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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2025년부터 초등학생 전일제 교육 의무화
  • 승인 202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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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반부터 시행된 독일 전일제 교육 확대와 그로 인한 효과를 소개한다. 더불어 전일제 교육 정책에 대한 최신 현황과 앞으로 수행해나가야 할 과제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1990년 통일 전 동독과 서독의 학교는 서로 다른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다. 동독의 학교 시스템은 오전 수업, 점심 식사, 전담 인력에 의한 오후 돌봄으로 이루어지는 지금의 전일제 학교와 같은 방식이었다. 반면 대부분의 서독 학교는 학생들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하교한 후 가정에서 돌봄을 전담하는 반일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통일 직후에도 구 서독 주의 학교는 전통적인 운영 시스템을 선호했기 때문에 전일제 교육을 시행하는 학교의 비율은 동독보다 훨씬 낮았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일제 교육 확대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2000년도 초반이다. 2000년 실시된 OECD 국가별 학업성취도(PISA) 평가에서 독일 학생들의 낮은 학업 수준에 따른 보충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됐고, 여성 경제활동 인구 및 한부모 가정 인구증가에 따른 학교 돌봄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전일제 교육 확대를 위한 정책이 시행됐다. 그것이 바로 ‘미래의 교육과 돌봄을 위한 투자프로그램(IZBB)’을 통해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총 40억 유로(약 5조원)를 투자해 16개 모든 주 정부에 약 1만개의 전일제 학교를 증축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정책 이후 약 20년 동안 독일의 전일제 학교 비율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연방정부는 전일제 학교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결과에 공감하고, 앞으로 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다음 단계의 정책을 준비했다. 이에 따라 전일제 교육이 가장 필요한 초등학교(1~4학년)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2025년부터 모든 초등학교 학생이 전일제 교육을 받는 법적 권리를 가진다’라는 법률안이 2019년 5월 14일 의회에서 통과됐다.

전일제 교육의 정의와 유형

독일의 학제는 다음과 같이 초등학교 1~4학년에 해당하는 그룬트슐레(Grundschule),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김나지움(Gymnasium), 게잠트슐레(Gesamtschule)와 하우프트슐레(Hauptschule)로 나눠진다.

전일제 교육은 초등학교와 중등과정(5~10학년) 학생이 오전 정규 수업을 마치고 점심 식사 후에 오후 4~5시까지 추가적인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 프로그램은 학습 단계에 맞는 보충수업부터 스포츠, 예술, 음악 활동 등의 과외 활동이 개인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다양하게 제공된다.

16개 주의 학교는 교육과정과 수업모델에 따라 의무형, 부분형, 개방형의 각기 다른 전일제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를린의 의무형 전일제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의 학생은 일주일에 최소 4일 정규 수업이 끝난 후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부분형은 일주일에 최소 2일은 의무, 2일은 자유롭게 참여하는 의무형과 개방형의 혼합 형태이다. 개방형은 일주일에 4일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비용과 점심 식사 비용에 대한 면제 여부는 주 정부 별로 상이하다. 베를린의 경우 교육 비용은 면제이며 2019년 8월부터 모든 초등학교 학생에게 점심 식사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전일제 학교의 확대 계기와 효과

전일제 학교 확대에 영향을 준 계기는 2000년 실시된 OECD 학업성취도(PISA) 순위였다.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연구에 따르면 32개 OECD가입국 중 독일 청소년의 학업 수준은 중하위권인 21위에 머물렀다. 낮은 순위의 원인으로 경제적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학생 간의 학습 격차가 지적됐다. 이에 따라 상호 간 격차를 줄이고 학습 부진을 보완하기 위해 학생들의 학습능력에 따른 보충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전일제 학교 필요성이 대두됐다.

1990년대 말부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교육기관인 학교가 돌봄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점도 전일제 교육 확대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대·사회적 요구에 따라 학교가 교육과 돌봄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2002년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사민당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이와 관련된 정책을 발표했다. ‘미래의 교육과 돌봄을 위한 투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총 40억 유로(약 5조원)를 투자해 16개 모든 주 정부에 약 1만개의 전일제 학교를 증축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전일제 교육을 시행하는 학교는 4951개로 전체 학교의 16.3% 정도였다.

이후 전국적으로 총 8262개 학교가 투자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전일제 학교를 증축했다. 독일의 16개 주 정부의 학교는 각각의 서로 다른 수업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전일제 학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는 연방정부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독일 연방 교육부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전일제 학교 발전을 위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 연구는 전일제 학교 모니터링, 질적 연구와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 나은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데 바탕이 되고 있다.

2012년, 2015년, 2018년에 실시된 16개 주 정부의 학교장들이 참여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일제 교육 시행이 학생 개개인의 학습능력 향상에 이바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형편이 어렵고 부모로부터 학습에 대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학생, 특히 이민자 가정 학생의 경우 전일제 교육이 이 같은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일제 교육의 장점은 학교 교육의 연장선으로 제공되는 보충수업 외에도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교가 스포츠·음악 관련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2016년 시행된 독일 베텔스만 재단의 연구에 따르면 학부모도 전일제 교육 시행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일제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의 66%가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일제 학교 시설의 기능적·환경적인 부분에서도 80%의 부모가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또한, 77%의 부모가 자녀들이 전일제 교육을 통해 교실에서의 사회적 유대감을 배울 수 있다고 응답했다.

전일제 학교의 현황과 앞으로의 과제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연방정부는 자녀가 있는 여성을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많은 여성이 자녀 양육을 위해 시간제 근무(50~75%, 즉 하루 4~6시간 근무)를 선택한다. 일하는 시간 동안 전일제 학교가 자녀를 맡아주고, 시간제 근무가 끝난 후 다시 가정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돌봄 공백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이 생기지 않도록 기업이 협력하고 학교가 지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속적인 노력은 여성 경제활동 참여 수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독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성년 자녀를 둔 여성의 73.9%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10년 전보다 8.5% 증가한 것이다.

통계자료를 분석해볼 때 자녀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학생(7~10세) 자녀를 둔 여성의 78%가 일을 하고 있으며 중등학교(10~14세) 자녀를 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83%로 더 높게 나타났다. 독일 연방 교육부는 여성 경제 활동인구를 지속해서 늘려가기 위해 초등학생 가정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교육과 돌봄을 학교기관이 보조해 줄 수 있다면 자녀를 둔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고 자녀가 성장할 때까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025년부터 모든 초등학생이 전일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는 법률안이 2019년 5월 14일 연방의회에서 통과됐다. 독일 청소년 연구소(DJI)가 이와 관련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재 전체 초등학교의 67.5%가 전일제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2002년 전일제 학교 확대 정책으로 인해 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비율을 100%로 늘리기 위해서는 시설 건립과 운영비용에 많은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2025년부터 모든 초등학생이 전일제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66만5000명을 위한 자리가 추가로 확보돼야 하며 이를 위한 시설 투자비용으로 3억9000유로(약 55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또한, 전체 초등학교 1~4학년 학생이 일주일에 5일, 8시간 정규 수업과 돌봄을 받는다고 계산했을 때 2025년부터 운영비로 2억6000유로(약 3600억원)가 지출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매년 2%씩 상승하는 교사, 돌봄교사의 임금도 포함돼 있다.

전일제 학교 참여율은 지역별로 최저 28%에서 최고 91%까지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초등학교 1~4학년 학생의 전일제 참여 통계에서 작센(87%), 브란덴부르크(81%), 튀링엔(82%), 베를린(72%) 등 구 동독 지역이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구 서독 지역의 주 정부(바덴-뷔르템베르크, 브레멘, 헤센, 니더작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라인란트-팔츠, 슐레비비히-홀슈타인)의 전일제 학교 참여 비율이 계속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구 동독 지역의 비율이 두 배 가까이 더 높았다. 구 서독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함부르크가 91%로 높은 참여율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전일제 교육을 많이 시행하지 않았던 구 서독 지역의 주 정부들이 시설 건립과 운영비용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전일제 교육을 위한 돌봄 전담사,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스포츠 및 예체능 강사 등 충분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성공적인 정책 수행을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16개 주 정부의 학교마다 전문 인력 확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전일제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학생 참여 비율 역시 지역별로 다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인력 충원을 위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안정적인 고용 방안 등을 마련해주는 것 역시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

연방정부는 이번 정책을 위해 2028년까지 투자할 예산이 확보돼 있으며, 앞으로 지방정부 그리고 지역공동체와 함께 지속적으로 협력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나가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발표했다.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초등학생은 양질의 교육과 다양한 문화·체육 활동을 통해 개개인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다. 또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의 돌봄 부담이 현재보다 감소함으로써 이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