 지원한다. 최 반장은 말한다. “도움받을 곳도 없고, 모든 것을 잃다 못해 삶의 의지마저 잃는 극한상황을 잘 알기에 도깨비연방이 손을 내밀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이웃을 돕는데 돈보다는 이웃을 위한 마음과 자발적인 십시일반이 더 큰 힘이 된단다.

최 국장은 좋은이웃들 사업의 핵심으로 ‘협치’를 꼽는다. “좋은이웃들 봉사단뿐 아니라 사회복지기관 같은 민간부문과 구청·동주민센터 등 공공부문이 각자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면, 협의회는 좋은이웃들 사업으로 빈틈을 메워요. 공공에서 충분히 지원하기 어려우면 도깨비연방, 사회복지기관 같은 민간에서의 협력이 더 중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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