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자원봉사 이념인 무보수성·자발성은 있으나
우리나라 고유개념인 도덕·윤리·호혜는 빠져 있다

최근 여야는 만장일치로 자원봉사활동기본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 법적기관이 된 자원봉사센터에서 수년간 일했던 필자도 그간의 숙원이 이루어져 몹시 기뻤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법의 내용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고 주체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한참을 어쩔 줄 몰랐다. 그것은 법안에 명시된 자원봉사의 기본이념 때문이었다. 21세기의 우리나라 정신의 뿌리가 될 이법의 기본이념에 서구의 자원봉사 이념인 무보수성과 자발성 등은 있지만 우려했던 우리나라만의 고유개념인 도덕이나 윤리, 호혜의 이념은 빠져있었던 것이다.

윤리성, 도덕성이 빠졌다고 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대접하는 인간존중정신인 윤리성과 상부상조의 정신인 호혜성을 민족정신의 기반으로 여겨왔던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무너져 내리는 신호탄이 됨을 의미하고 또 자기의 행동을 자랑하려고 하는 사람도, 지역이기주의자도 모두 합법적인 자원봉사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센티브보다 중요한 '정성'

미국의 경우 국민의 50%가 자원봉사자라고 해도 그것이 전혀 부러워할 일이 아닌 것은 기본이념에 무보수성, 자발성은 있지만 윤리성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윤리성이 없이 자원봉사를 지속시키려다보니 인센티브를 주어야만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러니 '은행대출을 쉽게 받기위해'라든가, '세금을 감면해 준다고해서'라는 이기적인 참여자도 많고 그것도 '자원봉사'라고 불러왔다.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무보수라 할 수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이것을 자원봉사로 본다면 대한민국은 전 국민이 이미 자원봉사자다. 왜냐하면 쓰러진 할머니를 일으켜 드리는 것조차도 자원봉사로 보지 않고 당연한 인간의 도리 즉, 윤리로 여겨온 것이 우리나라의 국민성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다른 나라와의 차이이고 법에 윤리성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이유인 것이다.

그러므로 법에는 서로가 서로를 돕는 상부상조의 정신인 호혜성이 기본이념이 되어야 하며 법안의 용어도 무보수와 자발성이 특징인 행위자 중심의 '자원봉사'가 아니라 무보수와 보수를 나누지 않고 자발성의 뜻이 담긴 '정성(精誠)'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온, 즉 수혜자가 중심인 우리 고유의 '봉사(奉仕)'라는 말에 근거하여 '봉사활동기본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봉사가 자원봉사와 다른 점은 보수를 받거나 안 받거나에 중점을 두지 않고 실천의 자세에 중점을 두었다는 사실이다. 자원봉사(自願奉仕)는 무보수가 특징이므로 직장인이나 사업가는 자원봉사자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봉사(奉仕)는 누구나 봉사자가 될 수 있고 중요한 것은 그 일을 정성껏 받드는 마음으로 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공무원들도 국민에게 봉사한다고 말하지 않는가? 이렇게 용어 사용에 혼란이 생기면서 지금은 자원봉사는 '좋은 것'이고 봉사는 '억지로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봉사라는 말에는 '자원(自願)'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고 그렇기에 자원봉사라는 말은 어휘상으로도 틀린 말이므로 '봉사'라는 말로 바뀌어져야 한다.

민족고유 정신 실종은 안돼

자주 목격하는 일이지만 월드컵을 통해 우리 고유의 공동체의식을 회복한 국민들은 소위 사회지도층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참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실제 자원봉사교육에 가보면 준강제적 동원에서 자발적 참여로 또한 그 수도 배 이상 늘어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이제 더 이상 20세기식의 자원봉사나 사회복지적 사고로는 곧 한계를 실감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아무쪼록 세계에서 으뜸가는 우리고유의 정신이 실종되는 불행한 일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국민적공감대를 이루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서성윤(한국자원봉사센터협의회 초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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