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축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복지한국을 희망한다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
차흥봉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회복지 인생길에서 만난 코로나19 팬데믹

2020년은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어려운 시간을 보낸한 해였다. 77억 세계 인구의 1% 이상이 코로나 감염병 확진을 받았고, 200만명 가까운 사망자도 나왔다. 전세계 요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외롭게 살고 있던 수많은 노인들이 목숨을 잃고 이들을 돌보던 간호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들이 지치고 두려워서 도망친 외국 사례를 보면서 ‘인간 중심의 사회복지’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21년 신축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해방되고 우리도 인간 중심의 복지사회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는 1942년 일제 말엽에 태어나 20세기 격변의 시대를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우리 민족은 이 격변의 시대에 숱한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 살아왔으며, 수많은 국민들이 빈곤과 질병의 아픔을 겪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나 직장인이 될 때까지 어려운 조건에서 생활했다. 유년시절과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가난이 무엇인지, 질병의 고통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다. 그러다 16살이 되어 도시의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빈곤과 질병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체험하며 살았다.

청소년 시절의 이런 영향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빈곤과 질병 문제와 관련되는 분야를 전공하고 그 이후 지금까지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며 살아왔다. 대학 입학 때부터 계산하면 근 60년간 이 분야에서 공부하고 일해 온 셈이다.

주로 정부의 공직자로서 사회복지분야에서 일하고, 대학의 교수로서 사회복지분야를 연구하고 가르치며 살아왔다. 필자가 사회복지 인생길에서 구체적으로 한 일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소득보장, 질병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보장, 노인·장애인·아동·요보호여성·부랑인·노숙자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민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였다.

사회복지란 인간의 욕구와 사회문제를 해결하여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반사회적 시책과 노력을 의미한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그 목표이고, 개인적 차원에서는 모든 국민에게 인간 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지난 20세기 후반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수준에서 보면 사회복지의 제도적 틀이 거의 만들어졌다. 그러나 복지대상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까지도 제도의 내용이 충실하지 못하고 많은 국민들이 필요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러한 가운데 21세기에 접어든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그간의 경제성장으로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크게 증대하고 있으며, 고령화 현상 등의 사회변화로 새로운 사회문제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경험한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는 전 세계 사회복지분야에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나라 사회복지가 더 크게 발전해 인간 중심의 복지사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20세기 사회복지의 발달과정과 평가

우리나라는 20세기 전반부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 이후 정치적 혼란기를 겪으면서 나라 만들기(nation building)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남북 분단, 한국전쟁과 그 이후 좌우 이념대결은 냉전시대를 넘어 현재까지도 우리의 생활에 큰 질곡으로 남아 있다. 20세기 대부분을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가난하게 살았으며, 빈곤과 질병의 만연으로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1960년대 초부터 박정희대통령 시대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20세기 후반부에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급속하게 재편됐고 급격한 사회변동을 경험했다. 농촌사회가 해체되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경제성장에 따라 국민들의 생활수준도 전반적으로 향상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급격한 사회변동과 함께 빈부격차와 같은 사회문제도 확대됐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70여 년간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얼마만큼 발달했는가? 초기 약 30년은 사회복지가 발달하지 않은 시기이다. 캄캄한 밤중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정부 수립 후 10여년 간은 국토분단과 전쟁, 정치적 혼란, 경제적 피폐로 정부가 사회복지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다. 외국 원조물자로 전재민 응급구호하기에도 바쁠 때였다. 150개 정도의 외국 민간 원조단체가 구호물자를 배부하고 전쟁때 만들어진 사회복지시설에 지원사업을 전개하는 정도였다.

1960년대 들어와서도 사회복지는 발달하지 못했다. 5.16후 군사정부에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복지국가를 목표로 사회복지법제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 법률에 의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거의 실시하지 못하고 구호 위주의 사회복지사업만을 계속했다. 예를들어 1961년 생활보호법을 제정했지만 1970년대 중반까지 국가가 거택보호대상자에 대한 부식비를 한 푼도 지원하지 못했으며, 주식비로도 하루에 밀가루 한 홉 정도를 지원하는 수준이었다. 또한 1963년에 의료보험법을 제정했지만 전 국민을 위한 의료보험 프로그램은 실시하지 못했다.

1960년대 이후 1970년대까지 고도의 경제성장이 계속될 때에는 경제성장-일자리 창출-소득증대로 연결돼 많은 국민들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나 생활수준이 좋아졌다. 경제성장이 곧 국민복지로 이어지는 시대였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 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회복지정책과 프로그램은 발달하지 못했다.

‘선성장 후분배 정책’에 따라 사회복지는 늘 뒤로 밀렸다.

사회복지의 제도화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사회복지제도가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제2단계인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약 40년간이다.

2단계의 시기는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산업자본주의 사회로의 변화가 깊숙이 진전된 때이다. 도시산업·정보화사회로의 재편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농촌사회의 해체, 가족의 분리, 계층 간 격차 확대와 같은 산업사회의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한 시기이다.

국가도 1970년대 말에 사회복지정책을 시작했다. 그간 20년 동안 경제성장으로 국가의 경제력이 어느 정도 축적된 덕분이기도 했고, 한편 경제개발과정에 산업 간, 지역 간, 계층 간 격차가 확대되고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어 사회통합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의 탓도 있었다. 경제와 사회의 균형 발전을 모색해 사회개발이 강조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복지정책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복지’가 국정목표의 하나로 설정되기도 했다.

사회복지의 궁극적 목적인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사회복지제도로 해결해야 할 핵심적 분야는 의료보장과 소득보장 두 가지이다. 몸이 아플 때 치료할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인간의 욕구 중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양대 근간 중 하나인 의료보장 분야는 1977년 사회보험 방식의 의료보험제도를 시작하여 12년 만인 1989년 전 국민의료보장을 실현했다. 사회보험은 전 국민이 보험에 가입해 재정을 분담하고 정부가 일정한 재정을 부담하는 방식의 제도이다. 소득보장 분야에서는 1988년 사회보험 방식의 국민연금제도를 시작해 직장가입자부터 적용했다. 소득능력이 있을 때 보험료를 부담하고 정부도 일정한 재정을 부담하여 주로 노후소득 보장을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국민연금제도는 1995년 농어촌 주민 전체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1995년에는 고용보험제도도 실시했다.

빈곤층의 기초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부조제도는 원래 1961년 생활보호법으로 제도화했으나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것을 1980년 전후로 급여수준을 향상시켜나갔다. 빈곤층의 의료보장을 위한 공공부조 방식의 의료보호제도가 1977년 시작됐으며, 이 제도는 1999년 의료급여제도로 발전했다. 빈곤층의 경제적 생활을 돕기 위해 생활보호사업의 내용을 개선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이다. 생활보호 대상자에게 쌀·보리쌀 지원(1978년), 부식비 지원(1980년), 연료비 지원(1979년), 교육보호 및 자활보호(1982년), 생업자금융자(1982년)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시작됐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오는 시점에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기반을 구축했다. 1998년 시작된 김대중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중심의 사회 건설을 국가목표로 설정하고 복지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그래서 현대 복지국가 체제의 핵심인 사회보험제도와 공공부조제도의 기본적 골격을 완성했다.

사회보험을 개혁하여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4대 사회보험을 완성하고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그 적용 대상을 전 국민에게까지 확대했다. 1999년에 국민연금을 도시자영자까지 확대해 전 국민연금을 실현했고, 2000년 조합 방식의 의료보험을 폐지하고 사회연대 방식의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했다. 1999년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여 최저생계비 이하의 가난한 국민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현대적 의미의 공공부조제도를 처음 실시했다.

수천 년 이어져 온 가난의 굴레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령화 사회에서 중풍, 치매 등 만성질환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이 크게 증가하는 사회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2008년 시행했다. 이렇게 하여 우리나라는 현대 복지국가에서 발달되어 온 시민권으로서의 복지 개념에 기초하여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복지제도의 기초공사를 완성했다. 이러한 기초는 21세기 복지국가 발전의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서비스

의료보장, 소득보장 등의 사회복지제도와 달리 생활상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서비스도 이 시기 일제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노인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이 1981년 제정됐고, 아동복지법과 사회복지사업법이 같은 시기에 전면 개정됐다. 1983년에 사회복지사제도가 만들어졌고, 1987년 사회복지전문요원이 일선 행정기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회복지관이 1982년 이후 전국적으로 설치되기 시작했다. 1991년 영유아보육법을 제정해 아동보육사업이 양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이 시기 사회복지 전문자격자인 사회복지사의 배출도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즉 1985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처음 발급할 당시 2493명이던 사회복지사가 2000년도에는 4만2292명으로 늘어났다. 15년 동안 17배 늘어난 셈이다.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을 위한 요양보호사제도는 2008년부터 시행돼 100만명 이상의 자격자가 배출되기도 했다. 사회복지상담, 가정방문, 욕구조사, 시설보호, 개별지도, 요양서비스, 돌봄서비스,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등 구체적인 사회복지서비스 일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시설과 전문가 취업자도 이 시기에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사회복지의 발전 방향과 과제

서구의 선진 제국에서 사회복지가 19세기 말에 시작해 20세기 중반에 꽃을 피웠던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약 50년 또는 100년 정도 뒤떨어진 셈이다. 그 발전 역사도 이제 겨우 40년 정도로 매우 짧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재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사회복지제도나 사회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은 이제 겨우 기초를 만들고 외형적인 틀을 갖춘 단계이다. 아직 내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나무에 비유하면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고 있으나 아직 잎과 꽃이 무성하게 피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한편 21세기 초 사회변화를 전망해 보면 이제부터 사회문제가 보다 다양화되고 사회복지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어선 2010년대 말경이 그러한 현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다 21세기에는 전통사회에서 우리사회의 버팀목이었던 가족이 점차 붕괴되고 있다. 개인중심의 가치관이 확산되고 소가족화가 진전돼 가족의 부양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싱글가족, 이혼가족, 별거가족도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아동보육문제, 청소년문제, 노인부양문제등이 증폭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욕구를 개인과 가족이 해결하던 시스템에서 사회가 해결하는 시스템으로 이행되고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이러한 전환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20세기 후반기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심화된 계층간의 불평등과 불신, 그에 따른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고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푸근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사회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사회복지정책의 기본적인 목표는 인간존엄성을 기본적인 가치로 삼아 사회적 관계에서 모든 국민이 남과 더불어 잘 살도록 하는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념적인 목표는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조화시켜 사회계층구조를 원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회계층 구조가 수직적으로 양극화되지 않고 중간점에서 원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작용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가정책이 조세정책과 사회복지정책이다.

사회복지정책이 추구하는 사회계층구조는 중산층 중심의 사회이다. 복지정책을 통하여 사회계층구조를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중산층과 서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사회복지정책이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역사적 유산 탓으로 좌우 이념갈등이 유난히 심한 편이다. 사회복지정책이 이와 같은 이념적 분열을 해결하고 사회통합을 이루도록 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구체적인 사회복지정책으로는 빈곤층을 위한 공공부조정책,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정책, 노인·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 정책이 모두 그 수단이 되는 것이다. 21세기 초 한국의 사회복지정책이 발전하여 이와 같은 형태의 중산층 중심의 복지국가, 복지사회가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둘째, 사회복지제도의 내실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20세기 후반기 만들어진 제도적 틀 위에 이제 그 내용과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내실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료보장 부문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고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면서 보험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소득보장 부문에서 국민연금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여 모든 국민이 노후에 연금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켜나가야 하고 연금재정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보험료 부담과 연금급여를 수지 상등의 원칙에 따라 조정해 나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 노인계층에 따로 지급하고 있는 무갹출 방식의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발전시켜 나가야한다.

공공부조 부문에서는 2000년부터 시행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착실히 발전시켜 국민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 빈곤층의 자활과 자립을 유도하는 것 등이 중요한 과제이다. 가족제도의 변동을 반영하여 부양의무자 조건을 현실화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셋째, 인간 중심의 사회복지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사회복지정책이 추구하는 국민의 복지는 결국 지역사회와 가정에서 국민 개개인에 대한 서비스로 이루어진다.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같은 소득보장, 그리고 의료보장제도는 국가적 사업으로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정형화된 급여와 서비스가 국민들에게 전달된다. 나름대로 지방조직체계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 수준까지 전달체계가 잘 만들어져있다. 그러나 노인·아동·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일상생활 욕구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사회복지서비스는 그 서비스의 내용과 전달방법이 아주 다르다.

개개인 인간의 다양한 욕구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인간 중심의 서비스가 생명이다. 그래서 인간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손이 필요하다. 국가정책이라 해서 공공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공공화는 서비스가 관료화되기 쉽고 각양각색의 인간욕구에 융통성 있게 대응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래서 민간부문의 역할, 민영화가 꼭 필요하다.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 대부분 선진국이 복지국가를 발전시켜 나오면서 사회복지서비스 분야를 민영화해온 역사적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의 일선 기능을 담당하는 지역사회 차원의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붕괴돼 가는 가족을 지원해 가족기능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것, 노인·아동·장애인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각종 서비스 프로그램 등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40여 년간 사회복지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수준의 사회복지서비스는 크게 미흡한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따라서 21세기 초 선진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지역사회중심의 사회복지전달체계를 갖추고, 사회복지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복지전달체계란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사이에 존재하는 조직적 체계로써 그 조직기구, 행정 및 재정체계, 인적구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지역사회 수준의 사회복지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선 전달 체계를 크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사회복지 역할을 조정해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일, 지방정부가 지역의 특성과 지역주민의 욕구를 충실히 반영하는 사회복지서비스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 사회복지 프로그램의 조직과 인력 면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 정부 조직과 민간조직 간 사회복지의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협력 체제를 만들어 가는 일 등이 중요한 과제이다.

가령 예를 들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경우 재정은 사회보험방식에 따라 전국적 차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통합적으로 조달한다 하더라도 노인 개개인에 대한 서비스는 케어매니지먼트(care management) 시스템을 만들어 민간이 참여하는 지역사회 중심형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들을 도와주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형화된 관료형 서비스가 아니라 노인 개개인의 다양한 욕구에 대응하는 인간 중심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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