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
문용훈 태화샘솟는집 관장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 편에서 그들의 삶에 필요한 서비스와 심리적인 지원을 하는 사회복지현장의 경우 초기 혼란은 더욱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고 사회복지서비스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공공 의료와 돌봄서비스가 일부 중단된 상황에도 민간영역의 서비스는 지속되고 있는데 사회복지기관들이 어떠한 형태이든 사업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기구(UN)에서 바라본 코로나19

2020년 5월 13일, UN에서는 ‘Policy Brief: COVID-19 and the Need for Action on Mental Health(이하, UN 보고서)’를 발표했다. UN 보고서에서는 코로나19 위기가 처음에는 신체 건강의 위기로 시작할지라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심각한 정신건강의 위기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며, 사회 전반의 정신건강 및 복지가 모든 국가의 회복과 대응을 위해 시급히 다루어져야 할 우선 과제라고 언급했다.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으로 우울 및 불안 증가, 알코올·마약·온라인게임 등 중독성 행동과 같은 부정적 대처방법에 의지, 아동·청소년의 사회적 고립 및 가정폭력으로 인한 뇌 건강 및 발달에의 악영향, 노인의 인지기능 저하 등을 언급하고 있다.

UN 보고서에서 코로나19는 이미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며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하에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가의사 결정자들에게 3가지를 권고했다.

첫째, 정신건강 증진·보호 및 돌봄을 위한 사회전반에 걸친 접근, 둘째, 응급정신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의 폭넓은 이용보장, 셋째, 정신건강서비스 구축을 통한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지원이다. UN의 권고사항은 현재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에게 연속성 있는 치료와 돌봄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고, 정신건강 정보를 보편적 건강보장의 영역에 포함시켜야 함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 전반에 걸쳐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잘못된 관행이나 편견을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투자와 함께 정신건강사업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사업기획에 우선순위가 돼야 함을 권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권고는 정신건강에 대한 치료 환경에 대한 점검(윤석준, 후생신보칼럼)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코로나19로 인한 개인적 불안과 사회적 대혼란, 그로 인해 자살률 증가 가능성이 대두될 것으로 예측돼 대안을 마련할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적 취약계층인 독거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보다 촘촘한 안전망이 필요하며, 중년남성 등 직장을 잃어 사회적으로 고립된 계층에게도 재정적 위기 상황에서 긴급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기선완, 시사저널인터뷰·경향신문기고문)이 있다. 우리나라 중년남성의 경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이 돼 있지 않아 개인적인 곤람함을 이야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러한 경향은 고립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으며 생애 주기별 접근에서도 서비스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점검하거나 서비스를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 하는 경우나 서비스 전달체계에서 벗어난 대상에 대한 지원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변화되어버린 환경

물리적, 사회적 환경 등 전통적인 공간은 정신건강 영역을 포함한 사회복지 영역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정신건강을 비롯한 사회복지 영역에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의 지침이나 기존 매뉴얼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사회복지현장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기존의 지침과 매뉴얼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상황이어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새로운 장벽(사회적 거리)을 확산할 것인가?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되 기존의 물리적인 공간을 허물고 새로운 공간을 창출할 것인가? 정신건강 영역과 사회복지 영역을 포함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해 사회적 고립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법을 찾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사회적 약자들이 일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배가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지역사회공동체에서 소외될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이는 공간 이용의 제한, 정보 접근의 제한, 대인관계의 한계,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가장 먼저 인지한 것은 사회복지 영역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우리는 어떤 접근을 해야 할까? 사회적 변화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찾아오는 경우는 있겠지만 현재 어떠한 상황인가는 사회복지 현장에서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다.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해결방안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잘못된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우리의 과제

코로나19로 과거에는 일상적이었던 만남의 기회가 제한되기 시작했고 이는 사회적으로 소외를 경험하게 됐다. 소외는 외로움으로 이는 다시 우울과 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잘못된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외로움은 갈증이나 배고픔에 비유하곤 한다. 그러므로 단지 몇 번의 전화나 ‘다시 좋은 세상이 올 것이므로 조금만 참아보자’고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정신건강 영역의 직원을 포함해 사회복지 영역에서 전화를 받았다. 2020년 6월 30일에 발간한 ‘코로나19 사회복지실천 온택트(비대면을 일컫는 언택트(Untact)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On)을 더한 개념으로, 온라인을 통해 대면하는 방식)’에 대한 문의와 개인과 조직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 내용이 많았다.

모든 질문에 답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과제가 공통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사회복지 영역 종사자들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비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기술에 익숙해야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역량 강화의 결과가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해 나은 서비스를 하게 될 것이다.

둘째, 사회복지조직의 유연하고 민첩함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지침에 따라 사업을 하는 현재의 사회복지 조직은 이를 수행하기 위한 안정적인 조직운영을 장점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의사소통체계와 새로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새로운 접근을 즉시 시행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안정적인 조직운영과 함께 유연한 사고와 실행이 가능한 조직이 병행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비영리조직 리더십의 중요성이다. 조직문화는 리더의 가치관, 경영관, 사람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진정한 리더십을 위해 슈퍼비전의 실행과 기획능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끝으로 공공부문의 변화다. 공공부문은 책임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며 점검을 하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19처럼 새로운 사업에 대한 융통성이 필요한 시기에 지침이나 사업 안내에 내용이 없어서 허가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공공부문의 중요한 역할인 책임성과 사회적 변화 요구를 수용하는 융통성이 함께 실행돼야 할 것이다.

‘당신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아 줄게요’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에 과거의 경험과 애착은 도움이 될까? 기존 영역에서 인정을 받은 사회복지리더들이나 기관들은 전문가 필터에 갇혀 제한된 시각으로 세계를 보게 된다. 이러한 시각은 새롭게 주어진 상황에서 몇 가지 전략만을 실행하려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회의를 하는 비대면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 기술이 사용됐다 하더라도 그 목적이 사회적 과제의 해결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결코 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다. 기술은 중요하지만 너무 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기술은 수단이므로 우리는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에 초점을 맞추는 사고와 조직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코로나19 우울 극복을 위한 전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부처 간의 협력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협의는 앞서 언급한 국제기구의 권고사항을 어떻게 반영하고 실행할 것인지를 논의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사회를 구상하는 것이 필요하며 정신건강을 포함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리셋하는 과정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리셋 과정의 첫 발자국은 ‘당신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아 줄게요’라는 마음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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