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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역할과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
  • 승인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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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장

임춘식 회장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보다 노인복지전문가로 더 알려져 있다. 그의 전문성은 이력으로도 증명된다. 한국노인복지학회 초대회장, 평화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서울 평화의 집 원장, 그리고 사단법인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시대의 노인복지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손꼽히는 그는 칼럼니스트, NGO 활동가, 그리고 시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다 주면 다 얻는다」, 「노인장기요양산업의 이해」, 「성은 늙지 않는다」등이 있다. 자타공인 ‘노인복지통’으로 불리는 임춘식 회장을 만나 노인복지에 대한 그의 철학과 소신을 들어봤다.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1996년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노인복지에 관한 조사연구와 정책건의, 노인복지에 관한 각종상담 및 교육훈련 등 각종 노인복지사업을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협력지원하며 노인복지에 대한 국민의 참여를 촉진시킴으로써 우리나라 노인복지 증진과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연합회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인지?

“설립당시와 비교하면 현재는 회원 상호간의 교류협력이 약해졌다. 이는 대한노인회 등 개별 단체 회원의 확대로 상호간 네트워킹이 과거에 비해 자연스럽게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재정기반도 취약해졌는데 연합회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회원간 협력도모와 아울러 재정구조의 강화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4차산업 혁명 시대 노인복지 관심 분야와 방향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는 지금 두개의 초대형 쓰나미에 맞닥뜨렸다. 바로 4차 산업혁명과 고령사회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가 빠른 나라이며 요새 어디를 가더라도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이 화두에 오른다. 당장에라도 우리의 삶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것처럼 기대와 불안감이 팽배하다. 10년 전만 해도 핸드폰에 이렇게 많은 기능이 탑재될 것이란 상상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고 점점 사람과 사물,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컴퓨터 속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가 연결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사회, 문화, 경제 등 사람들의 일상생활 전부를 바꾸어 놓게 됐다. 새로운 문명이나 기술이 등장할 때는 늘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우려의 일부는 현실로 다가와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효용성이 우려를 능가하고, 인류는 어떻게든 이에 적응하고 역기능의 일부를 극복해나가야 한다. 4차산업 혁명 시대에 모든 세대가 조화롭게 살기 위해 노인에 대한 인식개선 및 권익을 위한 노인교육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노인들은 급변하는 사회에 신속하게 적응해 나갈 기술적 능력 등이 젊은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에 경제활동을 포함한 사회활동에 있어 일정 수준 이상의 디지털 역량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화교육’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해 가며 젊은 세대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모두에게 차별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지각 변동을 동반하는 혁신이라는 인식이 필요할 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복지시설 운영이 제한적인데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뉴노멀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인돌봄서비스의 방향은?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에 IT 기술을 접목한 돌봄서비스는 기존 대면복지서비스의 부재를 보완한 대안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기에 노인을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과 이에 대한 사용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서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지역사회통합돌봄서비스’가 대안이 될 것이다. 노인이 거주하는 지역사회 안에서 필요한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인데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4차산업 혁명의 어두운 측면인 인간성 상실을 회복하고 다함께 누리는 ‘지역복지공동체’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대학교수에서 현장의 사회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과거 서울에서 대표적인 달동네로 손꼽히던 중계동 104번지에서의 인연을 시작으로 소외계층에게 관심을 가지고 봉사하는 삶을 시작하게 됐다. 어려운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고학으로 대학을 마친 뒤 대만유학을 다녀와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1986년 연구과정의 일부로써 학생들과 함께 노인실태조사를 위해 중계동 104번지를 찾게 되고 이제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을 만나게 됐다. 연탄불도 제대로 떼지 못한 방바닥에서 찬밥 한덩이를 말아 연명하는 노인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평범한 학자였던 내가 현장의 노인복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전환점이 됐다.”

지금까지 사회복지에 몸담으면서 기억에 남는 성과는?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먼저 1998년 한국노인복지학회를 창립하고 초대회장으로서 8년을 맡은 당시, 국내 최초로 노인의 성을 주제로 다룬 「성은 늙지 않는다」를 발행했다. 우리사회 그늘에 깊숙이 가려진 노인들의 고민, 차마 드러내놓고 말하기 어려웠던 ‘노인의 성’ 문제를 과감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베스트셀러가 됐고, 일본과 중국에서도 출판돼 화제가 됐다. 두 번째는 이동 목욕차량을 개발해 특허까지 받은 일을 꼽고 싶다. 1996년 4년여의 연구 끝에 세계최초로 이동식 전자동 목욕차량인 ‘신나는 목욕탕’을 개발했는데,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연합회가 설립된 지 25년이 됐다. 그간의 성과를 말씀해 주신다면?

“설립초기 민간을 대표로 한국의 노인복지정책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1981년 노인복지법 제정과 이후 개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특히 2012년 노령기초연금의 초석을 마련했다. 또한 매년 청와대에서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통해 노인복지발전을 위한 정책건의를 활발히 해왔다.”

향후 연합회의 나아갈 방향과 계획은?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고령화의 문제는 노동능력 가능인구 감소 및 평균 근로연령의 상승으로 노동력 부족현상을 초래한다. 또한 노인인구의 확대로 부양의무와 공적연금 보험료가 증가하는데 이러한 문제는 결국 국가의 책임 증대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 연합회는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모든 노인이 더불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선진 노인복지사회를 이끌어 가는 견인차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노인복지정책을 뒷받침해 노인복지의 발전을 촉진하고, 민간 노인복지 자원을 활용해 건강한 노인문화를 확산하는 책임을 가지고 나아가겠다.”

임기 내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가 시작됐다. 요즘 한국사회에서 노후파산이란 말이 유행이다. 노후파산이란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능력을 상실한 노인의 비참한 삶을 일컫는 용어로, 작년 일본 NHK가 충격적인 노인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방송하면서 만든 신조어다. 고령화에 불안정 소득・병원비 지출 등이 겹치며 노인들이 퇴직 이후 빚에 쫓겨 파산에 이르는 ‘노후파산’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있는데, 2016년 1~2월 서울중앙지법이 선고한 파산자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노후 파산이 현재 노년층을 넘어 중장년층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방관한다면 국가 파산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고령화와 이로 인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적연금, 장년 일자리, 보건의료, 교육훈련, 노인복지, 여가 프로그램 등 입체적 영역에서 정부 정책이 입안되고 적극 시행돼야 한다. 이를 위한 시급한 과제는 ‘노인복지청’의 신설이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노인 인구 비율이 7%가 넘어서는 시점부터 노인전담부처 및 조직을 만들어 획일적이고 효율적인 관리와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노인 정책을 전담・총괄하는 ‘노인복지청’ 신설을 추진함으로써 고령화 문제를 해소해 나갈 수 있도록 연합회 회원단체의 힘을 모아 한목소리를 내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노인복지를 생각할 때 많은 사람은 편견을 가지고 있다.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에게 투자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낭비라고 여기는 것이다.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노인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건강한 고령사회는 노년기의 가치가 인정되고 노인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이다. 젊음이란 인생의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 상태이다.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았느냐가 중요하고, 몇 살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만큼 나이 값을 하며 올바로 살고 곱게 늙어 가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