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희망하며, 어떤 미래를 그리는가는 그 사회의 미래 모습에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 연구는 미래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의 생각과 삶의 일면 그리고 그들의 요구와 필요를 밝힌다. 이러한 청소년 연구의 자료와 결과에 기초하여 구체적이고 적절한 청소년 지원 정책을 세우는 것은 민주주의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연방과 주 정부, 대학 등의 연구기관과 대기업의 기금 등에서 정기적으로 다양한 주제에 관한 청소년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독일연방정치교육원이 4년 주기로 실시하는 SINUS 연구, 정유회사 쉘(Shell) 기금이 1953년부터 4년 주기로 실시하는 쉘 청소년 연구,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교육부가 2011년부터 2~3년 주기로 실시하는 청소년 연구, 독일 서남부 미디어교육 연구협회에서 1998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JIM 청소년 연구 등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최근 2~3년간의 청소년 연구 내용을 ‘가치관과 정체성’, ‘정치적 관심과 연대 의식’, ‘미디어 활동과 컴퓨터 게임’의 세 주제로 나누어 살펴본다.

가치관과 정체성

독일 청소년들이 높이 평가하는 가치는 가족, 건강, 우정, 돈, 미디어, 학교, 여가, 연대, 가치, 미래 등으로 나타났다. 그중 특히 가족, 건강, 우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혔다. 가치 부여에 있어 청소년들은 좋은 우정, 신뢰할 수 있는 이성 파트너, 화목한 가정생활에 가장 높은 의미를 두는 반면, 높은 생활수준과 물질적 필요 충족에는 비교적 낮은 가치를 부여했다. 부모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자신의 부모를 모범적인 부모라고 응답한 것이다.

학교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80.4%가 ‘학교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84.1%가 ‘교실 활동에서 행복함을 느낀다’고 응답해 대부분이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다양한 역량이 개인의 직업 준비에 있어 중요한 것으로 인식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에 대해서는 98%가 ‘자기 규율 그리고 타인에 대한 상냥함과 관용’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타 교과 학습의 기본이 되는 ‘독일어 지식’이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97%였다. 반면 ‘프로그래밍과 소프트웨어 지식’이 직업 경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답한 비율은 57%로 비교적 낮았다.

독일 인구의 약 25%는 이민자 배경을 가지고 있어 한국의 다문화 인구 비율 약 3%에 비해 8배 가까이 많다. 다문화 학생의 비율은 이보다 더 높다. 독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본, 쾰른, 뮌스터 등의 대도시가 위치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경우 2019/2020학년도 초중등학교 재학생 약 92만5000명 중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38.2%로 조사됐다. 이처럼 이민자 비율이 높은 독일에서는 수백만의 청소년들이 ‘나는 누구고,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등의 질문을 하고, 정체성을 찾아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민과 통합을 연구하는 필립 유거트 교수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9~17세 1300명 학생을 대상으로 ‘일년 반의 기간 중 3회에 걸쳐 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 집단과 해당 친구들의 민족적 배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과 사귀는지 또는 친구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지를 조사했다.

유거트 교수는 정체성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개인의 가치관이나 목적에 해당하는 사적인 정체성이고, 둘째는 또래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인 정체성이다. 해당 연구는 청소년들이 무엇보다 민족적 배경이 같은 친구들로부터 사회적 정체성을 찾고, 이에 반해 민족 배경이 다른 친구들은 거의 영향력이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러한 경향은 비이민자 배경의 학생들보다는 다문화 청소년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정치적 관심과 연대 의식

독일의 청소년들은 정치 참여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더 많은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남부의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교육부는 2019년 3월부터 10월의 기간 중 14~19세 청소년 3269명을 대상으로 설문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청소년들은 특히 기후변화, 정보화, 인권 등의 주제와 관련하여 정치적 참여를 희망했다. 응답자의 65.6%가 정치적 주제가 ‘중요하다(54.3%)’ 또는 ‘매우 중요하다(11.3%)’고 응답하며 정치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거주 지역 기초자치단체의 정치적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어른들이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에 있어 자신의 의견을 경청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의 53.8%는 정치 교육을 주제로 하는 청소년대상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는데,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정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학생이 전체의 76%로 나타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소년들은 정치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 정치적으로 소속감을 느끼거나 진정성 있게 인식되지 못한다고 느끼며, 자신들의 입장이 대변되지 못한다고 느낀다.

이 밖에 청소년의 요구 사항으로는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공의 만남의 장소와 공원 확보, 대중교통 확대 등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난민과 이민자의 사회 통합 등의 정치적 주제에 높은 관심을 보였고, 사회적인 참여와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인식한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Fridays-for-Future-Demonstration)’에의 대규모 참여는 젊은 세대가 국제적인 연대를 보일 수 있는 희망을 준다고 보았다. 정치에서 미학적인 것에 대한 질문에 청소년들은 외적인 것이 아닌 내용이 중요하다고 답했는데,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동체를 위한 무엇을 함께 하는 것, 연대, 공평함, 평등함, 민주주의, 의사표현의 자유 등을 아름답다고 보았다.

청소년 연구를 수행한 마티아스 알베르트 교수는 “2015년 조사에서 이미 청소년들은 정치 사회적인 주제에 대한 강한 연대를 보여줬다. 이러한 연대 의식은 환경, 기후에 대한 인식과 함께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청소년들은 유럽연합 국가의 시민들이 제한 없이 유럽연합 가입국의 어디에서나 거주할 수 있는 권리인 ‘임의 이주권’과 독일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 및 평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관련하여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고 일부 정치인이 외국인에 대해 혐오적인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해 3분의 2 이상이 이를 단호히 불허하는 입장을 보였다. 4분의 3 이상이 독일 사회의 민주주의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경찰, 헌법재판소, 환경보호단체 등의 기관에 대해 평균 이상의 신뢰를 보였다.

2019년 발표된 제18차 쉘 청소년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청소년들은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유럽연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청소년들은 대개 관용적이고 사회적으로 진보적인 성향을 보였다. 요약하면, 환경 문제와 인종차별 반대에 대한 독일 청소년들의 정치적 관심과 연대는 점점 강화되는 추세에 있다.

미디어 활동과 컴퓨터 게임

청소년의 온라인 활동 증가는 학습 형태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청소년들이 올바른 정보와 원천을 찾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의 미디어 역량 교육의 필요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짐 청소년 연구에 따르면 독일의 청소년들은 하루 3시간 이상 온라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 활동 이외에도 학교 숙제나 복습 등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학생이 많다.

독일경제연구소(IW)에 따르면 17세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학습 매체는 비디오(42%), 수업에서의 대화(27%), 텍스트(13%), 친구·부모와 함께하는 학습(10%), 팟캐스트(3%) 순이다. 비디오가 학습 매체로 선호되는 이유는 항상 활용이 가능하고 원하는 대로 반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실제로 학습 관련 설명 비디오는 보고 들을 수 있고 여러 번 되풀이해 보면서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이 이용하는 인터넷상의 비디오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교육 포털이 아니고, 대부분이 클릭 수와 접속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상업 모델이다. 따라서 학교 교육에서 청소년들이 적절한 정보와 출처에 대한 지식을 포함한 미디어 역량을 기르는 것이 유래 없이 중요해졌다.

학습 이외에 독일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온라인 활동은 전체의 3분의 2가 선택한 유튜브이고, 2위는 카카오톡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와츠앱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인스타그램, 구글, 넷플릭스, 스냅챗 등이 언급됐다.

정기적으로 사용하는 의사소통에 활용하는 온라인 활동 1위는 와츠앱으로 전체의 93%가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위는 인스타그램으로 64%의 청소년이 이틀에 한번 이상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인스타그램 활용 학생의 평균 팔로워 수는 299명이다. 이외에도 청소년들이 정기적으로 활용하는 의사소통 형태는 스냅챗(46%), 페이스북(15%), 틱톡(14%) 등이 있다.

컴퓨터 게임은 독일에서도 큰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DAK 생명보험회사는 12~17세의 어린이 및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컴퓨터 게임에 관한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독일의 72.5%의 청소년들이 포트나이트, 피파, 마인크라프트와 같은 컴퓨터 게임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비율을 독일의 전체 청소년으로 환산하면 300만명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 청소년의 경우 약 90%가, 여성 청소년의 경우 약 50%가 정기적으로 게임을 한다.

함부르크 에펜도르프 대학병원의 중독문제 연구원은 게임을 하는 청소년 중 약 15%는 위험한 또는 병적인 게임 행동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를 전체 청소년 인구로 환산하면 약 46만5000명이 게임 위험군에 속한다는 것이다. 게임 위험군의 청소년 중 79%가 남성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3.3%는 금단현상과 조정 장애 등 위기 수준의 게임 중독을 앓고 있다. 위험군 청소년의 4분의 1이 주말에 하루 5시간 또는 그 이상 게임을 하고, 게임 사용자 1인당 6개월에 많게는 1000유로(한화 약 130만원)를 컴퓨터 게임에 지출한다.

안드리아스 슈톰 책임연구원은 “청소년들은 상업성 게임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다. 재미가 중독으로 변하는 만큼 컴퓨터 게임의 도박성을 제한해야 한다. 벨기에나 네덜란드와 같이 게임 시간이 길어지면 보상을 받는 루트 박스와 룰렛을 금지하고, 일정 시간 이상 지속할 시 게임 사용 경고 안내문을 의무적으로 상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생활에서 게임 중독 청소년들은 학교에 더 자주 결석하고, 정서적 문제가 있으며, 컴퓨터 게임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주제의 청소년 연구 수행해야

독일의 청소년들은 가족, 우정과 같은 사회적인 관계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에 있어 정치적인 참여를 하며, 인종차별주의에 반대하고 난민과 이민자의 성공적인 사회통합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공동체를 위한 활동을 하고 서로 연대하며 공평함, 평등함,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등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만들어 갈 미래의 독일 사회는 다양성이 존중되고, 약자에 연대하는 평화로운 공존의 민주사회로 거듭나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다만 적절한 학습 플랫폼 구축과 컴퓨터 게임 중독 등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청소년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미래의 동력이다. 이들이 어떠한 가치관과 자아감을 가지고 살아가는가에 따라 한국 사회의 모습도 같은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또한 청소년은 가까운 장래에 참정권을 가지고 긴 시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회의 주역으로 살아갈 것이기에 이들이 어떤 정치적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어떠한 목적을 향해 활동하고, 어떠한 사회적 약자에 대해 연대 의식을 갖는가를 알아보는 것은 흥미롭고 필요한 일이다. 한국의 중앙과 지방 정부, 연구 기관, 대기업의 사회 환원 기금 등은 다양한 주제의 정기적인 청소년 연구를 더욱 활발하게 수행해야 한다.

참고 자료

독일연방정치교육원(2020), SINUS 청소년 연구 청소년들은 어떻게 지내나?(Wie ticken Jugendliche?)’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교육부(2020), 5차 청소년 연구

정유회사 쉘(Shell) 기금(2019), 18차 쉘 청소년 연구

뒤스부르크-에센 대학(Universitaet Duisburg-Essen, 2018), 청소년 정체성 연구

DAK 생명, 아동청소년 중독문제 연구센터(DZSKJ) 공동 (2019) 청소년 연구

독일학술기금연합(Stifterverband fuer die Deutsche Wissenschaft e.V.,2018), 청소년 연구

독일 서남부 미디어교육 연구협회(2020), 짐 청소년 연구(JIM-Jugendstu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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