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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사회적 고립으로 노인학대 문제 심각
  • 승인 202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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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인권위원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인학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피해자의 사회적 고립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한 집에 고립돼있거나, 평소 이용하던 사회복지 혹은 지역사회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함께 거주하는 가족이 직업을 잃거나, 사회 경제 위기로 인해 재정적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은 노년층이 직면한 학대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실제로 호주 인권위원회는 가족이나 지인이 노인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이들이 사회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약하고, 본인들과 함께 거주하도록 강요하면서 노인들의 행동을 통제하고 경제적으로 학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큰 우려를 내비쳤다(Australia Human Right Commission, 2020).

경제적 학대 가장 많아…가해자 60%가 자녀

호주 전체 인구 중 노인인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호주인구의 11.6%가 55~64세였고, 65세 이상은 15.7%에 이르는 390만명이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증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인학대에는 경제적, 정서적, 신체적, 성적 그리고 방임이 있다. 호주 내 노인학대 현황에 대해 정확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몇 차례 연구를 통해 노인인구의 2~14%가 노인학대를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노인의 1.7%가 지난 1년간 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고, 70~75세 그리고 85~90세 여성 노인의 20%가 방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Kaspew 외, 2016).

호주 정부가 노인지원기관 12곳에서 접수된 2717개의 사례와 1만2993건의 전화상담 기록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재정 학대 38%, 정서적 학대 36%, 방임 14%, 신체적 학대 9%, 사회적 학대 6% 그리고 성적 학대 사례가 0.3%였다. 노인학대 가해자는 60%가 피해자의 자녀였으며 그외 친구, 이웃, 배우자, 부모, 형제, 손주, 사촌 등이었다(Adam, 2019).

이와 비슷한 결과로, 퀸즐랜드 주정부의 노인학대방지 부서 통계에 따르면 보고된 노인학대 대부분의 사례가 가정에서 일어났다. 2018년과 2019년에 접수된 1780건의 사례 중 가해자의 72%는 자녀였으며, 피해자의 32.4%가 가해자와 한 가정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또한 21.6%는 피해자가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신체・경제적으로 가해자에게 의존하고 있었으며, 80~84세 연령대의 피해자가 가장 많았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50~54세가 가장 많았다(Queensland Government, 2020).

노인학대의 가장 공통적인 사례는 집세를 부담할 수 없거나 이혼 및 별거로 배우자와의 관계가 지속되지 않아 거주할 곳이 없어진 자녀들이 노부모의 집으로 들어와 함께 거주하면서 발생한다. 이 경우 학대사례는 노부모에게 자신의 생활비를 부담하게 하거나, 은행 계좌 정보를 강제로 알아내 저축금을 통제하거나, 부동산 등 재산에 대한 위임권을 행사하는 것이 있다. 특히 경제적 학대는 가해자가 노부모를 보살피기 위한 목적으로 함께 거주하지만 실제로 노부모의 동의 없이 재산을 통제하거나 위임자로서의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학대는 치매 등 질환을 가지고 있는 노인이 더 쉽게 노출되는데, 노인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의 경우 더욱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노인요양시설의 서비스 질과 안전도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노인요양시설 실태에 대해 특별위원회가 진상규명에 착수했다. 현재 발표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 내 노인의 열악한 영양상태와 부적절한 상처치료, 폭행, 동의 없이 빈번하게 자행되는 신체적 결박, 과도한 진정제 투여 등 그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80세 이상 호주 노인인구 중 72.1%가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사실에 근거할 때 이는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노인학대 피해자 위험 요소

노인이 학대를 경험할 수 있는 위험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인지능력 기능 저하, 자기 돌봄 능력 저하(돌봄 의존성 증가), 심리적 어려움, 빈곤, 문제행동, 건강 문제, 사회적 고립 등이 있다. 이러한 요인들은 학대와 관련이 있지만 학대를 기인시킨다고 보지는 않는다.

인지능력 기능 저하와 장애

치매를 포함한 인지능력 저하는 노인학대의 주요 위험요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의 필요 정도가 높아질수록 보호자의 스트레스와 부담이 가중되고 이는 학대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덧붙여 치매로 기인되는 문제행동은 보호자와의 갈등을 야기해 학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지능력 저하뿐만 아니라 신체기능저하로 인해 자기 돌봄 능력이 저하되고 의존성이 증가하는 것 또한 학대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열악한 정신건강

우울이나 심리적 스트레스와 같이 열악한 정신건강은 장기적으로 치매나 인지능력장애와 깊은 관계가 있다. 따라서 좋지 않은 정신건강은 학대의 결과이면서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사회적 고립

사회적 고립은 노인들의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보호자의 돌봄 제공에 대한 필요성을 증가시킨다. 또한 학대를 받고 있을 경우에도 고립으로 인해 학대 사실이 밝혀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높은 수준의 사회적 지원은 노인학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키고 차후 학대를 줄일 수 있는 보호요인으로 작용한다.

학대, 가정폭력 및 가정 갈등의 과거력

과거의 학대 경험이나, 가정폭력 그리고 가정 갈등의 존재 유무는 노인학대 유형 중에서도 신체적 학대와 방임에 깊은 연관이 있다. 이것은 가족관계와 배우자 관계에서 학대나 갈등이 노후 삶에서도 지속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아동기에 학대 경험이 추후 삶에서 학대를 경험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자녀는 돌봄 제공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를 꺼려 하고, 노부모에게 필요한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기술 습득에 대한 동기가 부족해 방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노인학대 가해자 위험 요소

노인학대 가해자에 관한 위험요소에 대한 연구는 피해자에 대한 연구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기존의 사례 증거를 기반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돌봄 제공자로서의 부담감이나 스트레스, 노인에 대한 의존성 정도, 상속에 대한 권리의식, 약물남용, 가정폭력 또는 가정 갈등, 정신건강의 문제 등이 제기된다.

돌봄 제공자의 스트레스

치매나 장애가 있는 노인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보호자의 경우 돌봄 제공자의 스트레스는 노인학대에 깊은 연관이 있다. 보호자가 겪는 스트레스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예를 들어 보호자의 돌봄 기술이나 역량 정도, 그리고 노인의 공격적인 행동은 보호자와 노인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보호자와 노인과의 관계가 긍정적이고 돌봄에 대한 지원을 받을 경우, 보호자의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다.

노인에 대한 재정적, 심리적인 의존성

노인학대 가해자를 일반 집단과 비교한 결과, 노인에 대해 심리적, 재정적, 주거형태에 대한 의존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성인 자녀가 노부모에게 의존해 사는 관계는 ‘기생적 관계’로 묘사되는데, 이런 의존적 관계는 노인의 학대 위험성을 크게 증가시킨다. 특히 상호의존적인 관계의 경우 학대 위험은 더욱 커지는데, 그 이유는 노인이 자신을 학대하는 성인 자녀를 보호해야 하는 책임감 때문에 학대를 겪고 있어도 이를 보고하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열악한 정신건강

정신질환을 포함해 건강하지 않은 정신상태는 가해자의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열악한 정신건강은 문제행동, 약물중독, 노부모에 대한 의존성 증가 그리고 노인과의 상호관계에서 갈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알코올과 약물중독은 노인학대 가해자의 위험요소 중 하나로 특히 약물중독은 다른 형태보다 신체적, 정서적 학대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에 대한 권리의식

가족 구성원의 상속에 대한 권리의식은 학대 중 재정적 학대와 관계가 있는데, 이러한 태도는 연령(노인)차별주의와도 관련이 있다.

노인학대 예방과 개입을 위한 공공보건정책

호주 정부의 노인학대 방지를 위한 공공보건정책은 총 3단계 개입으로 나누어진다.

1단계 개입은 국가 차원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노인학대방지를 위해 접근하는 방법으로, 노인학대 방지 및 개선을 위한 법과 관련 정책과 실무에 대한 기준안을 마련하고, 교육과 인식개선을 위한 전략을 제시하며 노인학대 관련 직종을 위한 전문성을 개발・지원하는 것을 포함한다. 현재 노인학대에 관해 국가 차원에서 주관하는 입법은 없는 상태이다. 대신 연방법과 각 주와 영토법 내의 민사법과 형사법이 노인학대 사례에 적용된다.

노인학대 개념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교육을 통해 향상시키는 것은 노인학대 조기 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은 노인, 가해자와 노인 관련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되는데 관련 종사자의 경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차후 노인학대 사례에 대한 응대방법이 향상되고, 학대 사례에 대해 보고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baker et al., 2016).

그러나 노인의 경우 학대에 대해 보고하는 데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학대 행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학대를 경험해도 이를 인지하기 어렵고, 학대 사실을 보고할 경우 가해자로부터 받을 보복에 대한 두려움, 수치스러움, 자녀가 학대가해자일 경우 자녀에게 초래될 결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경우 보고 절차에 대한 기관 내 규약이 부재하거나, 보고하더라도 적절한 지원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2단계 개입은 노인학대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특정 집단에 대해 개입하는 것으로 학대 가능성 스크리닝과 위기 사정, 사회적 지원 서비스 확대를 들 수 있다. 학대 가능성 스크리닝과 위기 사정 전략은 노인학대의 예방과 개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기 사정은 주로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노인을 선별해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전문가에 의해 다면적인 접근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적 지원서비스 개발 전략은 돌봄 제공자나 가족에 대한 지원서비스, 재정관리 프로그램, 법적 자문 그리고 노인학대 콜센터 등이 해당된다. 돌봄 제공자 지원 서비스는 가족이나 보호자의 부담과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줌으로써 노인학대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진다. 재정관리 프로그램은 노인들을 재정학대로부터 예방하고, 노인학대 콜센터는 학대 예방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3단계 개입은 노인학대 사례에 적합한 대응과 학대를 경험한 노인이 겪게 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가해자에 대해 개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인학대에 대한 적절한 개입을 위해서는 사회, 법, 의료, 정신건강 분야 등 여러 전문분야의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한 노인에 대한 사례 관리에 대해 전담 사례관리자가 관리하고, 동기부여 면담 기술을 이용한다. 동기부여 면담은 학대를 경험한 노인이 자신이 원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학대 사실에 대해 신고하고 대처하는 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양면적인 감정을 효과적으로 다루어주는 기법이다. 이 외에도 노인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연계해 주고 변호해주는 노인학대 콜센터와 학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에서 주거하는 노인을 위한 쉼터 운영이 있다.

가족에 대한 개입으로는 가족 중재, 가족역할에 대한 회의 그리고 가족 중심 심리 상담이 있다. 이러한 접근은 노인학대에 대한 개입에 있어서도 새로운 접근법이다. 가족 중재는 훈련된 사회복지사나 임상심리사 등의 전문가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유산상속이나 돌봄을 제공하는 책임감에 대한 가족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유용하다. 가족역할에 대한 회의는 가족 중재와 비슷하나 가족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가족구성원 간의 협력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심리 상담은 인지행동치료를 기반으로 접근해 돌봄을 제공하는 구성원이 노인학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다.

2020년 6월 스캇 모리슨 정부는 취약계층과 노년층을 학대와 방임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심각한 사례 대응 제도(Serious Incident Response Scheme)’를 시행하고 이를 위해 2300만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추가적인 제도가 팬데믹으로 인해 심화된 호주내 노인학대 문제를 해소하는 범국가적인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