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현재 해결이 필요한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통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국내 많은 기업이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국민이 바라는 사회문제를 얼마큼 해결하고 있을까.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공시 데이터 분석과 일반 국민 1500명 인식조사를 통해 사회공헌의 현재와 갭(Gap)을 들여다보고, 우리 모두가 바라는 미래를 위한 사회공헌 방향 및 전략을 알아본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면 아래 있던 수많은 문제가 떠오르고 있다. 이슈&임팩트 데이터연구소 IM.Lab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2020년 사회문제 Top5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 필요’, ‘부동산 시장 불안정’, ‘정규직 정리해고 증가’, ‘아동학대’, ‘가계부채 증가 및 경기침체 지속’이다. 이는 기사 노출 건수가 연간 1500건 이상인 이슈 중에서 2019년 대비 검색량이 가장 많이 증가한 키워드로, 모두 정부나 개인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복잡한 이슈들이다. 사회문제 우선순위에 따른 역량과 자원의 효과적인 투입과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경제·사회·환경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업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국내 많은 기업이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상위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총 규모는 약 1조7950억원으로, 이들의 평균 사회공헌 지출액은 310억원에 달한다. 81.2%의 국민들이 사회공헌을 긍정적으로 체감하고 있지만, 기업이 사회공헌을 하는 목적 및 동기를 ‘이미지 및 브랜드 제고(44.1%)’로 인식하고 있다(2020 사회공헌 백서: Social Gap Report). 특히 코로나 시기에 진행된 기업 사회공헌 진정성 점수는 3.01점(5점 만점)에 불과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첫 단추는 ‘현재’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미래’를 위한 명확한 목적 설정이다. 기업의 현 수준과 국민의 니즈 간 간극을 진단하고, 갭을 줄이는 방향 설정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Framework : Social Gap Matrix
이를 위해 국민이 바라는 사회공헌과 기업이 주목하는 사회공헌 간의 차이를 분석하는 ‘Social Gap Matrix’를 도출하고, 국내 상위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418개 대표 프로그램 등 현황 데이터를 취합 및 분석했다. 또한 전국 17개 시도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실시하고, 전체 연구 데이터의 통합 분석을 통해 현재와 미래에 기업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집중할 액션의 방향성을 진단했다. 사회공헌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과 결과를 모니터링하며, 개선 및 보완을 통한 고도화 방안을 제언하기 위함이다.
Social Gap Matrix는 국민이 CEO의 입장에서 선정한 사회공헌 점수(X축/100점 만점)와 실제 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사회공헌(Y축/100점 만점) 점수의 차이를 ‘사회공헌 Gap’으로 설정했다. 국민이 바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기업 사회공헌활동이 많아질수록,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의 변화(임팩트)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과 기업의 격차(Gap)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액션이 집중돼야 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 체계적 사회안전망 없이 지속 안 돼
전문가들은 지금의 코로나19 위기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상당 기간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살아야 하고 다행히 상황이 호전된다면 지속적인 방역체계를 지키면서 생활해야 할 것이다. 장기에 걸친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은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안전망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 국가가 생업 활동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영세한 자영업자, 불안정 고용 상태의 근로자들부터 직격탄을 맞게 되고, 안정된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재난적 위기 상황에서 공공의 안전장치가 중요해지고, 미국을 필두로 여러 나라가 슈퍼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시민들의 생계지원을 위해 성인 1인당 1200달러씩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한다. 역사상 최대규모의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불과 몇 주 사이에 실직수당 신청자가 수백만명이 늘었다. 실업률이 30%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니 1930년 경제대공황에 버금갈 위기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기업에서는 대량해고로 실직빈곤층을 양산하고 정부는 일시적인 재난수당으로 임기응변하는 대책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 타격을 먼저 받은 유럽국가들의 대응은 미국보다 훨씬 침착하다. 노동유연성을 자랑하는 미국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고용 안정성을 강조한다. 유럽에서 기업들은 유급휴직을 늘리고 근로시간은 줄이면서 고용유지에 노력하고, 노동자는 임금삭감을 감수한다. 정부는 과감한 재정지원으로 노사의 연대적 위기대처에 따르는 부담을 덜어준다. 실직자와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탄탄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Result : Gap Analysis
Gap 해소가 시급한 영역(Urgent Area)을 도출한 결과, 국민이 최우선 과제로 꼽은 사회공헌은 ‘취약계층 청년을 위한 시세 이하(40~80%)의 저렴한 주택 공급과 공유 주거 및 복합 공간 제공’이었으나, 실제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중에서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은 4%에 불과해, 국민의 니즈와 가장 큰 갭(-96점)을 보였다. 또한 ‘경력단절 및 취약계층 여성을 위한 돌봄교사, 요양보호사,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취업 훈련과 일자리 마련’ 사회공헌 역시 국민의 니즈와 실제 기업 활동 간 격차(-88.9점)’가 두 번째로 크게 나타났고, ‘생활 속 일회용품 저감 캠페인 사내 시행 및 대중으로의 확대(-87.1)’가 뒤를 이었다.
반면, 기업은 ‘임직원 급여 일정액 후원 및 봉사활동을 통해 결식아동,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전체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쏠림 현상을 보였고, 국민의 니즈와의 Gap도 +58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국민들은 저소득층 가구의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비용 절감 지원, 환경 분야의 사회적기업 지원, 미세먼지 방지 숲 조성 등 프로그램에 사회공헌 예산을 우선적으로 투입하겠다고 한 반면, 현재 기업이 진행하고 있는 관련 사회공헌 프로그램 수는 매우 적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기업이 주목한 이슈와 국민이 주목한 사회 이슈에서도 Gap이 드러났다. CEO가 된 국민은 ‘에너지 및 자원 불균형(Gap 6%)’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공헌에 기업 대비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할 것이라고 답했다.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Gap 4.9%)’와 ‘안전 위협(Gap 4.3%)’이 뒤를 이었다. 반면 100대 기업은 지난 1년간 국민의 니즈 대비 ‘교육 불평등(Gap 9.9%)’ 관련 사회공헌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주목하는 목표 역시 국민이 바라는 목표와 상이한 모습을 보였다.
국민과 기업 간 갭(Gap)이 가장 큰 SDGs 목표는 ‘교육(모두에게 공평하고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학습 기회 제공, SDG 4번)’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기대하는 기업의 역할보다 기업의 실제 집중도가 높은 것이다. 반면, ‘산업화·혁신(포용적, 친환경적, 혁신적 사회기반시설과 지속 가능한 산업화 장려, SDG 9번)’은 실제 기업의 주목도와 비교해 국민의 니즈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사회공헌의 미래
우리 모두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 기업은 어떤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할까. 기업의 집중도와 국민의 니즈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국내외 사회문제 및 이슈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많은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의 내용(What)과 방법(How)에 집중하느라, 사회공헌이 필요한 이유(Why)를 간과해왔다. 사회공헌을 하는 이유는 정부나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문제를 기업의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해결하기 위함이다. 국민들이 이러한 기업 사회공헌의 목적을 이해하기 어렵고, 공감할 수 없다면 자사의 사회공헌 목적과 존재 이유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바라는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정부가 메우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무엇인지, 우리 기업은 어떤 역량과 자원으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지 통합적인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사회공헌에 앞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국민들은 사회공헌보다 선행돼야 할 사회적책임으로 ‘윤리경영 및 부정부패(17.3%)’와 ‘경영진 윤리 및 책임 경영 실천의지(14.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사회공헌을 부정적으로 체감하는 국민들은 “최고경영자의 잘못을 덮기 위한 활동이다”, “보여주기식 활동이다”라며, 사회공헌을 기업의 부정적 이슈를 덮거나 포장하기 위한 활동으로 여기고 있었다. 인권, 윤리, 소비자 보호, 협력사 상생 등 기업의 책임을 저버리는 행동과 사회공헌이 병행될 때 부정적 인식과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사회공헌을 통한 긍정적 임팩트를 확산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셋째, 사회공헌의 임팩트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 국내 100대 기업의 사회공헌 중에서 15년 이상 지속된 프로그램이 전체의 13%를 차지했다. 오랜 시간 기업의 자원과 역량을 투자해온 만큼, 이를 통한 사회 변화(임팩트)를 분석하고, 애로점을 공유하고 노하우를 확산하는 기여가 이뤄져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임팩트를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KPI(핵심성과지표) 설정과 측정을 통해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투명성과 진정성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목표 대비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공헌의 목적과 해결해온 이슈, 비즈니스와 통합된 전략 방향, 이해관계자 피드백을 반영한 개선 과정 등을 연결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을 얼마큼 ‘인식’하는지 보다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기업 사회공헌의 목적과 과정 및 성과가 국민들에게 쉽고 명확하게 전달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