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독일의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22%에 달하며 2050년에는 약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독일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 치매 전략’을 발표했다. 독일의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제도와 국가 치매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한 대표적인 시민단체 ‘독일 알츠하이머 협회 e.V’가 발표한 통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치매 유병률은 8.5%로 약 153만명에 달한다. 이 수는 매년 4만명씩 늘어나 2050년에는 약 2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치매환자 중 상당수는 가정에서 돌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전담하는 보호자들은 육체적·정신적인 부담, 직업 포기, 사회관계 단절 등의 문제들을 겪고 있다. 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독일 정부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여러 가지 지원제도를 확충시켜 나가고 있다.

장기요양등급 취득에 따른 혜택

2017년 새롭게 정비된 장기요양등급은 총 5등급으로 나뉜다 . 치매환자 는 요양등급 심사를 담당하는 MDK(Medizinischer Dienst der Krankenversicherung)의 기준에 따른 등급을 획득한 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요양등급을 획득한 치매환자가 가족, 친지의 돌봄을 받을 경우 지원금 지급 또는 방문요양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두 가지를 중복해서 받는 것은 최대 6개월까지 가능하다. 보호자가 환자를 전담할 때 가사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건강보험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가사도우미 서비스를 연간 최대 26주까지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전국의 다양한 복지단체에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의 돌봄서비스가 제공된다. 환자들은 전문 인력 지도하에 소규모로 인지, 기억 훈련·체조·미술·공작·요리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식사와 간식도 제공받는다. 이들이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보호자들은 자유시간을 갖고 본인의 일을 처리할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하루 이용 금액은 45~90유로(약 6~11만원)이다. 이 서비스 이용에 지원되는 액수는 요양등급에 따라 다음과 같이 상이하다.

주간센터 총 이용금액이 지원 액수를 넘을 경우 개인부담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요양등급 3등급을 받은 대상자가 하루 비용 74유로(약 10만원)인 주간 돌봄센터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달 이용할 경우 1480유로(약200만원)가 필요하다. 본인의 요양등급에 의해 1298유로(약 175만원)를 지원받고 난 후 차감된 182유로(약 25만원)는 개별 부담해야 한다. 단 어려운 형편으로 인하여 개인부담이 어려운 경우 사회복지청에 신청서를 내면 추가 비용 지원에 대한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환자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또 다른 서비스는 휴가·질병 돌봄이다. 보호자가 휴가·질병으로 인해 돌봄이 불가능할 경우 최대 6주 동안 환자를 요양시설에 체류하게 할 수 있다. 요양등급 2~5등급을 받은 환자 중 최소 6개월 동안 집에서 돌봄을 받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지원금액은 동일하게 1612유로(약 220만원)로 이를 초과할 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또한 치매환자가 질병, 사고로 인한 입원치료 후에 사정으로 인해 자택으로 바로 가기 어려운 경우 전문 요양시설에 체류하면서 단기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요양등급 2~5등급을 받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최대 8주, 1612유로(약 220만원)가 지원된다. 환자와 보호자 필요에 따라 휴가·질병 돌봄과 단기 돌봄서비스를 결합하여 최대 42∼56일, 3224유로(약 440만원)를 한 번에 신청할 수도 있다.

독일의 자원봉사제도는 오랜 역사 속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현재 전국의 사회복지 기관에서는 전문가의 지도하에 봉사 인력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치매환자·가족을 위한 시민단체 ‘e.V’에서도 15년 전부터 자원봉사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번 2~3시간 동안 치매 환자의 집을 방문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 동안 보호자는 집안일을 하거나 개인 용무를 볼 수 있다. 요양등급을 획득한 치매환자는 매월 기타 서비스 사용을 위해 125유로(약 17만원)를 받는다. 이 지원금으로 자원봉사에 대한 이용료를 지불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보호자의 보살핌과 방문요양서비스를 통한 환자 돌봄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요양시설 거주를 고려해볼 수 있다. 시설 거주 비용은 요양등급에 따라 최대 2005유로(약 270만원)까지 보조된다. 장기요양등급에 따른 혜택에 대한 상담은 요양·돌봄 전문 상담기관(Pflegestu¨ tzpunkten)에서 받을 수 있다. 이 기관은 독일 전역에 설치되어 있으며, 주중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화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치매환자·가족을 위한 정보제공과 활동

독일의 치매 지원제도에서 중요한 부분은 환자 가족에 대한 정서적 지원과 지속적인 소통이다. 전국의 치매 관련 복지기관과 시민단체들은 보호자들끼리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정기 모임을 주최하고 있다. 이 모임은 이른바 ‘스스로 돕기(Selbsthilfe) 활동’으로 보호자들은 함께 치매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다.

치매 가족을 돌보기 위해서는 치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환자에게 필요한 지원 혜택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환자·가족을 위한 시민단체 ‘e.V’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치매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법률적 정보, 장기요양등급 신청과 혜택 살펴보기, 보호자의 돌봄 어려움에 대한 극복, 입원 치료, 환자의 생애 마지막 순간에 대한 준비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이 시민단체가 독일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전화(Alzheimer-Telefon fu¨ r Betroffene und Angeho¨ rige)’ 서비스도 가족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보호자가 전화를 걸면 치매에 대한 지식·실제 사례에 대한 경험이 있는 상담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02년 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로 매년 5000~6000건의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독일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사이트 ‘치매 안내(Wegweiser Demenz)’에서는 전문치료병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네트워크 기관에 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국가 치매전략’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법적 문제 해결을 위한 안전망 구축과 자기 결정권 보장

치매의 대표적 증세는 인지기능 장애다. 발병 후 기억력 감퇴, 주변 사람 구분 불가능, 행위에 대한 인식 불가능 등의 인지능력 문제가 생긴다. 치매 환자의 병증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어 행위무능력 상태가 될 경우에 대비해서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법적 문제에 대한 대리권을 부여할 수 있다. 이를 ‘예방적 대리권(Vorsorgevollmacht)’이라고 한다.

예방적 대리권자는 가족구성원 또는 임의대리인이 맡을 수 있으며 여러명 지정도 가능하다. 만약 예방적 대리권을 부여받은 관계자가 당사자인 치매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의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그 권한이 박탈되며 법원에 의해 성년후견인이 지정될 수 있다. 또한 예방적 대리권을 부여받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서 치매환자의 법적 문제를 돌봐줄 수 없는 경우에도 법원에 의해 성년후견인이 배정될 수 있다. 독일은 성년후견과 관련된 업무를 전담하는 성년후견청(Betreuungsbeho¨ rde)이 별도로 신설되어 있다. 성년후견청과 협력하여 전담인력들이 활동하는 성년후견지원단체도 전국적으로 840여 개에 달한다.

치매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Patientenverfu¨ gung)가 존재한다. 이것은 생명 연장 및 특정 치료에 대한 본인의 의사를 미리 서면으로 남겨두는 공적인 문서로서 환자의 증세가 심각해지기 전에 담당 의사의 동의하에 스스로 작성할 수 있다. 예방적 대리권자와 성년후견인은 법적 문제 결정권이 있지만 이 문서를 단독으로 작성할 권한은 부여받지 않는다.

국가 치매 전략(Nationale Demenzstrategie)

독일정부는 2020년 9월 ‘국가 치매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의 목표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더 나은 생활 환경 즉 ‘치매 친화적’ 환경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가 치매 전략’ 주요 내용은 4개 중점 분야로 나누어진다.

첫째, 치매 환자들이 자신의 생활 공간에서 사회 참여가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노령인구 비율이 높은 지방에서 치매환자에 대한 편리성과 관심사를 고려하여 도시계획을 설계하고, 이들을 위한 맞춤 공간을 건설한다.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가 가능한 대화 장소, 치매환자를 위한 문화·스포츠 교육기관 제공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치매 환자와 가족에 대한 돌봄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치매환자 가족의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건강서비스와 상담 지원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이다. ‘치매환자를 위한 지역연합(Lokale Allianzen fu¨ r Menschen mit Demenz)’은 치매 환자와 가족이 자신의 거주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역 네트워크로서 독일 전역에 500여 개가 분포되어 있다. 국가 치매 전략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150여 개의 네트워크가 더 신설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치매환자와 가족의 정보 접근에 대한 편리성을 높이고, 지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더 신속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의료 및 돌봄 서비스가 더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병원·요양 시설의 치매환자 치료를 위한 더 나은 인프라가 확충될 수 있도록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치매환자를 전담으로 돌볼 수 있는 전문 돌봄 인력 육성도 강화될 것이다.

넷째, 우수 연구 촉진을 위한 지원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치매 연구 프로젝트에는 연구 의사, 요양보호전문가, 심리치료사, 노인학 연구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다. 유럽연합의 치매연구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공동 프로그램도 육성될 것이다. 치매환자를 돌보고 있는 가족들의 심리상태, 경제적 어려움, 주변 환경 등을 분석하는 연구의 확대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장기 프로젝트인 국가 치매 전략은 매년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를 2026년에 검토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보다 효율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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