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란 '돌봄이 필요한 주민(어르신, 장애인 등)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정책'(보건복지부, 2020:2)을 의미한다. 핵심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이 자기가 살던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욕구에 맞추어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세 가지 중점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주거지원 인프라의 대거 확충이다. 둘째, 찾아가는 방문건강 및 방문의료 실시다. 마지막으로 재가 장기요양 및 돌봄서비스의 확충이다. 요컨대 주거와 건강 그리고 돌봄 지원이 핵심적인 과제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적으로 제공하는 지원만으로 커뮤니티케어의 당면 목표인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계보장을 위한 물질적 지원 외 이웃 간 관계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웃관계망'이 차지하는 위상

사회(돌봄)서비스의 이념형(ideal type)을 구분해 보면 아래 <그림 1>과 같다. A영역은 집합적 연대와 제도를 기반으로 한 전통적인 복지국가 영역이다. 구체적으로 공적서비스를 제공받는 영역이다. 하지만 B영역은 다르다. 지원을 받을 만한 조건이 확인되면 서비스 제공자를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민 간 관계를 강화하는 영역이다. 이러한 이웃 간 관계에 기초하여 작동하는 영역은 결사체(주민모임), 마을만들기 등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사회(돌봄)서비스의 이념형적 분류
사회(돌봄)서비스의 이념형적 분류

출처: 김형용(2013), “지역사회기반 사회서비스와 사회복지관 –사회서비스 공급체계에 대한 비판과 대안 찾기-”,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5(1), pp.169-195.

덧붙이자면, 이러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돌봄(사회)서비스 영역은 주민이 설정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서 주민이 주도하는 지역사회의 자원과 기술을 동원하는 방식의 전략을 활용한다(김형용, 2013). 예컨대, 돌봄 욕구가 있는 당사자가 이웃주민과 함께 하는 텃밭공동체, 연극 활동, 공방(工房) 작업, 등산 모임 등 여러 가지 정체성의 결사체에 참여한다.

'이웃관계망' 강화의 영국 사례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보장의 기틀을 닦은 대표적인 국가다. 그 시발점이 바로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다. 그런데 베버리지는 1936년 작성한 한 보고서에서 자신이 시민과 지역사회의 힘을 경시하고 그 힘을 제한했음을 후회했다고 한다. 힐러리 코텀(Hilary Cottam)은 바로 이점을 지적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빼놓은 점이다. 그러면서 인간적인 돌봄의 방식을 제안한다.

핵심은 이렇다. 기존 서비스 방식인 어떻게 고치느냐는 질문 대신, 바로 그 사람 곁에 서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어떻게 도와드릴까요?'라고 질문한다. 즉 돌봄 당사자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접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맞닿음, 즉 연결을 중요하게 본다. 사람들은 단단한 인간관계를 통해 지지받을 때 변화가 일어난다. 단순하고 쉽게 협력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때 사람들은 기꺼이 참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힐러리 코텀이 고안한 '서클(circle)'이다. 50대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호혜성에 기초한 모델이다. 서클은 그저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어떤 것을 제안하고 그것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플랫폼을 통해 주민이 좋아하는 것(산책, 요리, 미술, 음악 등등) 그리고 그들이 줄 수 있는 것을 기록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기반으로 주민 모임을 결성해 운영한다. 이러한 이웃 간 만남은 관계에 기초하여 소소한 돌봄을 서로 간에 제공할 수 있는 구실이 된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전구를 고치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을 돌봐줄 사람, 관심사가 비슷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한 친구 같은 사람들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

'이웃관계망' 강화의 국내 사례

우리 사회에서도 돌봄의 대상화와 관료화를 넘어선 사례가 있다. 이 역시 주민의 역량을 살린 이웃관계망 구축이 핵심이다. 먼저 복지관의 뜨개질 동아리 사례다. 사회복지사가 복지관 경로식당을 이용하는 000 어르신께 여쭈었다. 평소 손수 뜬 수세미를 직원들에게 선물하곤 했던 어르신께 뜨개질을 배우고 싶은 동네주민에게 가르쳐 주실 수 있는지 여쭤봤다. 우여곡절 끝에 동아리가 시작되었고 관계는 깊어졌다. 참여자와 어르신의 얘기를 들어보자.

김00: "지역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유대감 같은 것도 없었는데 …. 취미 활동을 통해서도 소속감을 느끼고, 유대 관계를 느낄 수 있어서 좋고요."

000 어르신: "이렇게 젊은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뜨개질 하게 해줘서 고마워. 나 같은 사람이 뭐 할 줄 아나? 동네에 아는 사람들도 없었어. 그런데 이렇게 사람들 만나면서 나도 배우고 너무 고마워"

000 어르신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복지 또는 돌봄의 대상자다.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물론 당장의 생존을 위해 도움을 받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일방향의 지원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인간은 누구나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실제로 서로의 인격과 체면을 인정하는 ‘주고받음’의 과정을 통해 개인은 호혜적 의무의 고리로 엮인 '사회'의 일부가 되기(정택진, 2021) 때문이다.

하나의 사례를 더 살펴보자. 최근 중장년 남성의 고립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한 중장년 남성 탁구동아리를 운영한 경우다. 아래는 담당 사회복지사가 정리한 내용이다. 요약하자면, 참여자는 바깥 활동을 할 수 있어 자신감이 생길 뿐만 아니라, 이웃과 함께 할 수 있어 재미도 있었다고 한다.

"동아리에 참여한 남성 가운데 뇌 손상을 입어서 언어 표현이 자연스럽지 못한 분도 있었고, 평소 할 일이 없어서 집에만 계시는 분도 있었다. 평소에 겪는 어려움은 여전했지만 탁구를 함께 치며 이웃을 만날 때는 표정이 밝았다. 내가 관심 있는 활동을 이웃과 함께할 수 있을 때 기쁨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것 같았다."

나가며: '새로운' 돌봄을 위해

몸이 불편한데 도와줄 사람이 없을 때 정기적이고 일상적인 공적 돌봄서비스는 매우 긴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만으로 일상의 행복을 누리기란 쉽지 않다. 국가 중심의 사회보장시스템은 인간의 문제와 욕구를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하여 사회구성원들의 집합적 연대와 참여를 제도화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와 욕구의 다양성과 다면성을 간과함으로써 지역의 자발적이고 자생적인 회복능력을 해체했다(한동우, 2013)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회복능력'은 쉽게 풀자면, 주민들이 동네에서 재미있고 즐겁게 주체적으로 살 수 있고 서로를 돌볼 수 있는 능력일 것이다.

'새로운' 돌봄은 이렇듯 기존의 돌봄에 더해, 주민의 역량과 이웃의 힘을 믿는다. 핵심적인 목표를 아래 <표 1>과 같이 간명하게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문제와 해결에서 좋은 삶의 성장으로, 둘째, 필요의 관리에서 역량 개발로, 셋째, 매매와 거래의 문화에서 모든 관계의 포괄로 등이다.

20세기 복지에서 21세기 근본적 돌봄

출처: Cottam, Hilary(박경현 외 역, 2020) 「레디컬 헬프 -돌봄과 복지제도의 근본적 전환-」, 착한책가게.

요약하면,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강점을 발견하는 것, 이웃과 동네 활동을 통한 재미와 즐거움을 키우는 것, 결국 이렇게 ‘이웃관계망’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런데 이런 이웃관계망은 저절로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복지관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복지관은 복지 욕구에 대한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보다는 지역사회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주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상호성을 증진하기 위한 교류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한동우, 2013).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실천은 전문가의 관점에 따른 일방적 개입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생활의 관점 또는 주민의 관점에 따라 지지와 참여를 촉진하는 것이 실천을 위한 관건이다.

 

참고문헌

김승철(2021), 중년인 당신과 모임으로 만나다, 구슬꿰는실.

김형용(2013), “지역사회기반 사회서비스와 사회복지관 –사회서비스 공급체계에 대한 비판과 대안 찾기-”,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5(1), pp.169-195.

보건복지부(2020), 지역사회 통합돌봄 자체 추진 가이드북.

정택진(2021), 동자동사람들, 빨간소금.

이가영(2020), 동네이웃과 모임으로 만나기, 구슬꿰는실.

한동우(2013), “지역기반의 복지공급체계: 사회복지기관의 역할과 네트워크”,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5(3), pp.285-311.

Cottam, Hilary(박경현외 역, 2020) 「레디컬 헬프 - 돌봄과 복지제도의 근본적 전환-」, 착한책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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