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부터 코로나19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사회공헌을 전면 바꿔놓았다. 기업 및 비영리기관들은 대면으로 진행되던 활동들을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온라인에서도 최대한 비슷한 사용자 경험과 몰입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코로나19가 앞당긴 온라인 교육기부와 멘토링에 대해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지, ICT 툴에 대한 활용방법과 고려할 점에 대해 살펴본다.

△ ‘디지털화’의 중요성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의 비대면에 대한 대안으로 대부분 '디지털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디지털이 능사는 아니다'이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이것이 과연 디지털이 아니었어도 잘 했던 일인가?'이다. 예를 들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며 복지관 담당자의 디지털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 플랫폼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수많은 콘텐츠를 플랫폼에 올려놓기만 한다고, 의무적으로 교육시간을 이수하도록 한다고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Why(목적)'보다는 'How(과정)'에 집중을 하게 마련이다. 복지관의 의사결정자와 담당자들이 왜 디지털 역량을 향상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교육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실제 교육을 통해 역량이 향상되어 다시 기관에 긍정적인 비즈니스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가시적으로 보여져야 '교육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를 차치하고도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의 활용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타깃(사회공헌 대상자, 소셜섹터 임직원, 다양한 이해관계자)이 밀레니얼이나 Z세대와 같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세대)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검색하고, 틱톡을 쓰는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그들에게 가장 익숙한 플랫폼과 채널의 활용이 불가피하다.

△ 사용자 몰입도를 위한 다양한 ICT 툴의 장점 활용

작년 261명의 개발자 및 디자이너와 ICT 기술을 활용하여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문제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보는 콜포코드 글로벌 챌린지, 온라인 해커톤을 진행했다. 당초 대면 이벤트로 기획하다가 연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급작스럽게 온라인 해커톤으로 전환했다. 이를 위해 Slack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팀도 짜고, WebEx Event로 온라인 교육도 하고, Slido로 실시간 질문도 받고, 녹화한 동영상을 Watson Media 플랫폼에 올리고 공유했다. 각자 프로젝트 사이트에서 참여하는 50개 참가 팀들이 보다 소속감을 느끼고 해커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팀별 개별 장소로 티셔츠와 피자를 보냈다. IBM 멘토들이 팀별로 일대일 기술자문 멘토링을 제공하고, 3개 트랙으로 나누어 심사를 진행했다. 261명 최초 등록, 216명 해커톤 실제 참여(전환율 83%), 3개 팀 11명만 해커톤 발표에서 기권하여 처음 진행했던 온라인 해커톤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완료할 수 있었다. 등록부터 3회 교육과 기술자문 멘토링, 최종 해커톤까지 몇 달에 걸쳐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참가자들이 온라인 프로그램만으로 소속감, 몰입감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촘촘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었던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다양한 화상회의 툴, 아이디어 회의나 디자인 씽킹 워크숍을 위한 툴, 공동 문서 작업이 가능한 툴, 멘토링 일정을 조율하기 위한 캘린더와 초대 툴 등 목적에 맞는 디지털 툴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대면 활동 못지않은 경험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툴보다도 앞서 강조했던 것처럼 접점이나 노출이 적을 수 있는 디지털 속에서 대상자가 지속적으로 소속감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동인을 디테일하게 기획하고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디지털이 가지는 장점을 극대화하여, One Source Multi Use(하나의 콘텐츠로 다양한 활용), 시공간의 제약을 초월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볼 수 있다.

△ What’s Next : 디지털 사각지대 등 고려할 점

비대면으로 대체되면서 부상할 디지털 기술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려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입견이 있진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도서산간 지역에는 스마트 기기가 없을 것이다', '장애인은 온라인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것이다. 메이커 교육실천 활동을 할 때, 오히려 도서산간 지역이 대기업에서 기부한 PC, 태블릿 등의 스마트 기기를 학생 수 대비 훨씬 잘 갖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느린학습자의 독서교육을 지원하는 피치마켓의 경우, 1:1로 지원을 하니 자폐성 장애인을 비롯한 느린학습자의 온라인 독서교육에 대한 선호도와 학습효과가 더 좋았다는 피드백도 들었다.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이 아니라, 명확한 대상자를 설정하고, 정확한 상황과 반응을 살필 필요가 있다.

일자리의 양적 성장도 중요한 해결과제이지만 이를 넘어 일자리의 질적 성장의 필요성은 더욱 시급하고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기존의 생산직 노동자(Blue Collar)나 사무직 노동자(White Collar)가 아닌 새로운 직업 계층인 '뉴칼라(New Collar, 인공지능, 사이버보안/정보기술 분야 등)'에 대한 요구는 더욱 강조되고 있고, IBM은 뉴칼라 인재 양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한편, 뉴칼라 인재들에게 열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고등학교·전문대 5년제 통합교육 P-TECH이다. 현재는 전 세계 28개국에 241개 이상으로 확산되어 P-TECH 학교에 수만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고, 650개 이상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이 산업계 파트너로 참여하는 등 꾸준하게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은 매 분기 기업의 임직원과 멘토링을 하고, 산업계 전문가의 특강에 참여하며, AI동아리를 통해 디자인 씽킹 워크숍부터 AI챗봇을 프로토타이핑해보는 등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교육과정에서 경험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코로나19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P-TECH 학교 간 온라인 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다. 학생들이 공교육 속에서 산업계가 요구하는 역량을 빠르게 그리고 제대로 익혀 스킬갭(조직이 필요로 하는 역량 수준과 구성원이 가진 역량의 차이 혹은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수준과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의 역량 차이를 의미)을 줄이고 사회에 진출하여, 직업 현장에서 한몫을 당당히 해내는 것이 P-TECH의 역할이어서, 멘토링을 통해 임직원이 직접 학생들을 주기적으로 만나 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P-TECH 글로벌 가이드에 따르면 멘토링은 △역량기반 △일관성 △학교 프로그램과 연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커리어를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관심 분야의 유경험자로서 전문성을 나누고, 멘티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각 과정마다 필요로 하는 주제(진로, 진학, 취업 등)들을 일관성 있고, 연속성 있게 다루고, 이러한 멘토링 활동이 학교 프로그램과 연계되어 시너지를 낼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P-TECH 학교인 '서울 뉴칼라 스쿨' 멘토링 프로그램에서는 저학년 때는 멘토-멘티 간 관계형성, 진로상담 등 보다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등을 멘토가 코칭해 주는 것과 같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주제를 다룬다.

'멘토'라는 단어는 〈오디세이(Odyssey)〉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일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그의 친구인 멘토에게 맡긴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여 년 동안 멘토는 왕자의 친구, 선생,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봐주었다. 이후로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주는 지도자의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즉 ‘멘토링’이라는 것은 ICT라는 방법론과 툴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에 관련된 공감대 형성과 진정성 있는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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