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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안전망
  • 승인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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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수그러들 줄 모르고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하여 일본에서 실시되고 있는 각종 지원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코로나19 감염자 추이와 정부 대처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현황을 보면, 4월 초·중순을 고점으로 한 1차 감염자 수 급증기가 있었다. 이후 8월 초·중순을 고점으로 한 2차 감염자 수 급증기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8월 30일 기준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1만59명이며, 누적 감염자 수는 6만8083명, 사망자 수는 1285명에 이른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처 방식에 대해서는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정부의 초동조치 미흡은 물론,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부 주도의 적극적 봉쇄를 통한 확산 방지책이 미흡하다고 평가된다.

그 원인으로 감염증 방역 의료체계의 미비를 지적할 수 있지만, 그보다 앞서 정부의 리더십 결여가 근본 원인이라고 할 것이다. 우선 PCR 검사를 위한 자원 확보와 환경 정비에 대한 정책 결단이 늦어, 지금까지도 충분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적극적 봉쇄정책이 부재해, 지자체 단위의 대응 방식으로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무디고 답답한 횡보는 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는 집권여당의 정책 판단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쿄올림픽 개최가 연기되고 내년 이후에도 개회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잃어버린 20년, 30년이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내수경제의 발목을 잡는 강도 높은 코로나19 방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지원제도

그렇다고 해서 코로나19 관련된 지원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코로나19 위기를 맞으면서 실업과 고용 불안정, 근로자 수입 감소에 따른 불안감 고조 등으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긴급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주요 시책을 살펴보기로 하자.

1) 특별 정액 급여

한국의 긴급재난지원금에 해당한다. 신청자에 한해서 수입과 관계없이 1인당 10만엔이 지급된다. 거주하는 지자체 주민기본대장(주민등록)에 등록된 자면 누구나(외국인 포함)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은 세대주를 원칙으로 한다. 단, 가정폭력 등으로 주민등록지를 떠나 피신 중인 자 등은 현 거주지에서도 신청 가능하다.

4월 말부터 지자체별 신청이 시작돼 7월까지 대부분 지급 완료됐다. 지급된 10만엔의 사용처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활비 충당이 약 5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저축이 26%를 차지해 생활 방어 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소비성향을 알 수 있다. 국민 생활 안정이라는 일차적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지만, 4분의 1이 소비가 아닌 저축으로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것을 짐작게 한다.

2) 아동 양육세대에 대한 특별 급여

‘아동 양육세대 긴급 특별 급여금’과 ‘한부모가정 임시 특별 급여금’이 있다. 아동 양육세대 긴급 특별 급여금은 중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세대를 대상으로 아동 1인당 1만엔이 지급된다. 한부모가정 임시 특별 급여금은 기존 한부모가정이 받는 아동부양수당과 별도로 기본금 5만엔 및 아동 1인당 3만엔이 지급된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가 증명되면 추가로 5만엔이 지급된다.

3) 주거확보 급여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로 거주 중인 집의 월세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자(프리랜서 포함)를 대상으로 지자체가 3개월간 임대료(지자체별 상한액 있음)를 지급한다. 예외조치가 적용되면 최대 9개월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 실업자 대책의 하나로 실시되던 것을 구직센터 등록과 구직신청에 대한 의무규정을 없애고, 코로나19 대책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4) 상병수당

건강보험(피고용자 대상)제도를 활용하여 코로나19로 인한 휴업 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피고용자로서 건강보험에 가입된 자 중에서,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일을 쉬었을 경우 최대 1년 6개월간 평균 급여 월액의 2/3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급된다.

5) 휴업수당

노동기준법에서는 기업 측의 귀책사유로 인해 근로자에 대해 휴업 지시를 한 경우 평균임금의 60%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코로나19 상황에 적용한 것이다. 다만, 정부의 자숙 요청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불가항력적 휴업의 경우는 예외이다. 한편, 기업은 고용주를 대상으로 한 지원 대책 중 하나인 ‘고용조정 조성금’을 활용해 휴업수당 상당 비용을 확보할 수 있다.

6) 코로나19 대응 휴업 지원금

코로나19 관련하여 회사 측의 지시로 근로자가 일을 쉬었지만 휴업수당을 받지 못한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일일 평균임금(1만1000엔 상한)의 80%까지 지급된다. 휴업이 발생한 구체적인 사안과 노사간 협의·조정으로 본 지원금과 함께 상병수당, 휴업수당을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7) 미지불 임금 선불제도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도산해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 대해서 미지불 임금의 80%를 국가가 대신해서 지급하는 제도다. 퇴직 시 연령에 따라 88~269만엔을 상한으로 하며, 노동기준 감독소에서 관할한다.

8) 생활복지자금 특별 대출

생활자금을 무이자, 무보증으로 대출해 주는 제도로 ‘긴급 소액자금 대출’과 ‘종합지원자금 대출’로 나뉜다. 긴급 소액자금 대출은 휴업이나 실업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생활비가 필요한 자를 대상으로 하고, 대출한도는 20만엔이다. 도도부현 사회복지협의회가 정부위탁을 받아 업무를 담당한다.

종합지원자금 대출은 실업자를 대상으로 생활 재건을 위한 일정 기간의 생활비용을 대출해 준다. 실업 상태가 아니더라도 수입 감소가 크다고 인정되면 이용 가능하다. 단신 세대 월 15만엔, 2인 이상 세대 월 20만엔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상한액은 3개월분이며, 1년 거치 10년 이내 상환을 조건으로 한다. 시정촌 사회복지협의회가 위탁받아 운영한다.

9) 학생지원 긴급 급여

코로나19로 인해 세대수입이 감소하거나, 아르바이트 해고나 수입이 50% 이상 감소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대학교, 대학원, 전문학교(일본어 교육기관 포함) 재학생이 지원 대상이다. 급여액은 저소득층의 경우 20만엔, 그 외 10만엔이다. 국고지원을 받아 일본 학생지원기구를 통해서 운영된다.

10) 대학 수업료 감면 및 장학금 지급

2020년 4월부터 실시한 고등교육 수학 지원제도를 코로나19 국면에서 확대 적용했다. 저소득층 또는 그에 준하는 세대(세대 수입 약 380만엔 미만)의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교 등의 입학금 및 수업료를 면제 혹은 연간 최대 70만엔까지 감면해 주고, 장학금(평균 2~3만엔, 최대 월 7만6000엔)을 지급한다.

정책 효과 발목 잡는 행정 시스템의 비효율성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지원제도는 근로자층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생활비 보전을 위한 현금급여와 기존 사회보장관련 제도를 활용한 대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기존의 사회보장제도가 사회안전망으로 얼마나 잘 기능하고 있느냐가 긴급사태 대응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다양한 지원금, 수당과 관련된 시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본에서도 이참에 기본소득 도입을 통해 사회보장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 체제하에서 다수파로 거듭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편, 일본의 코로나19 관련 지원 시책은 기존 제도를 활용하면서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지만, 그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 시스템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긴급 지원제도의 생명은 긴급성과 즉응성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 정액 급여를 비롯한 많은 현금급여가 대상자에게 전달되기까지 빨라야 한 달, 지자체에 따라서는 2~3개월 이상 소요되는 예도 적지 않다.

이는 한국처럼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한 통합행정처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종 지원제도가 지자체별로 운영되고, 일괄 온라인 신청이 불가능해 서면신청이 병행되고 있다. 더구나 본인확인 서류 등 행정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지원금을 손에 쥐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도 ‘마이 넘버 카드’라는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고 있지만, 발급 의무가 없어 보급률이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정보화 시스템 및 기기의 활용이 생활과 일의 표준이 돼 가는 마당에, 이처럼 더디게 흘러가는 일본의 행정 처리를 보면, 아쉬움과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무엇을 주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주느냐도 제도 운영의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