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좋은이웃들 전국대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은
도깨비연방의 서울 도봉구 좋은이웃들 이야기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만 78세 김갑순(가명)씨가 살던 서울 도봉구의 한 낡은 주택에 큰 불이 났다. 얼마 없는 살림살이였지만 모든 것이 불에 탔다. 김 씨에게는 미혼인 딸이 있지만 그 역시 제 한 몸 건사하기 어려운 처지고 왕래도 없다고 한다. 근처에 살던 한 주민이 놀란 김 씨를 다독여 일단 자기 집에 거처를 내어 주고, 도깨비연방 연락망에 긴급 소식을 올렸다. “여기 집에 불이 나서 오갈 데 없는 분이 있어요.” 그 주민은 그냥 이웃이 아니라 일상생활 중 복지 혜택이 필요할 것 같은 이웃을 발견하면 알리는 ‘좋은이웃들 봉사자’였다. 도깨비연방 대표를 맡고 있는 최성달 반장은 연락을 받고는 도봉구사회복지협의회에 전화부터 건다. “최 국장, 긴급사례야. 좋은이웃들이 필요한 일이야!”
도봉구협의회 최윤숙 국장과 최 반장은 먼저 김씨를 만나 처지를 확인한 다음 방학1동주민센터 사례관리 담당 주무관을 찾았다. 다행히 긴급주거지원을 통해 3개월 동안 임시거소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급한 불은 껐지만 정말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임시거소에서 사는 동안 집을 고쳐야 하지만 어렵게 생계를 잇던 김 씨에게 그만한 목돈이 있을 리 없다.
도깨비연방 회원들과 최 반장이 나선다. 일단 불에 타버린 세간살이를 치우고, 그을음 가득한 집을 청소한다. 다음은 도배다. 갑자기 하는 도배에 자재는 어디서 구하나 하는데 최 반장이 전화를 든다. “박 사장, 여기 할머니, 불이 나서 집을 고쳐야 되는데 한 10평 정도 쓸 수 있게 벽지랑 장판 좀 보내줘요.” 도깨비연방에서 함께 활동하는 박 사장은 밑도 끝도 없는 최 반장의 연락에 더 묻지도 않고 물건을 싣고 와서는 다른 회원들과 함께 뚝딱뚝딱 일까지 한다.
도배가 끝나고 깨끗해진 집, 그런데 휑하다. 베갯잇 한 장부터 가전제품까지 다 들여야 한다. 최 반장은 최윤숙 국장에게 같이 가자며 도봉역사에 있는 ‘도깨비연방 공유공작소’로 향한다. 최윤숙 국장은 창고 안에 들어차 있는 중고물건들을 보면서 “최 반장님, 이건 또 어디서 났대요?” 한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물건이 있어서 좋은이웃들 활동할 때 쓰려고 달라니까 그냥 가져가래서 갖고 왔지”하며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긴다. “자, 듭시다!”, 차에 우겨 싣는다. 이렇게 세간살이가 김 씨의 집에 하나하나 채워졌고, 한 달 만에 다시 제 모습을 찾았다. 이후에도 동주민센터는 긴급복지지원, 심리상담 지원, 통합사례관리를, 인근 복지관은 밑반찬 배달, 도봉구협의회는 중고 냉장고와 세탁기를 지원하는 등 여러 기관이 함께 계속 김 씨를 돌본다.
특히 도봉구협의회와 도깨비연방은 재활용센터에서 재생한 물품을 사들이거나 지역주민의 중고 물품을 기부받아 지원하는 등 한정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복지 소외계층을 지원한다. 자원 선순환을 통해 환경친화적이고 더 많은 복지 소외계층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지원의 빈 틈을 메워내는 도깨비연방
도깨비연방이 하는 일은 이름 그대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 같다. 최 반장은 도깨비연방을 “우리 지역 이웃은 우리가 돌보자는 뜻으로 모인 단체”라고 소개한다.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회원은 도배, 장판 등 분야 기술봉사자 20명, 이를 보조하는 자원봉사자 60명 정도다. 이들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있으면, 합심해 가전제품과 가구, 이사, 도배·장판, 싱크대 설치 등을 무료로 지원한다. 최 반장은 말한다. “도움받을 곳도 없고, 모든 것을 잃다 못해 삶의 의지마저 잃는 극한상황을 잘 알기에 도깨비연방이 손을 내밀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이웃을 돕는데 돈보다는 이웃을 위한 마음과 자발적인 십시일반이 더 큰 힘이 된단다.
최 국장은 좋은이웃들 사업의 핵심으로 ‘협치’를 꼽는다. “좋은이웃들 봉사단뿐 아니라 사회복지기관 같은 민간부문과 구청·동주민센터 등 공공부문이 각자 어려운 이웃을 찾아내면, 협의회는 좋은이웃들 사업으로 빈틈을 메워요. 공공에서 충분히 지원하기 어려우면 도깨비연방, 사회복지기관 같은 민간에서의 협력이 더 중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