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G는 21세기 투자전략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투자의사결정을 할 때 투자대상기업의 경제적 성과 전망과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배구조를 고려하였다. 이익예측치와 같은 경제적 성과는 주가를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변수이며 지배구조는 일반 주주의 가치가 침해당하지 않게 지켜주는 보호장치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 사회책임투자(SRI)나 행동주의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은 주로 사회적 가치나 개인의 신념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환경과 사회적 측면을 고려하기는 했지만 주류가 아니라 예외적인 투자 방식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기후변화를 포함한 환경파괴 및 자원고갈 그리고 소득불평등을 비롯한 다양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환경 및 사회적 성과와 같은 비재무요인이 투자자의 투자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고 따라서 이를 평가하여 투자의사결정에 고려하게 된 것이다. 비재무적 요인이 중요해진 것은 소비자, 종업원, 지역사회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활동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행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거치면서 극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했으며 이제 코로나19와 상관없는 21세기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평가요소인 경제적 성과와 지배구조 외에 환경 및 사회를 고려하지 않으면 투자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투자위험은 장기적인 기대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당연히 투자대상기업의 사회 및 환경성과를 평가하여 투자의사결정에 활용함으로써 위험을 관리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이다. 그리고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회수하거나 또는 대출에 대해 높은 이자비용을 요구하면 자본비용이 높아져 기업가치가 나빠지므로 ESG 평가 점수를 높게 받기를 원한다. 결론적으로 투자자가 비재무적 요인을 고려하여 투자하는 전략을 ESG투자라 하고 이런 투자자 행동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경제, 사회 및 환경)을 관리하는 것을 ESG 경영이라 부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속가능경영의 큰 그림 아래에서 투자자들에 초점을 맞춘 접근을 ESG 경영이라 부를 수 있다.

△ ESG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환경,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는 모두 기업의 투자위험에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다 중요하다. 굳이 차이점을 들면, 기후변화로 대표되는 환경 이슈는 보다 나은 삶을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넘어서서 인류의 위기로 직결될 결정적 이슈라는 국제적인 공감대가 이미 형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영향이 다른 요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 따라서 환경 이슈 대응에 소홀하면 기업의 존속이 어렵다. 한편으로는 그런 공감대가 사업기회를 제공해서 기후 비즈니스는 향후 21세기 가장 유망한 비즈니스가 되었다. 따라서 기업도 환경 투자를 가장 우선적시 해서 위험 관리뿐 아니라 미래 유망한 사업기회를 선점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과 역할을 핵심으로 하는 지배구조는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 그 자체이므로 기업의 환경 및 사회적 성과를 결정한다는 점에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업의 투명성, 공정경쟁, 부패 등과 관련된 윤리경영 등은 지배구조에 달려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는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사회의 구성과 역할, 사외이사의 역할, 이사회 내 위원회의 역할 등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어렵다. 우리 기업들이 앞다퉈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만들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외에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중간에 위치한 영역이 사회적 이슈이다. 환경보다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절박함이 모자라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같은 큰 사업기회를 제공하지도 못한다. 지배구조와 같이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 조직에 관한 것도 아니고 잘못될 경우 결정적으로 기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상대적으로 작다. 그리고 환경이나 지배구조 요소는 비교적 많은 객관적 자료에 의해 계량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데 비해 사회적 측면의 성과는 정의와 측정이 어렵고 데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ESG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평가기관 간 평가결과의 편차가 극심한 경우가 많다. 2019년 BNP Paribas의 글로벌 ESG 조사에 의하면 응답한 투자자의 46%가 ESG 중에서 ‘S’가 가장 분석과 투자전략에의 반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성과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로 표시되는 다양성, 평등 및 포용성 이슈는 기후변화와 함께 UN지속가능발전목표(SDG)의 핵심일 뿐 아니라 블랙록과 같은 ESG 투자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S’가 다른 요소만큼 기업의 위험과 무형자산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대두되었다.

사회(S)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전 세계 수백 개에 이르는 ESG 평가조직 중에 대표적 평가회사들의 사회 평가요소를 분석하면 가장 공통적이면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종업원 관련, 노동관리 실무, 직업보건 및 안전, 다양성과 포용성, 종업원 혜택과 고용유지, 종업원 교육훈련, 차별방지가 있다. 소비자 관련에는 고객 건강과 안전, 마케팅과 라벨링, 고객 프라이버시가 포함된다. 기타 요소로는 지역사회, 공급망, 공공정책 기여 등이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지만 평가요소 중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종업원이며 그다음으로 고객, 지역사회 공급망 등이 중요하다. 사회적 평가 대응의 핵심은 이들 이해관계자와 관계 유지와 커뮤니케이션이며 구체적으로 신뢰, 이해관계자 관여(Engagement), 포용성, 다양성, 인권, 정신 건강, 소득평등, 양성 평등 등이 중요한 평가요소가 된다. 하버드 로스쿨의 지배구조 포럼에 기고된 논문(2020.6.) 'Time to Rethink the S in ESG'에서 저자들은 ESG 시대에 강조해야 할 다섯 가지 이해관계자별 주요 이슈를 지적하고 있다.

첫째, 종업원 이슈는 노사관계, 참여(Engagement), 노사단체협약 등에 관한 것이며 평등, 다양성과 포용성, 징계, 건강 및 안전 이슈 등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들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종업원과 관련된 ESG 평가요소에 대한 대응이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되겠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인적 자본 개발은 이직률, 고용유지, 교육훈련, 생산성 장기 인센티브 등의 평가요소가 포함된다. 코로나19 위기가 종업원 이슈를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만들면서 코로나19 위기는 종업원 교육과 역량개발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둘째, 고객은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다. 사회적 자본으로 분류될 수 있는 고객 프라이버시와 고객 복지뿐만 아니라 제품 품질과 안전 그리고 보안 등 제품책임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 외에도 판매 관행과 제품 라벨링도 중요한 요소이며 제품 접근 및 구입가능성 등도 평가한다. 예를 들면, 최근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특허권 포기 논쟁도 제품에 대한 접근성과 구매가능성 등의 이슈로 볼 수 있다.

셋째, 인권 이슈는 종업원, 지역사회, 고객 및 공급망에서 발생하며 특히 글로벌화 된 비즈니스에서는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UN과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인권헌장 준수가 평가요소가 될 수 있다.

넷째, 데이터와 IT 보안은 사회적 평가요소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사회적 자본의 하나로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는 예들 들면 이사회 구성원 중 IT 보안에 대한 식견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지만 비대면 사회로 급격히 이행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 사회전반에 대한 기여가 중요한 평가요소이다. 지역사회와 사회 전반에 대한 기여는 상대적으로 큰 비중을 가지지는 않지만 업종에 따라서는 아주 중요하다.

△ 코로나19 이후 사회공헌 방향은?

우리나라의 사회공헌활동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후원, 자선 및 기부 등은 ESG 평가체계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단순히 사회를 위한 이익의 배분이라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적 활동이 아니므로 장기적으로 투자수익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그 자체라 문제가 아니라 그 활동이 만들어 내는 영향(Impact), 즉 창출된 사회적 가치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것이 기업의 장기적인 비용절감, 수익창출, 무형자산 가치 향상 등에 연결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몇 가지 성공사례를 들면, 미국의 타이슨푸드가 2016년 시작한 교육수준향상 아카데미(Upward Academy)는 영어, 중고등 교육, 시민권, 재무 및 디지털 문맹퇴치 등 교육에 주력하여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종업원 참여, 고용유지, 지역사회 관계 관리 등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HP는 2019년 2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비영리단체 First Mile Coalition과 파트너십을 맺고 아이티에 플라스틱 세척 및 가공 공장을 건설하고 폐플라스틱을 주민들로부터 구매하여 재활용한 폐플라스틱으로 랩탑 컴퓨터와 프린터 카트리지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아이티에 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HP도 그린 비즈니스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플라스틱 원재료 조달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제 지역사회 및 사회 전반을 위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도 활동 그 자체보다는 활동의 영향(Impact)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그 영향이 단순한 일회성 사회봉사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재창출하는 원동력이 되는 사업 모델의 개발에 주력하여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문성을 가진 NGO나 다른 비영리단체와의 파트너십은 좋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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