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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가 제기한 고용안전망 보완 필요성과 방안 모색
  • 승인 2020.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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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코로나 감염 확산은 경제 대부분의 영역을 위축시켰다. 소비와 수출이 격감하고 중간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생산이 정지되고 가동률이 낮아졌다. 사람들의 국경이동 또한 극도로 제약되었다. 3월에 이어 8월에도 다시 한두 달 앞을 내다보지 못할 만큼 불확실성이 커졌다. 2020년 상반기부터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이하 코로나 위기)의 이런 특성은 지난 100년 동안 세계경제에서 전례가 없는 종류의 것이다.

사회정책의 차원에서 볼 때 코로나 위기는 ‘일시적 소득상실에 대한 기존 안전망’을 보완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가 필요하다는 정책표어의 등장이 이를 대변한다. 한국의 고용안전망 현황이 어떤 상태이길래 코로나 위기는 고용안전망 확충 논의에 일대 전기를 마련한 것일까? 고용안전망 확충에는 어떠한 난점이 있을까? 대안은 없는가?

한국의 고용안전망 현황

사회정책은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된 프로그램들을 수단으로 갖고 있다. 경제활동기에 대해서는 현재 고용보험의 실업급여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그리고 내년부터 도입될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안전망을 제공한다. 경제활동기의 근로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모두 노동시장 참여를 염두에 두고 운영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을 고용안전망이라고 정의하자.

우리나라 노동시장정책의 근간이자 고용안전망의 대표적 제도는 고용보험이다. 그 주요 대상은 임금근로자 집단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만큼 노동시장 참여자의 소득상실에 대한 안전망이라는 견지에서 보면 보호범위가 제한적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나 내년부터 도입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와 다른 점이다.

전체 노동시장 참여자에 대한 고용안전망 사각지대라는 관점에서 사각지대를 고찰하면 세 가지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그림 1). 첫째 범주는 법이 정한 바에 따라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는 집단이다. 이는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비임금근로자 집단(①-1)을 한 축으로 하고, 가사노동자, 주 15시간 미만 시간제근로자 등(①-2)을 다른 한 축으로 한다. 특수직역연금 가입자 집단(①-3)은 해당 직역 내에서 이미 안전망(특수직역 연금과 직장안전성)이 존재하므로 이들은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범주는, 법적으로는 적용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이 누락되어 있는 집단이다(②). 그 지배적 비중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다. 셋째 범주는 고용보험 가입자 가운데 존재하는 사각지대이다(③). 수급요건이 까다롭거나 수급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고용보험의 피보험단위기간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과 자발적 이직자)도 있고 실업기간이 수급기간을 넘어 지속되는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화한 가입자도 있다.

                                                    [그림 1]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구조(2019년)

( )는 취업자 대비 비중, [ ]는 임금근로자 대비 비중, { }는 적용대상자 대비 비중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 2019년 8월

( )는 취업자 대비 비중, [ ]는 임금근로자 대비 비중, { }는 적용대상자 대비 비중

자료: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원자료. 2019년 8월

전체 노동시장 참여자의 어느 정도가 고용안전망의 보호 범위에 들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범주 ③을 제외하더라도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46.9% 혹은 전체 취업자의 45.2%가 사각지대에 있다.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구성 요소 전부가 그 자체로 모두 문제적이지는 않다. 예컨대 15시간 미만 근로자의 대부분은 매우 주변적으로만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자발적으로 초단시간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그 모두를 고용안전망에 꼭 포함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후소득보장이 충실하고 제도가 성숙해 있다면 사실 65세 이상자에 대한 고용안전망 필요성도 없어진다. 가사노동자나 5인 미만의 농림어업 종사자는 행정력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그보다 더 현안이 되는 집단이 있다. 임금근로자가 아니면서도 종속된 노동을 한다고 보이는 집단과 자영자 중에도 안전망이 필요한 집단이다. 특히 전자는 전통적으로 취업자를 임금근로자-자영자로 이분해서 보는 시각 아래 임금근로자가 아니라고 간주되었기 때문에 별다른 배려를 받지 못하였다. 코로나 위기는 바로 그 점을 극명하게 부각시켰다.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 상병급여가 도입되지 않았던 탓에 코로나 위기는 질병으로 인한 일시적 소득 상실에 대한 안전망 필요성도 제기하였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라는 표어는 과연 전국민을 고용보험제도로 보호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을 설계하고 그에 필요한 조세행정을 적절히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와는 별도로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축소 필요성을 환기한 것이다.

코로나 위기와 고용안전망 격차의 부각

지난 20년간 고용보험의 가입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가구도 증가하였지만 주로 노동시장 취약자로 이루어진 사각지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는 못하였다. 한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노동의 출현은 경제적 종속성이 강한 노동에 대한 대처를 강하게 요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 노동시장에서는 ‘전통적 고용계약 형태를 띠지는 않지만 인적용역 형태를 띠는 계약으로서 경제적 종속성이 강한 계약’이 더욱 증가하리라는 예상이 널리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종속성이 강한 자영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혹은 특고) 문제의 형태로 2000년경부터 대두된 바 있다. 이들을 고용보험 적용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그 중 하나인데 기업의 노동비용 증가(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우려, 조세 및 사회보험 행정 개편의지 부족, 특고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요구 부재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진전되지는 못하였다.

                                                            [그림 2] 지난20년간의 고용안전망 확충과정

정흥준ㆍ장희은(2018)이 조사하여 추정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진성 임금근로자와 진성 자영자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시장 참여자를 종속적 자영자로 정의할 경우 한국의 종속적 자영자 규모는 전체 취업자의 8.2%에 달하는 221만명에 이른다. 이는 전통적으로 노동시장 참여자 중 임금근로자인지 자영자인지 분류하기 어려운 집단으로서 경제적 종속성을 강하게 띠는 집단이 존재하는데 그 규모가 220만명 내외에 이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인적 용역을 거래관계의 특성으로 하는 이들 노동시장 참여자 일부는 비정규직 임금근로자로, 일부는 자영자로 간주되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2월 코로나 위기 발생 직후 2개월 동안 취업자는 102만명 감소하고 일시휴직자는 99만명이 증가했다. 노동시장 충격의 크기는 이처럼 유례가 없었지만 소득상실을 보전받은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노동시장 충격을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배경이자, 노동시장 참여자의 소득상실에 대한 안전망 필요성이 크게 제기된 배경이다. 그러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고용안전망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사실 이는 노동시장 취약자일수록 소득 상실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안전망 격차가 축소되어야 한다는 문제 제기이기도 하였다.

고용보험 확대의 필요조건과 난점

사각지대의 주요 구성원은 자영자 집단과 비정규직 근로자가 주요 구성원인 미가입자 집단이다. 이들은 각각 취업자의 24.9%, 14.5%에 해당한다(그림 1). 비정규직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시간선호율(미래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주관적 할인율)이 높고 미가입으로 인한 불이익이 적기 때문이다. 가입누락이 어렵지 않은 상태로 조세행정과 사회보험 징수행정이 운영되고 있는 것도 이유이다.

사각지대 중 다수의 비정규직이 고용보험 가입에서 누락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조세행정과 사회보험 징수행정은 현재의 연계 정도 이상을 넘어 긴밀히 통합되어야 하고 사회보험 관리 누락자는 탈세한 경우와 동등한 기회비용을 치르도록 운영해야 한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관리체계도 복수의 사업장을 위해 일하는 노동시장 참여자를 관리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것을 실제로 이행하는 데에는 상당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며 예산을 포함한 정책역량을 다년에 걸쳐 기울여야 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혹은 종속적 자영자)를 내실 있게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사업소득신고자로 하여금 매월 인적용역을 제공받은 사람을 고용보험 피보험자로 관리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자영자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서는 고용보험 적용업무를 명시적으로 고려하여 간이과세자 부가가치세 신고주기와 사업소득 신고주기 등 관련 조세행정을 개선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적어도 일정 소득(예컨대 연간 500만원) 이상의 매출이 있는 사업활동자는 사업소득이 면세점 이하이더라도 소득신고를 받고 소득변화를 포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임금근로자만이 아니라 모든 경제활동자를 정확한 소득과 함께 피보험자로 관리해야 함을 의미한다.

소득원을 치밀하게 관리하여 가입 인프라를 보강한다고 고용안전망 확충이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실업 혹은 그에 준하는 소득상실이 발생할 때 적시에 소득보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종속적이든 진성이든 자영자 집단을 고용보험 적용대상으로 삼아 강제가입을 시키고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수급요건에서 면밀한 고려가 필요하다. 국세청 소득신고와 함께 소득비례의 보험료를 180일 이상 납부하고, 자영자가 사업자 등록을 말소하는 경우에 구직활동이나 창업활동을 요건으로 실업급여를 지급한다는 원칙만으로 제도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면 제도 설계에 필요한 요건을 지나치게 가볍게 생각하는 셈이 될 것이다.

상가나 장비를 가진 자영자가 실업상태에서만 실업급여 수급자격을 갖는다면, 그리고 폐업을 사업자 등록 말소로 증명해야 한다면 실업급여 수급 자격은 오직 사업자 등록 말소시에만 주어진다. 하지만 사정이 어려운 영세 자영자일수록 생계를 포기하고 실업급여만을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어서 기존 사업 연장선상에서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일반적일 수 있다. 더군다나 사업활동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적자가 5년 이내에서는 이연되면서 사업소득이 높은 시기에는 소득세를 적게 낼 가능성을 포기하고,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위해 사업자 등록을 말소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행태 특성을 고려해서 사업자 등록 말소 외에 실업을 어떻게 달리 정의할 것인지를 고려하면 수급요건을 행정적으로 실행가능하도록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다. 요컨대 실업을 사업자 등록 말소로 정의하면 실업급여 수급요건을 충족하는 자영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정부가 그간 임의가입제도로 자영자 고용보험을 운영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예상에는 단순한 의심 이상의 근거가 있다. 이러한 예상이 타당하다면 실질적 보호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일 것이므로 자영자 고용보험 적용은 고용안전망 확충보다는 재정확충 조치에 그친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종속적 자영자든 진성 자영자든 자영자 고용보험은 실업 여부보다는 현저한 소득감소를 기준으로 급여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이 경우에도 난점은 존재한다. 조세 행정의 특성을 볼 때 사업소득의 감소를 적시성 있게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 현행 조세행정을 고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반 년 이상의 시차가 필요하다. 적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조세행정을 바꾸는 일은 현재 조세행정 본연의 영역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난점을 제기할 것이다. 예컨대, 행정수요 증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확정할 수 없는 소득을 임시적으로 확정했다가 나중에 다시 검증해야 하는 것과 같은 난점이 그것이다. 이로 인해 자영자 고용안전망을 꼭 기존의 고용보험 방식으로 구축해야만 하는지에 관한 문제 제기가 지속되고 실질적 고용안전망 확충에는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자영자 고용보험 대안의 모색

자영자 특성을 고려한 자영자 고용보험을 시도하려고 할 때에는 현재의 행정을 세련시키고 정비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복잡한 조세 및 사회보험 행정 개편이 필요하다. 그 제도 개편의 비용도 만만치 않고 조세 징수 행정에 새로운 차원의 난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실효성 있게 자영자 고용보험을 설계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실질적 보호수준은 높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난점은 자영자 고용안전망으로 고용보험 대신 다른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모색 필요성을 제기한다.

자영자 소득을 과표로 일정률의 사회보장기여료를 정의하고(여기에는 면세점이 없어야 한다), 이를 재원으로 소득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 간명하고 현실적일 수 있다. 자영자에서 임금근로자로 이행한 사람은 과거 자영자 상태에서 기여한 사회보험료 일부를 이전받아 더 장기간 급여를 받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지금처럼 1년 후에야 소득 감소 정도를 확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세 행정을 운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방식으로 자영자 이전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소득보전을 하면 “그것이 과연 실업에 대한 안전망인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적시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니 소득이전 프로그램의 한 종류로 보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충족하지 못하는 수급요건을 설정하고 고용보험으로 보호하는 것보다 실질적 소득지원효과는 더 클 수 있다.

다른 한 가지 대안은 실업을 기존 사업자 등록 말소로 증명하도록 규정하는 방식으로 보수적으로 설계하고 평시에는 그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다가 2008년이나 올해의 코로나 위기 같은 특별조치가 필요한 위기시에 분기별 혹은 반기별 소득 감소폭이 그 이전과 비교해 현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감소한 소득을 기준으로 실업급여(이름은 달리 붙일 수 있다)를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는 경우 평시에는 실업급여 지출이 적으므로 적립금을 늘려가다가 위기시에 충분히 광범위한 자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 이런 접근법을 택하는 경우 평시의 실업급여 적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국세행정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인적용역을 제공받은 사람을 피보험자로 관리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매월 신고받고 간이과세자 부가가치세 신고주기와 사업소득 신고주기 등 관련 조세행정을 개선하는 일은 필요하다. 사업소득이 면세점 이하이더라도 소득신고를 받고 소득변화를 포착할 수 있도록 일정 소득 수준 이상의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소득과 함께 피보험자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조세행정이 바뀌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