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의 인구소멸 문제

지난 15년간 약 220조 원이라는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부었음에도 'OECD 꼴지 출산율'을 면치 못하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현상)'가 발생하면서 보다 획기적인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멸지역 문제를 야기시킨 원인은 구조적 불평등 문제, 우수한 인재의 수도권 쏠림, 도시와 농촌 간 격차, 고용불안, 과도한 경쟁, 차별 등 복잡하다. 결국은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방법이다.

지난 20년 동안 74개 농어촌 군지역 중 89.2%에서 인구가 감소하였으며, 고령인구비율은 평균 25.5%로서 이미 거의 모든 지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30% 지역은 초초초고령사회 수준까지 진행되었다. 고령화 수준이 가장 높은 군의 면 지역은 대부분 한계고령화에 근접하고 있으며 준한계고령화 수준도 60%에 이르고 있어 10년 후에는 한계고령화를 넘어 '초한계고령화' 수준에까지 이를 것으로 보인다. 42개 면지역에서는 모두 평균인구가 2000년 3894명에서 2014년 2835명으로 계속해서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인구 규모가 1000명 수준에 불과한 면이 2000년에는 3개 지역에 불과하였으나 2014년에는 12개 면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면지역에서 인구소멸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한계고령화로 인한 농촌마을의 공동체 붕괴는 인구유출을 촉진하여 인구소멸에 이르게 하는 기본적인 양의 피드백 구조였다. 면지역의 한계고령화와 인구소멸에 대한 시뮬레이션 분석에서는 2015년 4000명이었던 초기인구가 2029년에는 1000명 수준으로 매우 빠르게 인구소멸 현상이 나타나고 고령화 수준도 8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미 한계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면지역의 인구소멸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출산율 제고와 같이 비용은 많이 들고 구조적으로 효과를 내는 것이 불가능한 어려운 대응 정책보다는 먼저 인구유출을 줄이고 귀농귀촌 인구의 전입을 활성화 시키는 것과 같은 차원의 정책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지역에서는 지역소멸 우려 및 인구유출이 가속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의 생활지원, 정착지원, 일자리, 창업, 교육지원을 강화하고 정주환경개선도 진행할 것이다. 또 출산과 양육환경 조성, 또 어르신들이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끔 돌봄서비스 인프라 개선 등이 필요하다.

출산장려금 등 현물지원보다는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인구정책이 전환되어야 하고, 특히 청년 정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농촌지역, 도시재생지역 등 소멸지역에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회서비스 안전망이 우선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의 인구증가 억제정책을 추진하여 출산율을 낮추어 왔다. 이후 출산율은 급격하게 낮아지면서 정부가 다시 출산장려정책으로 정책을 전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인구감소는 저출산·고령화와 인구이동이라는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생산가능인구가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면서 지방은 고령자의 증가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특별법 제정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심각한 불균형에 직면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인하여 지방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소멸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복지비용 지출 증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세입 감소로 인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불균형이 가속화되었다. 이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중앙정부로의 의존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인구감소 시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과정에서 인구변화가 중요한 요인으로 반영되어야 하고 인구라는 관점에서 도시기본계획과 연계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과거처럼 인구가 증가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구감소를 접근하는 통일된 정책방향이 요구된다. 또한 지역마다 추진하고 있는 출산 장려 정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조정하여 불필요한 경쟁을 방지하고 예산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하여야 한다. 장기적으로 인구감소 시대에는 중앙정부의 교부금의 확대만으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의존성을 높이기만 할 뿐이기 때문에 공동세나 지방복지세 등의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등 지방세에 대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인구감소는 그동안의 성장 중심이 완전히 반대로 변화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의 일자리를 지방으로 옮기거나 지원금 확대로 인구감소가 해소될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만으로는 지방은 생존 자체를 장담하기 어렵다. 인구감소 시대의 변화가 하나하나 나타나고 있는 지금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재정변화가 수반되어야 지방이 생존할 수 있는 재정 활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비대면 사회에 필요한 사회서비스

글로벌 유행병 코로나19는 기존의 정책 방향을 크게 전환시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든,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사망이든 이시기 건강취약그룹의 사망률은 평상시에 비해 올라갈 것은 분명하다. 우리 사회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고령화 추세 속에 빈곤한 노인기구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가구 중 빈곤율이 40%를 넘어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빈곤한 노인가구가 보건위기의 시대에 건강취약계층으로 더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또한 세 가지 이상 질병을 가진 노인 비율이 44%에 이를 정도로 여러 질환을 가지고 있고, 장애를 가지고 허약체질(노쇠)을 가진 노인도 17~18%에 이른다. 소득하위 20%와 상위 20%사이에 질병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건강나이가 11.3년이나 차이가 난다는 보고도 있다. 65세 이상 노인자살율도 최근 OECD 국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빈곤과 노인자살이 아주 밀접한 연관성을 지녀, 소득이 낮은 노인가구일수록 생애 마지막을 자살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노인들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의료, 돌봄, 주거, 복지 등 여러 가지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정작 그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이러한 의료와 여러 사회서비스를 제공받긴 어렵다. 기존의 서비스는 분절되어있고, 연계 혹은 통합되어있지 않아 이들 서비스를 받아보려 해도 전체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가지고 있는 곳이 없다. 그러니 가족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일일이 찾아가야 하니, 어려움이 말이 아니다. 가난한 가족들은, 특히나 빈곤 노인가구는 의료정보에 더 접근하지 못하고, 평소에 건강관리가 되지 않은 채, 천식, 당뇨 등 예방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급속한 고령화와 빈곤이 가져오는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

고령화와 더불어 빈곤노인가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이에 대비해야 할까? 커뮤니티케어, 즉 지역통합돌봄은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라고 정의된다. 이 지역통합돌봄은 고령화와 건강불평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에서 고령화의 사회적 부담을 줄여주고, 건강불평등을 완화시켜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만성질환이 부담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에,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만성질환이 발생하기 전 일찍 건강관리를 해주고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차의료기관의 의사, 간호사 등 주치의팀이 필요하다. 이런 주치의팀이야 말로 지역주민들에 대해서 필요한 의료, 돌봄, 복지서비스를 연계하여 가능한 적기에 제공해 줄 수 있다. 의료, 복지, 돌봄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파편화되어있는 상황에서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필요한 의료, 돌봄, 복지서비스를 직접 생산해내거나 연계하는 의료협동조합 모델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에 매우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의료협동조합은 의료인과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시민들의 건강할 권리를 확대해온 귀한 전통을 이룩해나가고 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의 진전과 선진의료복지체계 구축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의료인과 시민들이 만든 이러한 공익적인 의료복지체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시민사회의 발전과 그 역량에 달려 있다. 선진국에서는 사회적경제 (유럽), 혹은 비영리섹터(마국)등의 접근을 통해 이러한 사회문제의 해결에 노력을 기울인 지 오래되었고, 최근에는 공공-사회적경제-사부문 간의 협력(Public-social-private Partnership)을 통하여 문제 해결을 시도하여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사회서비스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선 지역사회가 스스로 지역사회 욕구를 찾아내고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소멸지역 공공서비스 제공과 지자체의 재정부담, 환경적인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지역개발을 위해 지역 중심지를 중심으로 한 집약적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인구감소라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지역 주민이 요구하는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와 시설을 점검하고, 지역주민에게 살기 좋은 정주환경 및 공공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중심지 정비는 교육시설 즉 초등학교를 거점으로 주민요구와 생활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중심지 기능들을 접목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넷째, 나이가 들어서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주거지에서 교육, 문화, 사회서비스가 접근할 수 있게 접근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지방정부는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식을 찾아 일관되게 실천하고, 지역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 비전을 수립해 다양한 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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