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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노인복지의 미래
  • 승인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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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코로나19는 노인과 가족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누어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초 집계된 약 2만5000명의 확진자 가운데 60세 이상은 약 6800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한다. 그런데 사망자 425명 가운데 93%가 60세 이상이며, 특히 80세 이상은 전체 사망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코로나19는 다른 연령집단보다 고령자들에게 더 치명적이며 더 큰 위험이다.

안토니오 구테르 유엔 사무총장은 10월 1일 ‘제30회 세계노인의 날’을 맞아 코로나19 팬데믹이 고령자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그들의 권리와 안녕에 불균형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쳤음에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노인들의 개인적 삶과, 가족 그리고 노인복지서비스 현장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됐다.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는 9월 25일 제24회 노인의 날을 맞아 ‘코로나19와 노인의 삶’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코로나19가 초래한 노인의 건강권 침해 예방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 및 보건 의료・복지 서비스 현장지원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아직 코로나19가 노인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결과는 많지 않지만 이번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내용은 노인복지 현장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 그동안 전파 예방에 가장 많은 자원과 노력이 집중되어 정작 코로나19에 걸리든, 걸리지 않았든, 걸린 후에 회복되었든 현 상황에서 건강수명과 삶의 질이 감소되는 노인인구에 대한 관심은 약해진 반면 요양병원 등의 시설에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에 대한 비난이 집중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정희원, 노인의학적 관점에서의 코로나19).

• 코로나19는 우리나라 전 연령대 인구 정신건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나 노인층에 대해서는 다른 연령대의 집단과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재난 시의 정신건강 양상을 볼 때, 노인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보다는 우울, 불안, 기억력 장애가 더 흔하게 나타나며, 감정적 증상보다는 모호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통해 발생하는 고립과 외로움은 노인 연령층에서 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노인들의 사회와의 연결을 유지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홍나래, 코로나19 팬데믹과 노인 정신건강).

• 면역 노화의 관점에서 기저질환자 및 고령층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원인을 고려했을 때 고령층에 적합한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신옥, 코로나19 감염과 면역 노화).

• 요양병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노인 환자 감염예방을 위해 입원 및 외래 환자, 직원, 간병인, 보호자 및 면회객 관리의 차원에서 혁신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김선숙, 코로나 위기 시대, 노인 질병관리 간호실무 인프라 변화: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 종합병원과 동일한 감염예방 정책과 실무가 적용되어야 함에도 국내 요양시설에는 감염예방을 위한 인프라와 지원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 허약한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요양시설의 감염예방과 관리를 위한 적절한 대책이 시급하다(정재심, 요양시설에서의 감염예방과 대응).

• 코로나19는 경제활동인구뿐만 아니라 은퇴 상태에 있는 노인인구에도 경제적 영향을 끼친다.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적 위험 상황에서는 연금제도와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사회보장제도로서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향후 사업장 가입자 적용기준 개선, 보험료 지원 및 크레딧 제도 확대 등의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김혜진, 코로나 소득 절벽시대, 노후소득 문제와 국민연금의 역할).

• 포스트 코로나 뉴노멀 시대의 노인인권과 연령주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김범중, 뉴노멀 시대 노인인권 증진과 연령주의 극복 방안).

출처 | 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학술심포지엄 자료집

제도와 현실의 괴리가 큰 노인복지 현주소

노인복지 현장은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 이후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지난 40년간 노인복지법은 총 62회 개정됐다. 노인복지법 개정의 역사는 우리나라 노인복지 정책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노인복지환경 변화에 따른 정책의 확대로 총 28조로 제정된 법률이 총 61개의 조항으로 개편됐다.

노인복지법은 초기에는 경로 우대 및 저소득 무의탁 노인을 국가가 보호하기 위한 제도 수립을 위한 근거를 제공했으나 이후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취업・학대・여가・돌봄 등 노인문제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노인복지서비스 수요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서비스 전달체계와 급여 신설을 위한 조항들을 포함하게 됐다.

2000년대 초반에는 저출산으로 인한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2005), 고령친화산업진흥법(2006), 노인장기요양보험법(2007), 치매관리법(2011), 노후준비지원법(2015)이 제정됐다. 노인복지와 관련된 법은 이 밖에도 기초연금법(2014, 기초노령연금법(2007-2014)), 국민건강기본법, 고령자고용촉진법, 평생교육법, 국민연금법 등 매우 다양하다.

한편 독거노인의 증가에 따른 고독사 문제가 발생하면서 보건복지부는 2012년 독거노인 종합지원대책을 수립하고, 2008년부터 치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치매관리종합계획을 5년에 한 번씩 수립하고 있다. 2018년에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노인복지 예산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집계하기 어렵지만 기획재정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노인복지 예산은 총 16조5887억원으로 보건복지부 총지출 예산의 20.0%를 차지하며, 2019년 대비 17.8% 증가했다. 한편, 노인 관련 연금 규모는 2004년 5005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기초노령연금법이 시행된 2008년에는 기초노령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도입으로 2조619억원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그 이후에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노인복지시설은 2000년 4만8008개소였던 것이 2019년 현재에는 7만9382개소(경로당 6만6737개소 포함)에 달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노인복지 제도와 정책이 양적으로 팽창했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국제헬프에이지가 발표한 세계노인복지지표(GAW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96개국 중 전체 순위 60위, 소득보장 영역 82위, 건강 영역 42위, 역량 영역 26위, 우호적 환경은 54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물론 이 지표가 갖고 있는 제한점이 있겠으나 한국의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반영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고령화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무겁고 시급한 숙제를 안겨 준다.

초고령 사회 비상 대책이 시급한 노인복지 현장의 과제

통계청이 제24회 노인의 날을 기념하여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2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인데 2025년에는 그 비율이 20.3%에 이르게 되면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옮겨가는데 불과 25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35년, 독일 77년, 미국 88년, 프랑스가 143년에 걸쳐서 경험한 고령화를 상상을 초월하는 단기간에 겪게 되는 한국은 초비상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응 역량이 미흡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라남도는 고령인구 비중이 23.1%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미래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앞에 와 있고, 노인복지 현장은 코로나19가 오기 전부터 이미 위기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힘들고 지친 상황이지만 이번 사태는 초고령 장수사회의 도래가 임박한 한국사회에서 고령 집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초고령 사회의 복합적인 위기를 슬기롭게 맞이하고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당장 긴급 대책이 요구된다.

첫째,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춘 노인복지 정책과 서비스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베이비부머의 고령화로 5년 후인 2025년이면 노인인구는 1050만명으로 늘면서 인구의 20%를 차지하게 된다. 노인복지 교과서에도 담겨 있지 않는 대한민국 노인들의 나이 들어가는 경험과 욕구 및 권리에 대해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며, 고령친화적인 생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둘째,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OECD 회원국과 주요 신흥국 등 38개국 가운데 10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 100명 가운데 1명이 경제적인 이유로 폐지를 수거하며, 이들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29%를 차지한다는 것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노인복지의 양극화 현상에 주목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취약집단 고령자들을 위한 적극적 조치 및 모든 고령자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의 삶을 보장하는 노인복지 기준선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코로나19 사태는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추진하는 사람 중심의 4 차 산업혁명 대응계획(I-KOREA 4.0)과 함께 ‘디지털 뉴딜 종합 계획’을 탄생시켰다. 이와 같은 변화에 노인복지현장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노인복지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치러지고 있고 아니면 소수 관계자만 모여서 행사를 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의 평생교육이나 여가서비스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복지서비스들이 등장했다. 그러나 노인복지 현장은 디지털 기반 서비스 제공 인프라가 취약하고 사용자들의 디지털 격차로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를 맞이하여 노인복지 현장은 함께 연대하여 서비스 수요 중심의 R&D와 사용자 중심의 기술 개발이 촉진될 수 있는 스마트 에이징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은 자동차가 로봇으로 변신해 그 이전의 형태가 없어지는 트랜스포머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노인복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재건축을 필요로 한다.

커뮤니티케어 시대에 걸맞은 수요자 중심 맞춤형 노인복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인복지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 또한 시급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