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복지협의회 70년 역사와 사회복지 역사

한국사회복지협의회(Korea National Council on Social Welfare, 이하 ‘협의회’)는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한국사회사업연합회로 출범하여 2022년 창립 70주년을 맞이하였다. 현재 중앙협의회를 비롯해 17개 시·도 협의회 및 161개 시·군·구 협의회가 설치되어 있다. 협의회 회원은 사회복지를 비롯해 보건의료, 시민단체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법인·단체 및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협의회는 1983년 사회복지사업법상 법정단체가 되었고, 민간 사회복지 활동을 조정하고 민과 관의 가교역할 및 사회서비스 선도기관(incubator)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70년 협의회 역사는 사회복지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다. 지난 7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사회복지부문은 공공복지의 제도적 성장과 함께 민간복지의 확대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다. 특히, 2022년 기준 복지예산의 비중이 전체 국가예산의 16%를 상회하는 수준으로까지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편적 복지의 확대 적용으로 국민의 복지권 보장 수준이 향상되었다. 이러한 성장과정에서 공공과 민간 사회복지분야는 양적·질적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국민의 복지체감도 제고, 제도의 효율적 관리 및 운영, 민관 협력의 체계화와 같은 측면에서 더욱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해 저출산⋅고령화, 신(新)사회적 위험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복지 확대과정에서 복지재정 부담으로 인한 국가재정 건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제도 체계의 효과적 운영과 자원배분의 효율화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효과적 전달을 위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개선 노력은 공공과 민간복지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를 통해 생활밀착형 전달체계는 상당 부분 구축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공복지 전달체계는 보건복지사무소 및 사회복지사무소 시범사업, 주민생활지원서비스, 희망복지지원단 설치,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회복지정보망(행복e음) 확충,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과 같은 과정을 통해 꾸준히 제도화 되었다. 시·군·구와 읍·면·동에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설치함으로써 지역사회 내 민관 협력체계를 갖추었다. 또한 이 체계 내에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을 배치함으로써 공공복지서비스의 전문성을 확보해 가고 있다.

민간복지전달체계는 한국전쟁 이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생활시설을 중심으로 성장하였다. 민간에 의해 자생적으로 설치ㆍ운영되던 사회복지시설은 사회복지 수요의 증가와 정책지원을 통해 발전해 왔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은 양적으로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매우 크게 발전하였다.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시설이 증가함에 따라 시설유형이 생활시설에서 이용시설 중심으로 전환되어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종합복지관, 노인종합복지관 등 시설 수가 대폭 늘어났다. 새로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설 유형도 매우 다양해졌다. 이후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시설 운영주체를 법인 외에 개인과 단체 등으로 확대하였다. 특히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는 생활시설과 함께 이용시설의 수가 급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 민간복지의 확대가 장기계획이 아닌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추진됨으로써 서비스의 중복과 누락, 사회복지부문 간 경쟁 심화,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전달체계 구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로 인해 효과적인 사회서비스 제공에 일정한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인 네트워크 구축 및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사회복지시설 등 전통적인 민간복지 주체와 더불어 기업의 사회공헌, 종교단체의 복지사업, 사회단체 및 개인의 자원봉사 등 다양한 민간복지 주체에 대한 육성․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복지자원 확충을 위한 민간자원의 동원ㆍ배분, 나눔문화의 확대와 나눔사업의 체계화가 필요하다.

협의회는 급변하는 사회환경에 따라 향후 창립 100주년 준비와 함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협의회, 새로운 도약을 위한 5대 도전과제

① 지역사회복지공동체 구축

복지환경 변화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지역공동체 구축과 같은 사회혁신이 필요하다. 지역복지공동체를 활성화함으로써 공동체 의식 함양과 사회 불평등을 완화함은 물론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라는 지역공동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값진 경험이 있다. 새마을운동은 당시 시대적 상황에 따라 정부주도의 경제공동체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민주화가 정착되고 경제적으로도 선진국 수준에 이른 오늘날 우리가 추진해야 하는 지역공동체 사업은 민간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협의회는 지난 70년간 전국 조직을 갖추었고, 민간복지계를 대표하여 공공과 민간을 연결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따라서 협의회는 ‘사회복지 4.0’ 시대의 핵심과제인 ‘따뜻하고 활기찬 지역복지공동체’를 조성해가는 과정에서 ‘중심(hub)’ 역할을 담당해야 할 시대적 책임과 사명이 있다. 지역복지공동체 확산을 위해서는 시·군·구 협의회 의무 설치와 활성화를 위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시·군·구 협의회 지원조례 제정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새로운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시·군·구 단위의 협의·조정 기능을 강화하여 지역 간 균형복지 체계를 갖춰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과 함께 민간자원을 활용하는 민관 협치 체계를 구축해 지속가능한 복지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②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

사회복지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문제 해결사 역할을 담당하였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복지 4.0’ 시대에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다. 향후 복지재정을 지속적으로 건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회혁신은 사회복지 분야의 핵심과제다. 역사적으로 사회혁신은 기술혁신과 더불어 사회 발전의 양축으로 작용하였다. 사회혁신은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등 사회문제 해결에 대처하는 새로운 전략, 개념, 아이디어, 그리고 조직을 의미한다.

협의회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회혁신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는 지역별 새로운 혁신사업을 발굴하고 이에 필요한 인적 및 물적 자원을 동원하여 추진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협의회는 2017년부터 사회혁신을 ‘사회복지 4.0’의 핵심수단으로 규정하고 이를 경영목표로 설정하였다. 특히 사회혁신 분야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협의회는 ‘사회혁신 체인지메이커’, ‘사회공헌 파트너스데이’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고, 향후 사회혁신을 통한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국가발전의 3대 기둥인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혁신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다.

③ 스마트복지 구현

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 진보는 코로나19시대를 맞아 더욱 진화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다양한 신사회적 위험으로 인해 복지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실천현장은 기술발달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아직 복지현장은 대면방식의 휴먼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제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복지현장에서 지능정보기술의 활용을 통한 스마트복지가 구현되어야 한다. 특히 사회복지시설부터 시대적 변혁에 맞추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복지’ 체계로 하루속히 전환해야 한다. 또한, 사회복지종사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ICT 활용 프로그램 개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2021년 3월 「스마트 포용복지 TF」 구성 및 한국인공지능협회와 ‘인공지능 기술의 선한 가치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또한 ICT 기업과 협력하여 사회복지종사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공동사업에 대해 논의 중이다.

복지재정의 위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복지 부문의 효율성 증가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협의회는 보건, 일자리, 사회금융, ICT 등 기술 분야와 복지와의 융합을 통한 ‘스마트복지’ 설계 및 구현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스마트복지 청사진 마련을 위한 연구사업, 시범사업, 관련 ODA 사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④ 나눔행복 생태계 조성

『UN 행복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의 행복도는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세계 최고 자살률, 최저 출산율 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최근 행복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대다수 사람은 나눔 활동을 통해 더욱 행복하게 느낀다고 한다. 자원봉사, 기부행위 등 나눔활동의 활성화는 ‘나눔행복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우리는 다양한 나눔을 통해 사회적 가치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제는 우리 국민 모두가 삶의 가치를 ‘행복’에 두어야 할 때다. 나눔문화 혁신을 통해 ‘나눔행복’에 매진할 때다. 이에 따라 ‘나눔행복 생태계’ 조성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1995년 ‘선진복지 원년’이 정부 주도였다면, 2022년 ‘나눔행복’은 민간이 앞장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협의회는 푸드뱅크, 자원봉사, 사회공헌, 멘토링 등 다양한 나눔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나눔문화 활성화를 위한 통합 플랫폼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나눔행복 생태계 조성’ 이라는 슬로건 아래 나눔사업 활성화 및 나눔문화 확산을 위한 대국민 온·오프라인 홍보 캠페인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⑤ 사회안전망 4.0, 사회복지 패러다임 설정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효율과 성장 중심’의 국정 운영으로 양적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반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양극화 상황에서는 새로운 사회복지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2022년 세계불평등연구소는 “한국은 서유럽처럼 부유하지만 소득과 부의 불평등은 훨씬 심각하다”고 발표하였다. 1990년대 이후 국가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10%포인트 늘어났고, 하위 50%가 차지하는 비중은 5%포인트 줄어들어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었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상위 10%가 국가 전체 소득의 47%를 차지하는 반면,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6%를 점하고 있다. 그간 경제적 성과에 치중했던 정책 방향을 국민의 행복 증진을 위한 사회안전망 4.0 구축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분배 문제, 디지털 격차와 같은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안전망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협의회는 2019년부터 ‘사회안전망 4.0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안전망 4.0 포럼에서는 사회복지 환경의 미래예측, 전략수립, 혁신방안 논의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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