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업무로 지치지만 시민들이 주는 잔잔한 감동에 새 힘 충전

현은정 팀장
현은정 팀장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코로나19가 갑작스레 들이닥친 2020년은 특히 일선 행정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에게는 전쟁터와 다름이 없다.

읍면동에서는 코로나19 감염병 이전에도 다양해지는 복지서비스로 계속해서 업무가 늘어나고 새로운 사업지침을 익히고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었는데, 지난 2월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실직과 소득 감소 등으로 생계의 위협에 처한 위기가구가 증가하면서 공적급여를 받고자 하는 취약계층의 문의가 폭증했다. 날마다 복지 창구 앞에는 상담과 신청을 원하는 민원인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전화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쏟아지는 업무와 밀려오는 민원 처리에 녹초

이에 더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소득층 미세먼지 마스크 지원사업의 마스크 배부와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저소득층 한시생활지원사업이 시행돼 각 가구별로 소비쿠폰을 배부해야 했다. 소비쿠폰을 최대한 빨리 배부하기 위해 영구임대 아파트 등 저소득층 밀집 지역에는 현장 배부를 했는데, 소비쿠폰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던 주민들이 왜 우리는 안 주냐며 항의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서귀포시에서는 정부긴급재난지원금 업무를 주민복지과에서 수행하게 되면서 읍면동 담당 직원들의 고충이 컸다. 정부긴급재난지원금 TF팀장을 하면서 읍면동 현장을 방문할 때면 계속되는 전화와 방문민원을 해결하느라 지쳐버린 현장의 동료들에게 열심히 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말이 무색해졌다. 더 이상 어떻게 노력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 할 만큼 쏟아지는 업무 앞에서 매일매일 밀려오는 엄청난 민원을 처리하고 다른 업무를 하느라 늘 허덕이며 녹초가 돼 있었다.

소득이 줄어든 가구가 늘어나면서 공적급여를 신청하는 민원도 늘어 상반기 신규 신청 건수가 평년의 3배 정도가 됐다. 우리 과에 있는 통합조사팀은 평일에도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일을 해야 했고, 휴일도 없이 사무실에 출근해 신규 신청 민원들을 처리해야 했다.

또한, 휴업과 실직 가구가 증가하면서 긴급지원 담당자는 늘 전화를 놓지 못한 채 상담을 하고 현장으로 뛰어나가야만 했다. 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대상이 되지 못했을 때 쏟아지는 항의에 기운이 빠지는 일이 허다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 긴급지원을 시행하며 기준을 완화하면서 긴급지원 담당자를 한 명 증원하라고 문서가 왔지만, 문서 한 통으로 직원을 만들어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저 긴급지원 업무 이외에 담당하고 있던 제주도 자체 지원사업 업무를 빼줄 수 있을 뿐이었다.

물론, 어려움만 있었던 건 아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이어서 느낄 수 있는 보람 또한 있었다.

마스크 구입이 어려워지자 새마을부녀회 등 각 자생단체에서 마스크 만드는 법을 배워서 직접 재봉틀을 돌려가며 수제 마스크를 만들어 기부했고, 우리 시에도 기부받은 9500여 장의 마스크를 사회복지시설 입소자와 어려운 가구에 배부해 공적마스크 구입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이웃돕기 성금은 주로 설, 추석 명절이나 연말에 집중됐는데 올해는 연중 계속 이웃돕기 성금과 물품이 기탁됐다. 기탁된 성금으로 꼭 필요한 곳에 어려운 이웃을 위한 다양한 지원 사업을 했다.

공동모금회 기탁금으로 2월에는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 58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했고, 4월에는 한시소비쿠폰에서 제외됐던 저소득 한부모 가족 130가구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여름철에는 주거 취약가구에 전기요금과 냉방용품을, 추석에는 400가구에 10만원씩 명절 위로비를 지원했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입소자들이 코로나19로 외부 나들이와 외부인 출입이 금지돼 프로그램도 하지 못하고, 가족들도 만나지 못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 ‘사랑 꾸러미 지원사업’을 기획했다.

‘사랑꾸러미’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따뜻한 양말 등 작은 선물을 넣어 곱게 포장한 것이다. 희망복지지원팀이 공장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선물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떠올리며, 사회복지시설 입소자와 이용자 1500여 명에게 줄 꾸러미를 만들기 위해 안에 넣을 간식을 마트에 가서 고르고 안부 인사를 담은 예쁜 스티커를 만들어 붙여 정성스레 포장하는 시간은 스스로에게 벅찬 자랑스러움을 함께 선물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서귀포시에서 모금된 성금으로 사회복지시설 입소자를 위한 사랑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했다.
서귀포시에서 모금된 성금으로 사회복지시설 입소자를 위한 사랑꾸러미를 만들어 전달했다.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누군가로

우리 시는 설과 추석 명절에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물품과 성금을 기탁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연계 지원하는 ‘사랑나눔 지원 창구’를 운영한다.

코로나19로 다들 소비와 소득이 줄어들어 기탁이 줄어들까 걱정했지만, 올 추석에는 예년보다 35% 증가한 물품과 성금이 접수되는 의외의 성과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혹자는 국가가 위기일 때 국민이 앞장서서 국난을 극복하는 게 우리 국민의 주특기라고 하는데 이럴 때 보면 그 말이 맞는 듯하다. 밀려드는 업무로 지쳐 나가떨어질 것 같다가도 시민들이 주는 잔잔한 감동에 새 힘을 충전하고서는 ‘그래, 우린 함께하고 있어!’라고 다시 시작한다.

누구는 코로나19가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도 하고, 누구는 최소한 3년은 기다려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도 한다. 그 기간 동안 우리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위기 가구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느라 조바심을 내기도 할 것이고 분노로 가득한 거친 민원에 시달리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누군가로, 그 사랑을 받고 힘을 내는 이웃을 보고 다시 힘을 내며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내리라고 나는 믿는다. 아주 굳게 믿는다. 왜냐하면 어려울 때 빛이 나는 그대와 함께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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