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지난해 18년 만에 21대 국회에 재입성 했다. 나라가 어려운 시기라 책임감으로 마음이 무겁다며 약자의 눈으로, 미래의 눈으로,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중심의 포용사회를 열어가겠다는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을 복지저널에서 만나보았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21대 국회에 재입성한 것을 축하드린다. 근 20년 만의 등원인데 소회를 말해 달라.

“21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6개월이 지나 소회를 말하려니 조금 쑥스럽다. 18년 만에 국회로 돌아왔는데, 그동안 여러 변화가 있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 기간이었다. 주변에 이광재 의원도 10년 만에 돌아왔고, 한병도 의원은 12년 만에 돌아왔다더라. 몰랐는데 조광조가 10년 유배됐다가 왔다고 하더라. 그걸 듣고 저도 생각을 해봤더니 다산 정약용이 18년 유배더라. 지난 선거 때 누가 다산 선생이 18년 유배됐었다고 기운 내라고 글씨를 하나 써주셨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일찍 시작해서 일찍 꺾였다가 다시 왔으니까 힘내라는 의미였던 것 같다.”

특별히 관심 있는 복지 대상 혹은 분야가 있다면?

“집무실로 사용하는 국회 본청 책상 옆에 ‘정치는 약자의 눈으로 미래를 보는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걸려있다. 21대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9월 보건복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이 글귀를 매일 바라보며 되새기고 있다. 현재는 ‘약자의 눈’이라는 연구단체를 출범해 세미나 및 토론회,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시선을 알리는 활동에 집중하는 중이다. 복지의 대상이나 분야는 한정하고 싶지 않다. 우리 사회의 모든 이들이 ‘돌봄’을 받아야 할 복지 대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모든 일은 숲과 나무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접근해야 하기에 대상과 분야를 한정하기보다 개방적인 관점으로 세세하게 관심을 기울이려 한다.”

21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활동 계획은?

“지금 코로나19로 전반적인 상황이 매우 어렵다. 문명이 완전히 바뀌는 대전환기에 놓여 있기도 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하늘만이 알겠지만, 지금까지 큰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해 왔기 때문에 이 전환기에는 큰 집의 설계도를 그려 내는데 집중하고 싶다.”

현장과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All politics is local’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정치의 본령이 지역이라는 의미인데, 여기서 말하는 본령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직접적인 소통이 어려운 터라 사뭇 아쉽지만, 지역구가 영등포라 국회와 가까워 큰 이점이 있다.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공약으로 약속한 지역 현안사업이다. 작년 12월 23일 구의회 예산안이 통과되어 그간 약속한 공약들을 발 빠르게 준비 중이다. 예를 들어, 여성 안심 귀가를 위한 CCTV 설치(7억원), 주민 마을 도서관(5억원), GTX-B 여의도 복합 환승센터(8억원) 등 다양한 현안사업이 있다. 이에 더해 서울시 예산과 특별교부금 등도 신경쓰면서 구정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또한, 현 상황이 제3차 대유행의 과정이라 엄중한 시점이지만, 주말이면 지역 방역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지역민들의 소리를 경청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점차 좋아지면, 연령·세대·성별을 가리지 않고 전체를 아우르며 현장의 소리를 접하려고 한다.”

복지 분야 최우선 당면 과제는 무엇이며, 해결방안이 있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이번 사태를 통해 인지했다. 이제 팬데믹 위기가 더 자주 다가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는 감염병 예측 분석능력 강화를 통한 조기대응과 보편적 의료보장 같은 보건 의료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함으로써 의료 접근성에 대한 보장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 부분이 안정화되면 언제든 다른 전염병이 생겨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또 하나가 백신에 관한 문제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대략 이 정도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비율 이상을 목표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재 4400만명분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예산의 효율성과 비효율성을 감안해 실효성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확보한 것으로 안다. 분명한 것은 임상 대상에 해당하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민에게 필요한 양은 확보했다. 백신이 들어오는 대로 우선 접종대상인 코로나19 취약계층, 노인, 집단시설 거주자, 기저질환, 만성질환 보유자, 의료진부터 접종을 시작하면서 신중하고 기민하게 대처하겠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국제변호사, 프로보노코리아 창립 등 경력이 다양한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다양한 인생 경험이 있지만, 20대와 40대에 두 번 찾아온 한 평 공간에의 구속이 내게는 소중하기 그지없는 새로운 자유의 시간이었다. 바깥세상의 권위나 지위, 명예와 다 헤어져 오직 그 인간 자체의 몸무게만이 계량되는 공간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유학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뵌 적이 있다. 한 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2002년 대선 이야기도솔직히 나누었다. 들려주신 말씀 중에 유난히 가슴에 남는 게 있었다. 앞으로 정치를 오래 해야 할 사람이니, 지금 퇴수의 시간을 갖기를 참 잘했다고, 시작한 공부 꼭 마치라고 말이다. 퇴수(退修), 조용히 물러나 자신을 닦고 내공을 기른다는 뜻이다. 음미할수록 뜻이 깊었다.”

인생의 좌우명이나 철학이 있으시다면?

“이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 인생의 위대함은 ‘얼마나 높이 올랐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극복했는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헬렌 켈러는 시청각 장애, 루스벨트는 소아마비, 다윗은 오랜 토굴의 도피 생활, 링컨은 연이은 낙선과 빚더미, 덩샤오핑은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야인생활, DJ는 끊임없는 정치적 고난과 싸웠다. 그런데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이들 못지않은 굴곡과 부침을 겪은 제2차 세계대전의 지도자 처칠이 남긴 명언 ‘never, never, never give up(절대, 절대, 절대 포기하지 말라)’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이고 밝은 사고방식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 훌륭한 사람들의 모든 공통점은 긍정적 사고방식이다. 보통 사람들이나 위인들이나 다 실수도 하고 죄도 짓고 악조건도 있고 좌절도 하지만, 그래도 늘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결국 행복을 찾는다. 긍정에는 힘이 있다. 나 역시 결함이 있겠지만, 그래도 바보스러울 만큼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한다. 하늘이 주신 선물이다.”

21대 국회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픈 목표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키우는 사회적 뉴딜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앞당기고 싶다. 이제 20세기의 전통적 복지는 한계에 도달했다. 새로운 21세기 신복지체제를 만들어 가야하는데, 가령 ‘고용 없는 시대’ 속에서 비정규직, 자영업자, 창업자까지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사회 안전망을 신속히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인생 이모작, 삼모작, 사모작이 가능하도록 온 국민 평생교육 제도를 도입하고, 디지털·그린·복지가 종합 장착된 신개념 주택을 진행해 일과 쉼, 돌봄이 있는 신문명 주거뉴딜을 정착시키고자 한다.”

현장의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드린다.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는 일이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주목한 K-방역도 의료인들의 숨은 노력이 없었다면 이룩할 수 없었을 거다. 그런 점에서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온기를 불어 넣어주는 사회복지종사자들에게 진심 어린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진정 이 사회의 주인공은 여러분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나이에 비해 정치적 비바람을 많이 겪은 사람이다. 서울대 학생회장으로 처음 신문에 이름이 난 것이 1985년, 첫 국회의원 출마가 1992년, 첫 당선이 1996년이니 어림잡아도 20년은 현실정치와 연을 맺어온 셈이다. 30대 후반에 집권당 서울시장 후보를 할 만큼 잘나가보기도 했고, ‘이제 김민석은 끝났다’ 소리를 듣고 나락에 빠져보기도 했다. 2002년 국회의원을 그만둔 후 8년 중 반 이상을 미국과 중국에 머물면서 유학생으로 지냈다. 나의 경험들 중에서도 화려한 성공보다는 실패와 좌절, 고독과 침묵의 경험이 주변의 무언가에 쓸모가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세상일이란 것이 하고 싶다고 되고 하기 싫다고 안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혼자 기를 쓰고 서두른다해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은 그 시련의 시간 덕분이다. 돌아보면 30대에는 앞만 보고 빨리 달리는 정치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함께하는 정치, 크게 보고 천천히 가는 정치, 남을 돕는 정치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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