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사회서비스 미래 비전’ 연속 정책토론회 개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사회서비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3월 30일 ‘한국형 사회서비스와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을 주제로 온라인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사회서비스 분야 개혁을 위해 선진국 사례를 살펴보고 새로운 한국형 사회서비스 모형과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3월 30일 ‘한국형 사회서비스와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을 주제로 온라인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3월 30일 ‘한국형 사회서비스와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을 주제로 온라인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요 선진국, 현금급여 개혁·사회서비스 강화 추진

안상훈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서비스 분야 개혁을 위한 선진국의 사례를 비

교·분석해 발표했다.

그는 “새 천년 전후로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복지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개혁이 복잡 다단하게 전개됐다”며 “많은 국가에서 현금 복지를 줄이면서 사회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으며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운을 뗐다.

안 교수는 사회서비스 분야 개혁 사례로 영국, 일본, 스웨덴을 차례로 소개했다.

그는 “영국은 2000년대 이후 사회서비스 부문의 시장원리를 확대해 사회서비스 분야 공공성이 위기에 봉착했고, 사회적 경제의 역할은 점차 강화돼 왔다”며 “정부의 역할도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체계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에서는 공동생활 모델, 플랫폼 경제 등 방법론적 기술 혁신과 연계된 사회서비스 모델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일본은 후생노동성으로의 부처 개혁을 통해 복지와 노동의 통합이 진전됐다”며 “사회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고용증가가 두드러졌고 노인 개호서비스 종사자 확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개호로봇사업을 추진하는 등 과학기술과 복지의 결합을 통한 사회서비스 혁신을 다방면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구감소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대응, 지역 경제 재생, 주민 협업에 의한 지역사회 형성과 효율적 재정운영 문제가 발생하면서 사회적 경제 활용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스웨덴은 돌봄 영역에서의 사회서비스 확대를 통해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극대화하는데 성공했고, 사회서비스 부문 대규모 고용 창출을 통해 실업률을 낮추는 등 성장에 기여하는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발 빠르게 전환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화와 민영화를 철저히 구분해 공공성이 강화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방식의 민영화를 강조했으며 복지 제공 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역할분담을 제도화해 사회서비스 발전과 급여제공에서 전국적 형평성을 유지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선진국의 교훈을 통한 정책적 함의로 “복지국가의 재정적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현금급여 개혁과 고용 창출을 위한 사회서비스 강화로 전체적인 복지수준을 유지·관리하면서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일자리 진출을 도모한 것이 의미 있다”며 “단순한 시장화를 넘어선 국가와 민간 역할의 합리적 정립을 통해 공공성과 효율성이 동시에 추구되는 사회서비스 개혁이 이루어졌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복지협의회, 지역공동체 구축 허브 역할 수행해야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형 사회서비스 모형을 어떤 방향으로 구축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주요 쟁점을 진단했다.

그는 “최근 공공복지 행정체계가 강화되고 있고 민관 협력에 대한 긍정적 기대 및 관련 업무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공주도 방식의 민관 협력이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존재하고 있다”며 “이는 사례관리에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 구분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재 품질관리체계와 관련해 “서비스 제공 방식에 따라 이원화된 평가 방식을 가지고 있고, 서비스 자체의 품질보다는 기관에 대한 평가, 즉 인력, 예산, 계획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적정한 품질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이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사회복지정보화 사업의 대표 사업인 ‘행복e음’과 관련해서도 “대상 선정의 정확성 제고에는 분명한 효과가 있었지만 수급자의 욕구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진단을 바탕으로 한국형 사회서비스 모형을 위한 제언을 이어갔다.

이 교수는 “민관 협력체계에 있어서는 정부-이용자-민간 서비스 제공자 3자 간 역할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며 “정부는 재정이나 품질관리에 주력하고 민간은 서비스를 공급하며 이용자의 선택권을 최대한으로 높여 이용자 중심의 민관 협력 체계를 정립·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역사회 기반, 즉 지역 공동체 활용이 중요하다”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복지서비스 전달 모형이 필요하고 사회적 경제 조직과의 연계 활성화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 모형을 위해서는 서비스 진입 창구를 통일해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고 이용자 중심적인 성과 측정과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고도화된 행정 빅데이터를 활용해 복지서비스 공급과 수요를 연계할 수 있도록 개발해야 하고 플랫폼 경제, 네트워크, 디지털 기술, 로봇 등 다양한 기술 발전을 사회서비스에 접목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한국형 사회서비스 모형 구축 과정에서 민간 사회복지 영역을 대표하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지역협의회가 지역사회에서 공동체 구축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도록 지원해야 하며 푸드뱅크 모형을 확대·발전시켜 아시아 국가에 전수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사회 통합적 사례관리 체계의 허브로서 역할 담당을 고민하고 시대 변화에 발맞춰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에 과학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회서비스 관련 종사자 현실적인 처우 개선 필요

이날 종합토론은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한창근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우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대외협력실장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한창근 교수는 “한국형 사회서비스 모형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공공성 확보”라며 “공공성의 포지션을 어디에 두고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현재 민영화돼 있는 서비스 시장에서 공공성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회적 경제가 필연적인 역할 주체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을 관리·감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모델의 서비스 제공 과정과 서비스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사회복지, 사회서비스 관련 종사자 처우 개선 문제도 강조했다.

그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통합사례관리 등의 형식적 이슈가 아닌 사례 관리자들이 제대로 된 처우나 보상을 받고 있느냐에 대한 문제”라며 “처우가 열악한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형 사회서비스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용호 교수는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역사는 10~15년 정도로 짧고, 기본적인 인프라와 하드웨어는 구축했지만 소프트웨어는 취약한 상태”라며 “사회서비스는 예산을 충분히 제공해야 이용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데 잔여주의식으로 사회서비스가 발전하다 보니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커뮤니티케어는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의 가장 큰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화두”라며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의료와 복지분야 많은 사업이 지역 단위에서 협조하면서 분절적인 전달체계를 통합적으로 기능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위해 현재 중앙집권적인 보건·의료, 복지제도를 지방 분권화해 예산과 권한, 책임성을 분명히 하는 등 지자체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우일 실장은 ”사회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위해 정부, 민간제공자, 이용자 간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사회복지계 현실은 정부주도모델로써 민간은 단지 정부의 역할을 보충하는 종속적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형 사회서비스 모형은 민과 관이 ‘실용적 동반자 모델’로 정착할 때 구축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전 실장은 지역공동체 구축과 관련한 사회복지협의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복지협의회는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역의 복지 문제를 발견·도출하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 개발을 통해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에 기여함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사정에 알맞은 혁신 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협의회가 지역단위 복지공동체의 거시실천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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