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4명에 그쳐 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가 발생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모든 세대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할 계획이다.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최병목 전 극동대학교 대학원장, 이삼식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안계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남훈 전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사회)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좌담이 열렸다. (왼쪽부터) 최병목 전 극동대학교 대학원장, 이삼식 한양대학교 정책학과 교수, 안계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남훈 전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사회)

사회 202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인구 전문가로서 이와 같은 현상을 초래한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안계춘 출산율은 사회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크게 보면 우리나라 사회구조의 변화가 저출산 현상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인구학적 측면에서는 출산에 관여하는 연령층의 여성이 줄기도 했고, 결혼을 하지 않거나 늦게 하다 보니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청년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다. 실업상태에 있는 사람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청년실업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도 큰 원인이라고 본다.

최병목 인구구조 변화를 폭넓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이 안되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 제시가 어렵고 예산 낭비도 커진 것 같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저출산대책으로 223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예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줄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커리어 중심의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아이 없이 자유를 즐기는 딩크족도 늘고 있다. 만혼 및 비혼도 증가하고 있고, 자녀 양육비와 돌봄 문제도 출산을 기피하는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석재은 초저출산 문제는 개개인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기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총체적인 삶의 질에 대한 결과 지표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 결과 지표를 해석하는 데 있어 출산의 행위나 직접적인 것보다는 주변 환경, 조금 더 구조적인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로, 출산 자체가 개인에게 굉장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위험이 되었다. 불확실한 사회 속에서 이러한 위험이 가중되면서 출산을 담당하는 청년세대가 ‘삶이 불안 속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고, 출산으로 인해 위험을 더 키우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본다. 두 번째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이 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스즈키 전 부소장은 한국은 일본과 달리 자녀에 대한 책임감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자녀의 인생을 부모의 인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데 한국은 자녀의 인생을 부모의 인생으로 동일시하는 가족주의 문화가 강해 자녀 출산, 양육의 위험을 더 크게 인식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즉, 자녀의 인생과 연결돼 있다는 결속감이 강하지만 현실은 본인이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어 누군가를 책임지기 어려운 괴리가 있기 때문에 결국 책임질 일을 하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이 같은 괴리감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도 엄두 내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출산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삼식 거시적으로 접근해보면, 농경사회에서는 보통 자녀 수가 5~6명이었고, 산업혁명기에 들어서면서 2~3명으로 전환됐다. 정보화사회에서는 2명에서 1명으로 넘어가는 흐름인 것 같다. 농경사회에서는 사회체계, 가족시스템, 인식 등의 기반이 가능했기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었고, 산업혁명기에는 산업현장에 출퇴근하며 노동을 통한 대가로 임금을 받는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2~3명을 낳는 시스템이 정착됐다면, 정보화사회에서는 사회구조나 가족시스템이 많은 자녀를 낳아 키우기 어렵게 변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게 봤을때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도 낮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사회는 여전히 합계출산율이 1~2.5명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계속 낮아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사회 구조나 시스템 등이 개인의 가족생활 체계와 괴리가 커서 생기는 문제라고 본다. 외국에서는 경제·사회보장·고용시스템 등의 변화 속도가 우리보다 완만하고 시스템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며 가족생활과도 조화롭게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제·사회시스템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으나 가족시스템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여 큰 괴리가 발생하고, 그 때문에 출산율 붕괴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훈 삼아 볼 것은 일본의 합계출산율이 2005~2006년 최저점을 기록한 후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의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청년취업률이 증가하고 결혼과 출산도 증가했다는 주장이 있었다. 일본의 인구현상이 우리나라보다 15~20년 빠르다고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아직 세대 간 직업이 전수되는 노동사이클이 일어나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베이비붐세대가 노동시장에서 빠져나오면 그때부터는 청년층 고용문제가 한층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인구학적 관점에서 노동사이클이 돌아야 한다. 초저출산 현상은 이러한 노동사이클의 막바지에 오면서 생긴 현상인 것 같다.

사회 지난 15년간 추진해 온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이와 함께 올해부터 시행 중인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에 대해서도 의견을 말해 달라.

안계춘 한 마디로 실패했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일부 연관은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별개의 문제다. 정부 차원에서도 각각 소관부처가 따로 있으므로 달리 접근해야 한다. 관련 없는 일을 한데 묶어 대통령직속 기구로 모양만 갖춰놨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그동안 몰라서 안 된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효과적인 접근이 안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저출산대책의 컨트롤타워가 위원회 형태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없다보니 지자체별로 각기 다른 정책을 펴고 있는 것 같다. 컨트롤 타워 없이는 정책 수립, 실행이 어렵다.

최병목 1차와 2차 기본계획에서는 보육 지원, 일·가정 양립 지원 등 자녀 양육 지원을 통한 출산장려정책에 초점을 두고 있어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철학이 부재했다. 3차 기본계획부터는 저출산대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보육부담 경감 중심의 정책에서 일자리, 주거문제 해결로 만혼, 결혼 포기 요인을 제거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 개발이 이어졌다. 4차 기본계획에서도 핵심과제는 삶의 질 제고다. 청년 일자리 확대, 주택공급 확대, 금융 지원 등을 통한 주거안정, 양질의 공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혁신 등으로 2040세대의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인구문제에 대한 일관된 철학이 필요하다.

석재은 1970대~1980년대 가족계획은 개별 가정의 출산 계획을 정부가 교육으로 개입해 성공적으로 끌어냈지만 지금은 구조적인 문제, 일자리나 주거문제 등 청년세대들이 삶의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지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3차 기본계획까지의 정책은 여전히 출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왔기 때문에 시대적 흐름과 개입 방향이 부합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를 살만하다고 동의하고 체감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지 않고서는 저출산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일본 정부가 저출산대책의 핵심을 ‘먹고 살만해야 아이를 낳는다’로 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1억 총활약 플랜을 천명하고 비정규직 처우개선,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보육과 개호를 위한 시설과 인력 확충, 고령자 고용 촉진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야말로 경제사회 전반의 체질을 포괄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4차 기본계획은 출산율에 대한 국가 개입을 거부하여 출산율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정책 기조를 ‘삶의 질 향상’으로 전환했다. 적절한 방향이다. 그러나 세부 대책들은 이전과 변별력이 크게 없이 양적인 확대만 있을 뿐이다. 여전히 저출산에 초점을 맞추고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이 나열돼 있다. 삶의 질과 구조를 바꾸고 사회 변화에 발맞춘 정책의 구성이 아니다 보니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삼식 세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저출산대책은 거시적 정책과 미시적 정책이 조화를 이루며 가야 하는데, 사회구조 등에 관한 거시적 정책은 담지 못하고 미시적 정책만 담다 보니 임팩트가 없고 근본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정책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과거시대에는 가능했을지 모르나 현대사회에서는 어렵다. 두번째로 미시적 정책의 경우에도 지난 15년간 시행한 정책은 필요충분조건에서 필요 부분만 노력해왔다. 쉽게 말해 정책을 도입하는 것에만 급급하고 대상이나 급여 등의 수준은 굉장히 낮아 충분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 필요충분조건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하는데 충분조건이 확보되지 못하다 보니 미시적인 정책도 성공하지 못한 거다. 마지막으로 각 부처에서 만든 정책을 한 곳에 모아 만든 것이 기본계획인데 정책 간 유기적 연계가 안 되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 칸막이 등이 존재하다보니 정책의 실효성이 낮고, 예산은 투입되지만 국민들의 고통은 변하지 않고 지속돼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거다. 이들 세 가지 측면에서 나타난 정책의 구조와 내용 그리고 수준의 한계가 저출산대책의 현주소라 볼 수 있고, 4차 기본계획에서도 여전히 그런 문제는 남아 있다.

사회 저출산대책에서는 무엇보다 인구교육이 중요하다. 가족의 중요성 및 결혼과 출산의 필요성을 알리는 설득력 있는 홍보와 인구교육 없이는 저출산 극복은 어렵다고 본다. 대만의 경우 우리처럼 인구억제정책을 펴다 출산율이 낮아졌다. 2010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2명일 때 대만은 0.8명이었다. 당시 대만은 대대적인 인구교육을 진행해 출산율을 회복했는데 우리는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저출산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나 개선사항을 제시해 준다면?

안계춘 앞서 언급한 컨트롤 타워 부재와도 연결되는데, 기본계획을 보면 관계 부처가 나열돼 있다. 관계 부처가 기능적으로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저출산 관련해서는 이게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즉, 통합적 접근이 부족하다. 또한 저출산대책은 결국 홍보와 교육이 중요하다. 개인의 태도나 가치관을 바꿀 수 있도록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삼식 현 시대는 개인의 선택을 중시 여기는 사회이므로 출산을 장려하는 내용으로 홍보는 어렵다. 지금은 정부가 진행 중인 정책을 소개해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사회문화적으로 접근하는 부분을 홍보해야 한다. 학교 교육을 통해서도 할 수 있지만 사회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접근할 필요도 있다. 중요한 것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예산이 적다 보니 자체적으로 홍보하거나 범정부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 정책을 알리고, 출산과 자녀양육에 유리한 사회문화가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홍보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최병목 초저출산 현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식주와 연결해 정책을 바라봐야 한다. 먼저 신혼부부를 위한 행복주택을 많이 지어 저렴한 금액에 임대하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확대되어야 한다. 두 번째, 아이를 낳아 기를 재정적 도움이나 일자리 마련이 중요하다. 세 번째, 다국적 이민자를 적극 권장해 시민권을 부여하고 다문화 결혼도 사회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네 번째, 출산 후 복직하는 여성에게 고용보장뿐만 아니라 승진 기회도 동등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행복하게 해주기보다는 어떻게 함께 행복해질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행복을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청년세대는 대를 잇는 가난의 연속화를 우려한다. 그러다 보니 자녀에게 충분한 후원을 하지 못하거나 확신이 없으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끝으로 우리가 너무 부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데 좀 더 긍정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석재은 저출산을 개선하겠다고 저출산이라는 손가락만 보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저출산이 가리키는 우리 사회체제의 모순을 봐야 한다. 그리고 정확한 진단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출산이 개인에게 생애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이 양육을 사회가 함께 확실히 책임진다는 메시지가 전달되고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출산에 초점을 맞추던 것에서 일과 생활의 균형과 안정적 일자리 및 주거지원 등 결혼 지원, 양육부담을 사회가 함께 지는 촘촘한 돌봄, 아빠의 육아 참여를 지원하는 아빠 육아휴직제 확대, 경력단절여성의 노동시장 재복귀 지원 등의 정책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책 방향을 실천하는 것이 사회체제의 구조적이고 전면적인 체질을 바꾸는 과제이기 때문에 단기간의 정책적 재원 투입으로 해결되기가 난망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뾰족한 특단의 대책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책 방향이 실제로 전체 수준에서 작동하고 실천되고 체감되는 것이다. 복지 리터러시, 금융 리터러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라이프 플랜을 디자인해 주는 상담이 체계화되면 좋겠다. 노후설계서비스를 생애설계서비스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삼식 저출산·고령사회정책이 미래 청사진이나 프레임 없이 5년짜리 계획으로 계속 가고 있다. 저출산과 관련해서는 사회구조를 변화시킨다거나 고령사회정책에서는 인구시계와 사회현상 체계에 따라 어떤 부분이 언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면서 미래 청사진을 좇아야 시대 변화에 대응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즉, 기본계획이 5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구학적 변수를 포함해 미래 시대와 연계돼서 가야하는데 지금은 많은 전문가들이 담론화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으로 담아내는 부분은 시야가 좁고 한시적으로 그 정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한정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국민 입장에서는 미래가 불투명하고 예측과 예견이 안돼 스스로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본계획이 파편적·단편적이고 정권마다 정치논리 울타리에 갇혀 있다면 미래도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사회 지자체별로 시행하고 있는 저출산 대응 시범사업 중 우수사례를 선정해 중앙에서 인센티브제로 도입, 활성화하면 좋겠다. 경북 의성군은 청년 유출을 막고 지역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폐허로 방치된 농촌 빈집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180여 명을 입주시켰다. 이 같은 노력으로 2019년 합계출산율이 1.76명까지 올라갔다. 위원회에서 이런 성공사례를 공모해 알리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 끝으로, 저출산 못지않게 고령사회대책도 중요한 문제다. 고령사회대책과 관련해 나아갈 방향을 말해 준다면?

석재은 저출산에서도, 고령화에서도 ‘지속 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 출산이 안되면 우리 사회 지속이 어렵고, 고령사회도 체계를 제대로 마련해 놓지 않으면 고령인구는 물론이고 전체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국가는 지속 가능성을 중요한 국가 어젠다로 전면에 내세우는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지속 가능성을 재정에 대한 압박 내지 억제로 등치해 생각하는 것 같다. 지속 가능성이 우리 사회의 중심 비전으로 등장해야 한다.

최병목 기업의 퇴직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고, 노사 간 원활한 대화와 협의가 되는 기업문화가 정착돼 고령자들이 적게 받고 오래 일할 수 있으면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기초연금도 노후에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증액돼야 한다. 미국처럼 노인 아파트도 인구 대비 많이 지어야 한다. 결국 노령화가 되어도 의식주만 해결된다면 큰 걱정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석재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보면 저출산대책이 80%이고 고령사회 문제는 거의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대책도 중요한데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령사회 관련해서는 두 가지 이슈를 같이 해결해야 한다. 첫째, 노인 빈곤문제, 노인 자살 등 노인들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 주는 방안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아있고 또 한편으로는 초고령 사회에서 근로계층과 고령계층 간 자원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국가가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전체 사회적인 효용을 위해 최적화된 자원배분이 필요하다. 연금에 대한 조정보다는 전체 의료나 돌봄 비용 부분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합리화하고 최적화할 것인가가 필요하다. 노인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소득보전 연장선에서 노인일자리가 확대되다 보니 노인의 생산성이 효과적으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소득보전제도의 패러다임을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에 노인들의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정년 연장과 관련해서는 생산노동시장에서의 연장도 필요하지만 청년 노동시장과 오버랩되지 않으면서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부분에서 노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삼식 고령사회대책은 인구구조의 고령화에 적합하도록 사회·경제적 체질을 변경하는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고령사회대책은 단순히 빈곤하거나 장애가 있는 또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을 지원하는 노인복지정책과 구별된다. 고령사회대책에서 체질 변화가 요구되는 영역은 소득, 고용, 건강, 요양, 돌봄, 주거, 교통, 환경, 문화, 양성평등 등으로 사회·경제 전반을 포괄해야 한다. 고령화는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노인세대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노년기에 집중된 빈곤, 장애, 질병, 자살 등은 교육, 고용 등 생애과정을 통해 축적된 결과인 만큼 노년층에 한정한 지원 중심의 접근보다는 생애주기적 접근을 통해 세대 간 조화와 균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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