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을 충실히 마무리하기 위한 준비를 일본에서는 종활(終活)이라고 한다. 죽음에 대한 준비는 우리나라에서도 묏자리를 알아보고, 영정사진을 찍어두거나 유산을 미리 배분하는 등 예전부터 있던 것들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가족과 지역공동체 기능의 약화, 독신 사회의 가속화 등으로 인해 죽음에 대한 준비가 점차 개인화되고, 거기에 고립과 빈곤이라는 기존의 문제가 더해지면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일본 노인들이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종활, 죽음에 대한 준비활동

일본에서는 취업활동을 줄여서 취활(就活), 결혼 준비를 혼활(婚活)라고 하는 등 활(活)이라는 글자를 붙여 사회적 트렌드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종활은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의 줄임말로 2010년경부터 등장해 관심을 모으면서 일반용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종활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장례나 묘지 준비, 유언장 작성, 재산상속, 주거 및 가재처분, 각종 사후 행정처리 등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종활은 단순히 임종에 대한 준비 작업이라는 의미를 넘어, 남은 인생을 고민함으로써 현재를 보다 충실히 살아가기 위한 활동이라고도 일컫는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종활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약 96%가 알고 있고, 80% 이상이 종활을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는 ‘죽을 때를 위한 준비(장례식, 묘지 등)’가 약 72%, ‘인생 후반기를 활력있게 살기 위한 준비’가 25%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에서는 후자를 선택한 비율이 약 35%를 차지했다. 장례식 등 단순한 사후처리 준비를 넘어, 생을 되돌아보면서 남은 삶을 보람 있게 보내려는 활동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도 죽음에 대한 준비는 예전부터 가족이나 친지와의 관계 하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거나, 딱히 준비를 않더라도 사후에 어떻게든 해결되는 것으로 여겨졌던 문제들이다. 더불어 지역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레 이루어지던 상부상조 기능의 역할도 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핵가족화, 독신세대 증가, 지역공동체 쇠퇴 등으로 죽음이 더 이상 가족이나 마을의 일이 아닌 개인의 일이 되어버렸다.

특히 독거노인의 경우 고독사의 잠재적 대상이라는 점에서 죽음에 대한 준비가 중요한 생활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의 노인세대에서 독거노인의 비율은 약 30%를 차지한다. 높아지는 미혼율과 이혼율,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노인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될 것이 전망된다는 점에서 종활에 대한 관심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종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나 기업이 종활지원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이를 전문으로 하는 종활 코디네이터 민간자격증도 등장했다. 아래에서는 종활 지원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자체 지원활동: 요코스카시의 종활지원사업

요코스카시에서는 독거노인과 무연사(무연자의 죽음) 증가가 지역과제로 인식되면서, 그 방지를 위해 2015년부터 종활 지원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첫째, ‘엔딩 플랜 서포트 사업’이다. 독거노인 중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장례식이나 묘지(납골당) 준비 등이 어려운 경우, 시에서 상담을 거쳐 사후 제반 처리 사항 등을 확인한 후, 저렴한 가격의 장의 회사를 소개해 장례 및 유품정리 작업에 대한 사전계약을 체결하고, 지원 계획서 작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둘째, ‘종활정보 등록 전달사업’이다. 독거노인 등 돌봐줄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경우, 유언장이나 엔딩노트 등 종활을 충실히 했다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그런 수고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요코스카시에서는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종활정보 등록 전달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유언장, 엔딩노트, 긴급 연락처 보관 장소, 장례식 계약 내용이나 묘지 주소, 장기기증 의사 등을 생전에 등록해 사후에 본인이 지정해둔 기관이나 개인에게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장례식 및 사후 신변 정리를 원활히 함이 목적이다.

요코스카시의 종활지원 사업은 지자체 중에서는 선구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엔딩 플랜 서포트 사업의 실시 배경을 보면 다소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업 이전, 요코스카시에서는 무연고자나 돌봐줄 사람이 없는 독거노인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화장비용과 납골당 확보 등 행정 비용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엔딩 플랜 서포트 사업이 구상됐다. 기댈 곳 없는 독거노인이 저렴한 비용으로 스스로 생의 마무리를 준비하게 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삐딱하게 보자면 무연고사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함이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배경이야 어찌 됐건 매년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 독거노인에게는 중요한 복지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복지 전문기관 지원활동: 후쿠오카시사회복지협의회의 사후사무 지원 사업

후쿠오카시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종활 지원센터를 설치해 홀로 사는 노인들의 사후사무 지원을 위한 ‘안심평안사업(회원제 방식)’과 ‘평안 패키지사업(보험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 안심 평안 사업 | 회원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후사무 대행 서비스로 대상 연령은 70세 이상이고, 입회비 1만5000엔, 연간 이용료 1만 엔이다. 그 외에 장례비용과 가재처분 비용을 예탁해야 한다. 장례비용은 본인이 원하는 장례방식에 따라 다르게 설정되지만, 일반적인 장례비용이 최소 50만 엔 정도인 점을 감안해 최소금액을 50만 엔으로 정하고 있다.

가재처분 비용은 업자의 견적서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장례식 이외에도 안부확인이 기본서비스에 포함되며, 추가 비용을 내면 입·퇴원 지원, 서류보관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19년 8월 기준 가입자는 100여 명 정도이고, 사후처리 건수는 5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 평안 패키지 사업 | 안심 평안 사업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서비스로 확대하기 위해 보험 방식을 채용한 것이다. 가입연령도 40세 이상 90세 미만으로 설정해 이용대상을 노인뿐 아니라, 고독사 등 불안을 느끼는 다양한 층으로 확대했다.

이용료는 가입자의 연령과 건강 상태에 따라 3000엔부터 7500엔까지로 설정되고, 중도 해약해도 환급은 되지 않는다. 보험 방식이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선 회원 명의로 장의회사가 판매하는 생명보험(소액단기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협의회가 매월 받는 이용료로 보험료를 납부한다. 단, 보험금 수령자 명의를 협의회로 설정한다.

가입자 사망 시 보험금(대략 50만 엔)을 수령해 장례식 및 가재처분 등을 관련 업자에게 위탁하게 된다. 장례식은 약관에 따라 조문객 등은 받지 않고, 사망 24시간 후에 화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안부 확인은 무료로 제공되지만 안심 평안 사업과는 달리 추가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안심 평안 사업은 경제적으로 조금은 여유가 있어서 이용자가 서비스의 질과 양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반해, 평안 패키지 사업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8월 기준, 가입자는 30여 명으로 사업 실시 2년째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실적이다.

후쿠오카시사회복지협의회의 사업과 유사한 서비스가 상조회사 등 민간 기업을 통해서도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와 관련된 기타 상담과 연계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사회복지협의회라는 믿음직한 조직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 독거노인은 고독사나 사후처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임대주택 입주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평안 패키지 사업을 이용하는 독거노인들은 협의회가 담보한다는 점에서 사후처리 걱정이 없고, 안부 확인을 기본 서비스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고독사 위험도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후쿠오카시사회복지협의회는 독거노인 등의 주거알선지원과 관련해서도 평안 패키지 사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종활 사업이 사후사무 대리를 넘어서 신분보증 기능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NPO 법인 호우보쿠의 ‘느슨한 커뮤니티를 통한 임종 함께하기’

이번에는 조금 다른 관점의 사례다. NPO 법인 호우보쿠는 기타큐슈시에 있는 ‘외톨이를 만들지 않는 사회 실현’을 추구하는 비영리 단체다. 노숙인 지원이 주요 활동이지만, 지역복지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중 호조회 활동은 노숙 경험자 등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이 자유로이 드나들며 교류하는 커뮤니티로, 마을이나 행정구역 단위의 모임이 아닌, 입소문에 기댈 곳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의 모임이다.

월 500엔의 회비로 운영되고 몇몇 거점을 중심으로 취미, 자원봉사, 생일파티 등 이벤트를 열거나, 병문안, 안부 확인 등 다양한 상부상조 활동이 이루어진다. 한편, 회원이나 가족 사망 시에는 함께 모여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 가족이나 친지가 없고 장례를 치를 돈이 없더라도 호조회에서 목회자를 불러 함께 영결식을 올린다.

이처럼 느슨한 커뮤니티를 통해 가족과 지역사회가 맡았던 관혼상제와 관련된 상부상조를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같은 마을에 살더라도 자치회나 마을단위로 이루어지는 지역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변화되기 쉬운 독거노인이나 고립 상태에 있는 주민들끼리의 새로운 커뮤니티가 형성된 것이다. 호우보쿠의 호조회는 태어나 자라고 살고 있는 지역사회기반 커뮤니티가 아닌, 소외된 사람들이 모인 느슨한 커뮤니티다. 여기에서 본인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생의 마지막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느슨한 커뮤니티라고 표현했지만, 그 정서적 유대나 소속감, 상부상조 기능은 결코 느슨하지 않다.

종활 지원의 의미와 과제

일본의 종활에 대해서 알아보고, 다양한 차원의 종활 지원 사례를 소개했다. 요코스카시는 행정이 주축이 되어 장의업자와 시민을 이어주는 종활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후쿠오카시사회복지협의회는 사후사무 처리 문제라는 주민욕구에 맞춰 새로운 사회서비스를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모델을 고안해 지역복지의 주요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한편, 비영리법인 호우보쿠의 사례에서는 홀로 사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인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가족과 지역사회의 자조, 호조기능이 약화되면서, 가족이나 지역이 해오던 임종 지원이 점차 지자체, 복지 전문직, 시민조직의 역할로 여겨지기 시작했고, 실제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하는 것이 복지국가라 했던가. 우리의 사회복지 분야에서도 임종 준비와 관련된 지원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나아가, 혼자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 즉 고독사를 두려워하는 일부 소외된 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을 넘어, 인생의 마지막 장을 스스로 준비하고 만족스러운 임종을 맞이하도록 지지하는 적극적인 의미의 종활 지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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