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재원은 불가분의 관계…적정선이 중요

김철우 서울시 강서구 등촌3동장
김철우 서울시 강서구 등촌3동장

얼마 전에 어르신 한 분이 재산세 고지서를 들고 사무실로 찾아왔다. 지난해보다 재산세가 몇 만원이 더 나왔다면서 소득이 없는 늙은이에게 왜 세금을 자꾸 올리느냐고 따지며 물었다. 내가 벌고 모은 재산으로 노후 준비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도와주지 못할망정 뭘 더 빼앗아 가느냐는 것이다. 만약 해결이 안되면 민원을 넣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르신의 형편을 자초지종 들어보니 수입은 국민연금과 주택 역모기지를 신청해 집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주택연금을 받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그런데 갈수록 세금과 물가가 오르면서 더는 생활비를 줄일 곳이 없다고 했다. 자식들은 자기 가정 책임지기도 힘들어 전혀 도움 주지 못하고 있으며, 몇 년 전 아내마저도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살아가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밥과 빨래할 힘조차 없어 가사도 버겁다고 했다.

생길 수 있는 수입은 한정돼 있는데 계속 생활비가 늘어나고 질병으로 치료도 받아야 하며 경조사까지 있을 때는 돈을 마련할 수 없다고 했다. 어르신의 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어르신이 이와 비슷하게 살아가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50여만원과 자식들이 매월 보내드리는 생활비로 살고 계신다. 어머니는 2년 전부터 치매 증상으로 장기요양 4등급을 받아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만약 요양보호제도가 없었다면 부모님을 서울로 모시고 오든지 아니면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모셔야 할 처지에 있었다. 다행히도 요양보호제도에 의해 보호를 받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이 있어서 부모님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는지 모른다.

복지사업 확대…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우리나라가 살기 좋아지면서 복지 욕구가 점점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넓어지고 차츰 전 국민이 혜택 받을 수 있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저소득 수급자의 최저 생계비 기준도 올랐을 뿐만 아니라 각종 지원 사업으로 저소득층의 삶이 향상됨은 물론 장애인, 어르신들의 복지도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

2020년도 우리나라 보건복지 고용 분야 예산이 182조원이며 국가 전체 예산 중 35.2%를 차지한다. 2010년에는 81조원으로 전체 예산의 27.8%를 차지했는데 불과 10년 만에 100조원이라는 예산이 증액됐다는 것은 매우 놀라울 만하다. 10여 년 사이에 기초연금, 학교 무료급식, 무상교육 확대 등 보편적 복지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시군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복지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그물망처럼 촘촘히 만들어져 가고 있다. 얼마 전에 복지사업이 300여 개가 넘는다고 하는 자료를 본 적도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전 국민에게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됐다. 지방정부에서도 긴급생활비가 지원되기도 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함도 있겠으나 한편으로는 소득 재분배로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복지 측면도 있을 것이다.

시장 기능에 의한 소득 분배는 대부분 불평등하게 이루어진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 세금과 복지 급여 등을 통해서 국민에게 소득을 다시 분배하는 것이 소득 재분배이다.

예를 들어, 고소득층에게는 세금부담을 키우고 저소득층에게는 세금의 부담을 줄여주는 누진적인 조세정책은 소득 재분배 효과를 보기 위한 정책이다. 이와 같은 조세 제도뿐 아니라 사회 보험, 공공 부조 등이 소득 재분배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소득 재분배를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 추진에는 예산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이 낸 세금과 보험료라는 재원이 확보돼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복지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필요하며 세금 부담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복지 확대는 증세를 요구한다. 선진 복지국가의 사례를 보더라도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보편적 복지국가의 유지 비용을 감당하려면 세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입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는 국가도 있으니 말이다.

경제력과 복지 수준의 균형 맞춰가야

최근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에 따른 주택 보유세가 올랐다. 세금 부담이 부쩍 커지면서 가계와 기업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세금 인상으로 인한 조세저항도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세금을 추가 인상해 선진 복지국가를 향해 나가자고 말하기도 하지만 위와 같이 세금 인상이 본인 부담의 현실이 되면 조세저항도 생긴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가 선진 복지국가의 복지제도와는 차이가 있지만, 간혹 주변에서 복지병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면서 복지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보이기도 한다. 하나의 복지 욕구가 해결되면 다음 욕구가 기다리고 다음 욕구를 충족하면 또 다른 요구가 있으며, 예산 투입 대비 나아지는 것이 미미하기에 복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기도 한다.

이처럼 복지 확대와 세금 부담은 우리 모두에게 매우 예민한 사항이며 복지와 재원은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에 적정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제력과 복지수준의 균형을 조화롭게 맞춰가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며칠 전부터 2차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자는 의견과 생계 곤란을 겪고 있는 일부를 선별 지급하자는 의견뿐만 아니라 재원 조달에 있어서도 이런저런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찌 됐든 간에 긴급재난 지원금 지급 결정이 잘 처리될 것이라 보지만….

오늘은 얼마 전에 어르신이 찾아와서 하신 말이 생각나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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