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동기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병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온 지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19 초창기에는 아무도 이와 같은 상황, 즉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포스트 코로나19’가 아닌 ‘위드 코로나19’가 되어, 현재와 같이 코로나19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뉴 노멀’이 될 것을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온 지난 1년이 우리나라 국민을 포함한 전 세계 인류에 많은 변화와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는데, 그중에서도 코로나19는 장애인에게 더 큰 변화와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혹자는 이와 같이 장애인이 직면한 어려워진 삶을 ‘도미노처럼 무너진 삶’으로 표현하곤 했다.

그리고 필자가 지난 1년 동안 장애인당사자 교육 또는 장애인단체 토론회 등에 참석했을 때, 장애인당사자 또는 장애인단체 관련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항의성 발언 또는 질문은 “장애인은 감염병과 같은 재난에 있어 안전할 권리가 없나요?”였다. 이 질문은 매우 안타깝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즉, 비장애인 중심인 우리 사회에서는 장애인이 감염병과 같은 재난으로부터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비장애인만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는 것이다.

현행법 중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 안전법’이라 함)의 기본이념(제2조)은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임을 확인하고, 모든 국민과 국가·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과 재산보호에 관련된 행위를 할 때에는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본이념을 준수하기 위해 재난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고, 감염병을 사회재난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안전취약계층으로 어린이, 노인 및 장애인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함에 있어서 이와 같은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현재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024)이 시행 중에 있는데, 본 계획에 안전취약계층을 위한 법·제도 정비, 안전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인프라 확대, 안전취약계층 맞춤형 안전교육 강화, 안전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기술 개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이하 ‘감염병예방법’이라 함)에서는 지난 2020년 12월에야 비로소 동법을 개정(시행일 2021.6.16.)하여 감염취약계층에 어린이 및 노인 이외에 장애인을 추가했을 정도로, 그동안 장애인은 감염취약계층에서 제외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1조에서 재난위험 감소 및 관리에 관한 모든 정책에 장애의 주류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인천전략 목표7’에서도 장애 포괄적 위기 감소와 관리 강화를 언급하였을 정도로 장애인은 감염병을 비롯한 재난에 취약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국제적 흐름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

이처럼 재난 안전법에서는 안전취약계층임에도 불구하고 감염병예방법에서는 그동안 취약계층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위에서 언급한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서는 ‘감염병’에 대한 대책이 매우 미비하며 장애인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그로 인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온 장애인의 지난 1년의 삶은 비장애인과는 비교할 수 없이 처참할 정도로 많이 무너져 내렸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온 장애인의 무너진 삶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0년 장애인 경제활동실태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장애인 임금근로자 10명 중 2명 이상이 일자리나 직장에서 타격을 입었고, 사업체를운영하는 경우 절반 이상인 54.1%가 매출 감소 등의 직격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20년 5월 기준으로 장애인 임금근로자 62만1042명(추정) 중 21.7%인 13만4717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나 직장에서 업무 및 임금 변화(12.7%), 근로일·근로시간 변화(12.4%) 등의 타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전체 장애인 임금근로자 32.7%의 고용상태가 이전에 비해 불안해져 있는 상태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보호작업장 등과 같은 중증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휴관 또는 폐쇄로 인해 낮 시간 동안 의미 있는 사회참여도 중단됐다.

둘째, 장애인복지관 등을 비롯한 지역사회 내에서 운영 중인 이용시설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휴관함에 따라 발달장애인들이 낮 시간 동안 집안에만 머물러있게 됨으로 인해 도전적 행동이 증가하였고, 그로 인해 발달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이 더욱 커졌다.

즉, 발달장애인에게 현 재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상황들, 예를 들면 마스크 의무 착용, 장애인복지관 휴관으로 인한 미이용, 5인 이상 집합 금지, 온라인 학습 등과 같은 상황이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힘든 일이다. 그로 인해 이전에는 없었던 공격성, 자해, 기물 파손 등과 같은 도전적 행동이 더욱 증가하게 되고, 낮 시간 동안 발달장애 자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생계에 대한 어려움과 돌봄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 가정들도 많이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학령기인 발달 장애 청소년의 경우, 발달장애인에 맞는 교육 콘텐츠 부재로 인해 학습권이 침해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초중고 학교들이 수업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만들어진 교육 콘텐츠를 활용하였는데 대부분이 비장애인 학생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학령기인 발달장애 청소년의 경우 이와 같은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될 수밖에 없었다.

셋째, 집단거주시설 및 정신병원에 대한 감염병 대응 미숙으로 인한 초동대처 실패로 피해가 더욱 커졌다. 코로나19 초기 청도대남병원, 칠곡 밀알 사랑의 집, 경북 예천 극락마을 등 정신병원 및 거주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비장애인의 경우 음압병실로 옮겨 치료받는 것과 달리 장애인은 코호트격리치료를 실시했다.

오히려 이와 같은 격리조치가 집단감염으로 번져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더 큰 피해로 번졌다. 특히 정신장애인에게 있어 사회와 철저히 격리된 폐쇄적인 공간에서 집단으로 생활하는 코호트격리는 실질적으로 그들에겐 ‘사망 선고’와 다를 바가 없었다.

넷째,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장애인 또는 활동지원사가 확진자가 되는 경우 돌봄 공백이 발생하여 중증장애인의 안전한 일상생활이 위협을 받게 되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활동지원제도를 이용하는 장애인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가 확진되는 경우, ‘자가격리’ 이외에는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아서 대부분 중증 장애인들이 힘겹게 사투를 벌이며 생존을 유지해 갔다.

마지막으로, 청각 및 시각 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의 제약으로 인해 감염병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려운 여건이다. 특히 청각장애인의 경우, 코로나19 초기 문자상담 서비스가 9시부터 18시까지만 제공됨으로 인해 코로나19에 대한 유일한 상담창구가 온전히 기능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병의원에 수화 통역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진들도 마스크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서 여전히 의사소통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청각장애인의 특성을 잘 모르는 경우, 대부분이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장애인에게 마스크가 무슨 관련이 있나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도 상대방의 입모양과 표정에서 주는 정보를 동시에 습득하면서 수화를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대상과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많은 제약이 있다.

한편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각종 코로나19 포스터, 안내물 등에 음성변환코드, 점자 등이 삽입되지 않아 정보 접근에 제한이 크다. 또한 대학교의 경우에는 대부분 학교가 아직까지도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각 대학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강의 사이트의 웹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시각장애 대학생의 경우 원활한 수업 참여가 어려운 형편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코로나19가 장애인의 삶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그렇다면 왜 이와 같은 힘든 상황이 발생하였는가? 단순히 감염병예방법에 명시된 감염 취약계층에 장애인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인가? 이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불과할 뿐 가장 본질적으로는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무관심으로 인해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고 그로 인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한 능동적·효과적·선제적 대응을 못한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처음 접하지 않았다.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일명 사스),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일명 메르스) 등 이미 200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유행한 감염병에 두 차례 직면한 경험이 있다. 이 두 번의 감염병을 겪으면서 그때 겪었던 장애인의 문제를 지금 코로나19 시대에 더 크게 직면하고 있다. 그 당시와 지금, 장애인들이 겪는 문제는 그 유형과 강도 그리고 빈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지언정 본질은 유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라는 새롭지 않을 수 있는 감염병에 우리 사회는 속절없이 무너져내렸고 장애인은 그 과정에서 비장애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는 최근에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발표한 ‘백신 우선 접종 권장 대상안’에도 여지없이 드러나 있다.

총 9개 그룹을 우선 접종 권장 대상안으로 발표했는데, 이 9개 그룹에 장애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만, 거주시설 입소자, 65세 이상 노인, 만성질환자, 50~64세 성인에 속한 장애인은 우선 접종 권장 대상에 포함될 뿐이다.

‘포스트 코로나19’가 아닌 ‘위드 코로나19’ 시대에 살고 있는 현시점에서 향후 장애인복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장애에 대한 관심과 이에 기반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관심과 올바른 이해를 토대로 장애유형별, 장애정도별, 거주환경별, 돌봄가족 유무별, 사회참여유형별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촘촘한 감염병 예방지원 매뉴얼이 제작 및 실행되어야 할 것이다.

즉, 감염취약 대상 매뉴얼, 의사소통제약 대상 매뉴얼, 이동제약 대상 매뉴얼, 활동제약 대상 매뉴얼, 집단거주 대상 매뉴얼, 학습제약 대상 매뉴얼 등 각각의 상황에 필요한 맞춤형 매뉴얼이 제작 및 보급되어 이를 토대로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시대에 보다 취약한 계층인 장애인의 생존권이 존엄하게 지켜져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위드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뉴 노멀’이 되어 살아가는 세상을 곧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세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제2의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감염병이 도래한다고 해도 지난 1년과 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마다 각자의 감염병 예방 매뉴얼을 제작하여 보급 중에 있는데, 이와 같은 매뉴얼들이 보다 장애인의 실제적인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효과적·기능적으로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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