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 한림대학교 교수
최균 한림대학교 교수

포스트 코로나 시대, 파편사회 그리고 개인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현재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긴급재난사태를 겪고 있으며, 이러한 감염병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향후 주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긴급재난사태로 규정하고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감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으로 실업, 빈곤, 사회적 고립 등과 같은 사회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존 사회안전망의 구조적 한계를 노출해 저소득층을 비롯한 일반 시민계층의 생활 안정성에도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

감염병 사태가 진정된 이후 등장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사회의 특징인 파편사회 (fragmented society)로의 이행이 더욱 가속화하면서 개인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파편사회에서는 사회 변화와 경제 불안 등 사회적 위기 속에서 오로지 개인의 힘으로 생존해야 하는 상태 즉, 각자도생 사회로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할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위기와 사회문제의 심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지침에 따라 실시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기존 사회복지시설이용 제한 조치는 대면적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마비를 초래했다.

사회서비스의 제공 중단은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한계계층의 삶의 질을 더욱 저하시켰는데, 특히 이들은 ‘사회적 고립과 생존을 위한 버티기’를 특징으로 하는 감염병 사태의 최대 피해자들인 것이다.

노인·장애인·영유아 등과 같은 돌봄 대상자들은 돌봄서비스의 중단으로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관 등 각종 이용 서비스 제공기관의 봉쇄로 평소에 이용하던 서비스 접근이 차단됐다.

특히. 사회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노인계층의 경우 ‘외로움이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라는 탄식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소득 한계계층의 경우 소득 감소 또는 중단으로 빈곤이 악화되고 있으며, 사회적 활동의 제약으로 미약한 사회관계망 마저 소실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한계계층 이외에 일반 가구의 경우에도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몰락, 임금근로자의 실업 등으로 인해 빈곤상태로 내몰리고 있으며, 코로나 블루의 심화로 잠재한 가족갈등이 현재화됨으로써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과 같은 심리·정서적 사회문제까지 심화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사회서비스 체계의 대응과 한계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부는 방역에 역점을 두어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적극 실시했다. 또한, 긴급돌봄서비스 제공 등을 통한 생활 불편 최소화 조치와 함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에 대한 상품권 지급 등으로 생활 보장을 위해 노력했으나 그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리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득 보장을 위한 제도 체계로써 그동안 사회 일각에서 논의하고 있던 기본소득과 관련한 정책 이슈를 공식화했다.

한편, 코로나19와 같은 긴급 상황에서 작동하지 않는 사회서비스 체계에 관한 분석이 필요하다. 우선, 사회복지 이용시설은 시설 봉쇄 조치로 서비스 제공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으며, 생활시설의 경우에는 본래 지니고 있던 비개방적 특성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격리와 고립의 이중고를 겪어야만 했다. 또한,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문제 상황을 정의하고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는 ‘전문가’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으며, 위기 상황에서 시민을 조직화하고 동원하는 시민사회 주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이 사회복지시설과 지역사회와 같은 사회서비스 공급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사회서비스 제공 구조가 ‘시설 내 서비스’ 중심으로 기능해 왔기 때문에 시설 외 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한 상황에는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었다.

둘째, 사회복지시설은 그동안 정부가 제시한 ‘사업 안내(지침)’에 따라 조직과 사업을 운영해 왔기 때문에 새로운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상대적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직된 조직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셋째, 위기 상황에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지역사회 내 대응주도 세력의 부재인데, 이는 그동안의 지역사회 중심 사회복지체계 구축 시도가 형식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기능적 제도화에 실패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넷째, 지역사회 내 사회복지 네트워크가 공공부문 중심의 파이프라인형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민관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민간 내 ‘보이지 않는’ 경계로서 존재하는 소집단 집합주의(small group collectivism)로 인해 민민 간의 협력구조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지역복지공동체 그리고 사회서비스

코로나19 팬데믹을 경험하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향후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은 불가피해 보이며, 이러한 개편의 방향은 ‘지역복지공동체’ 구축 및 체계화가 돼야 한다.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은 사회서비스의 생산·소비·분배, 사회서비스 관련 고용 창출, 복지자원 동원 및 배분 등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지역사회 중심 사회서비스 체계의 이점인 즉응성, 효과성, 공동체성 회복 및 함양, 건전한 시민사회 육성, 사회적 가치 있는 노동의 개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1. 기본 방향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해서는 법적·행정적 제도 기반 마련,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재배분과 민간 활성화를 기본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즉, 코로나19 감염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대응을 원칙으로 민간의 참여를 적극 유도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며, 민관협력을 통해 민간참여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긴급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공공부문은 대상자 선정, 지원제도 및 재원 마련과 같은 기능을 강화해야 하며, 민간부문은 자원 동원 및 서비스 제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민간부문은 기존 자원봉사조직(읍면동 사회보장협의체 자원봉사단, 사회복지봉사단, 종교시설 봉사단 등)의 재구조화 또는 연합체 조직을 구성해 긴급 상황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또한, 민간부문은 시민사회의 자발성에 기반한 복지 기금 조성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의 협력으로 자원 확보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2. 구축 방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상응하는 지역복지공동체 구축을 위해서는 사회서비스 제공 방식의 전환, 지역사회의 역할 강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해소가 필요하다.

우선, 사회서비스 제공 방식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는 긴급 상황의 일상화에 대비한 서비스 제공체계 구축, 즉 ‘시설 내(찾아오는)’ 서비스로부터 ‘시설 외(찾아가는)’ 서비스의 개발과 확대가 핵심 내용이다. 또한, 맞춤형 통합서비스(예로서 ‘방문보건-재가복지’)를 개발해 지역통합돌봄체계(Community Care)를 활성화해야 한다.

둘째, 지역사회의 역할 강화를 위해서는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의 설정, 지역사회 내 가치 있는 사회적 노동 개발 및 조직화가 필요하다. 위기대응 주체를 설정하는 것은 지원체계의 공식화와 관련되는데 이를 통해 공공성 확보와 함께 지역주민의 접근성 확보에 유리하다. 공공부문의 주체로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복지여성국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부문의 주체로서는 한국형사회서비스(KSS) 모형을 개발하고 있는 사회복지협의회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

가치 있는 사회적 노동은 공익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상시 노동형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익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고 있는 기존의 우수 자원봉사조직을 공식화해 제도적으로 지원하거나 또는 사회적 경제 영역과 연계한 사회서비스 사업을 개발해 조직화하는 것이다.

셋째, 지역사회 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이를 해소해야 한다. 즉,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외에 소득, 복지, 보건·의료, 고용 등에서 극심한 생활상의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인구 계층이 지역사회의 약 10%인 것으로 추정할 때, 사회복지제도체계 외부에 존재하는 한계가구의 발굴 및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해구호법, 긴급복지지원법 등을 기초로 긴급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개입 및 지원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복지플랫폼

‘코로나 이전의 사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는 새로운 구조를 갖춘 사회서비스 체계로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개별시설 중심의 복지 욕구 파악과 서비스 제공 형태가 아닌 통합적인 접근, 즉 욕구 및 서비스 관련 정보와 기술을 수요자와 공급자가 공유하면서 최적의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는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플랫폼’ 구축과 활용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조직화와 지역사회의 욕구 해결을 위한 통합적 사회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부합하는 사회서비스, 즉, 클라이언트 개별화와 맞춤형 서비스 제공, ICT(IoT, AI 등)에 기반한 복지 테크놀로지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단독가구, 장애인 가구 등에 대한 돌봄 기술의 개발 및 적용이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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