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교육학 박사과정
배지혜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교육학 박사과정

독일에서 문해교육은 개인의 사회참여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교육 기회의 평등을 통한 민주주의 실현의 수단으로 인식된다. 독일 연방정부는 2016년부터 2026년까지 성인문해교육 10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예산 약 2430억원을 배정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문해교육 수업, 교재 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레스토랑의 메뉴판, 자녀의 학교 가정통신문, 기차역의 정보판, 버스표 판매기, 관공서의 서식, 가족과 친구의 휴대폰 메시지 응답은 문해자에게는 당연한 일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2020년 현재 68~74세 노인 중 텍스트의 이해가 어려운 저문해 비율이 전체 평균 14.5%를 상회하는 17%로 나타났다.

현재 독일 노년층의 일부는 2차 세계대전과 이후의 사회 전반적 빈곤으로 적절한 문해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들은 글과 관련된 일상이 부담스럽고 때로는 난처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독일의 성인문해능력 조사, 노인 대상 문해교육 프로그램과 문해학습 교재를 살펴본다.

레오 성인문해능력 조사

독일의 연방 교육연구부는 성인교육 분야의 문해력 증진을 위해 함부르크대학의 성인문해능력 조사를 지원했다. 조사는 레벨-원(Level-One) 연구로 줄임말로 레오(LEO) 연구라고 한다. 독일 함부르크 대학의 레오 성인문해능력 조사는 2010년과 2018년 두 차례 실시됐다.

연구에서는 독일어를 구사하는 18~64세 성인을 대상으로 2010년에는 8436명, 2018년에는 7192명의 표본 집단을 대상으로 문해 수준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문해 1∼3단계 해당자의 비율은 2010년 조사대상의 14.5%로 나타나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750만명이었으며 2018년에는 12.1%에 해당하는 620만명이 저문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레오 연구에서는 독일 성인의 문해 능력을 5단계로 구분했다. 독일에서는 문맹 또는 비문해가 아닌 저문해(Geringe Literalit t)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는 실제로 알파벳을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의 문해력이 전혀 없는 비문해 인구 비율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중 기본적인 저문해는 1~3단계이고, 4단계는 기능적 저문해, 5단계는 4단계 초과의 충분한 문해 수준으로 구분했다. 이러한 1~5단계의 문해 수준 정의는 다음과 같이 학습자의 문해교육 목표를 내포한다.

1단계는 알파벳 수준으로 A, B, C의 알파벳을 알고 있으나 이를 조합한 단어를 인식하는 것이 어려운 수준을 의미한다. 2단계는 단어 수준으로 개별 단어를 읽고 쓸 수 있으나, 문장을 읽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수준을 말한다. 3단계는 문장 수준으로 개별 문장을 읽고 쓸 수 있으나, 짧거나 긴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운 수준을 의미한다. 4단계는 간단한 텍스트의 의미를 이해하지만 기초적인 맞춤법을 충족하지 못하는 쓰기 수준을 말한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노인의 문해 수준은 전체 인구의 평균 문해 수준에 비해 낮다. 출생연도별 문해상황을 살펴보면 레오 2010 연구에서 2020년 기준으로 68~74세에 해당하는 1946~1952년 출생한 노년층의 경우 문해 1~3단계에 해당하는 비율이 17%로 평균인 14.5%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레오 2018 연구에서는 해당 연령대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전체 문해 1~3단계의 비율이 2010년의 14.5%에서 2018년 12.1%로 감소했다.

노인 문해교육 사례

독일 연방 교육연구부는 앞서 살펴본 레오 성인문해능력 조사에 기반해 성인문해교육 10년 계획인 ‘알파데카데(Alphadekade) 2016-2026’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성인의 읽고 쓰는 능력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6년까지 10년간 1억8000만 유로(한화 약 2430억원)를 배정했다. 예산은 문해교육 실천, 교사 연수, 학습 자료 개발 등에 사용된다.

그중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교재를 살펴보도록 한다.

카페에서의 여유로운 분위기 속 문해교육

성인과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해교육의 경우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고 즐겁고 편안하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심리적 배려가 필수적이다. 독일 북부의 브레머하픈 지역의 한 카페에서는 학교에서의 배움과는 다른 형태로 문해교육을 진행한다. 카페에서 진행되는 ‘잘 읽고 쓰기 위한 출발’ 프로젝트는 고령 학습자의 부담을 낮추고 편안하고 즐거운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프랑크 클라프 프로트 씨는 52세로 문해 1단계 수준에 있었다. 즉 알파벳 하나씩은 읽을 수 있지만 단어와 글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겨울 동안 그는 카페에서 진행되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큰 향상을 경험했다.

그는 자신의 파일철을 쓰기와 읽기 연습 문제로 가득 채웠다. 파일철의 앞쪽을 보면 전에는 오류가 많았지만 뒤로 오면서 오류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도 커피와 차 그리고 과자를 먹으면서 클라프 프로트 씨는 7명의 다른 참여자와 함께 자신의 연습문제를 풀고 있다.

반대편에는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와서 색칠 공부를 하고 있다. 브레머 하픈 지역의 ‘잘 읽고 쓰기 위한 출발’ 프로젝트에 있어 여유로운 카페 분위기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학습자는 전통적인 학교의 분위기와 다른 여유로운 일상의 상황에서 자신의 문해 수준에 맞는 적절한 개별 학습을 하게 된다. 즉 일전에 했어야 했던 학습 그러나 할 수 없거나 즐겁지 않았던 학습을 이곳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

독일 노인 문해교육 교재 삽화
독일 노인 문해교육 교재 삽화

노인의 생활에 맞춘 교재 구성

성인문해교육 10년 계획은 노인을 비롯한 성인의 문해학습 운영 이외에도 교재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2018년 출판된 ‘노인복지와 기본교육’은 문해학습을 통해 노인의 생활과 밀접한 언어 표현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책은 노인 전문 간호사와 문해교육가, 교육학자 등의 다수 저자가 공동 집필했다. 교재는 노인의 일상과 필요를 고려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첫째, 고령의 문해학습 참여자가 일상생활에서 고립을 피하고 다양한 주변인과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휴대폰 문자 읽고 보내기, 생일 파티에의 초대장 쓰기 등의 활동과 예문이다. 둘째, 건강한 식습관과 관련해 영양소와 음식의 명칭에 대한 내용도 있다. 셋째, 노인이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돕기 위해 일반적인 신체적 변화 등을 다룬다. 넷째, 산책이나 장보기 등에 필요한 노인의 이동성과 관련해 사용하게 되는 도구와 표현이 학습내용으로 제시된다.

문해교육 10년(2016-2026) 계획 시행

독일 연방정부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문해력 증진을 목표로 ‘문해교육 10년 계획(2016-2026)’을 시행하고 있다. 성인교육 분야의 문해력 증진은 성인문해능력 조사 지원을 통한 문해교육 목표 설정 및 다양한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진다.

노인 문해교육에 있어 독일 사례의 시사점은 첫째, 문해학습 참여자가 자신이 부족하거나 창피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편안한 학습 공간 및 분위기를 제공해 노년층의 학습자가 즐거운 학습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점이다.

둘째, 비문해를 문해 능력이 부족한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특정 문해 수준에의 가능성을 가진 대상으로 보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문해 가능 능력을 기준으로 알파벳 수준, 단어 수준, 문장 수준의 저문해 1~3단계 및 기능적 저문해로 구분한다. 한국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성인문해능력 조사를 통해 문해 수준을 ‘수준 1: 초등1・2학년 수준’, ‘수준 2: 초등3-6학년 수준’으로 구분한다. 문해 교육과정은 ‘초등 문해 과정’과 ‘중학 문해과정’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고령 노인 학습자의 학습 동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련 용어 선택에 교육심리학적 민감성이 요구된다.

셋째, 노인 문해학습자의 흥미와 요구에 맞는 학습 내용의 구성이다. 노인이 직면한 사회적, 신체적 변화나 일상생활과 관련된 학습 소재를 통해 문해학습의 질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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