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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아닌 ‘저출생’…젠더 관계의 사회적 합의 필요
  • 승인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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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정책, 가족의 경계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해야

돌봄 노동에 남녀 평등한 참여 일상화돼야

저출산 대응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이번에는 ‘가족과 젠더’에 주목했다. 7월 8일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변화되는 젠더, 가족, 그리고 친밀성’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부터 저출산 대응을 위한 인문사회 포럼을 개최 중이다. 이날 토론회는 다섯 차례 개최되는 토론회 중 세 번째로 진행됐다.

이날 배은경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생과 젠더 관계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배 교수는 먼저 ‘저출생’ 용어를 설명하며 “그동안은 ‘저출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여성이 출산하지 않는 것을 부각했다면 최근에는 ‘저출생’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아이가 덜 태어나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 전환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성평등 증진과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강조했다.

그는 “독특한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젠더 관계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지만 저출산 대응 담론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며 “유급 돌봄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가정의 무급 돌봄 노동에 남녀의 평등한 참여가 일상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젠더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창출해야 한다”며 “일상생활과 노동시장에 엄존하는 성차별과 젠더 격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평등한’ 관계 맺음에 대한 새로운 모델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문화에 대한 반인종주의 반차별 교육 필요

박정미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피에서 문화로, 가족에서 사회로’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박 교수는 혼혈인 가족과 다문화가족을 중심으로 ‘가족, 국적과 성원권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는 “국적이라는 법적 신분이 자동적으로 일상적 성원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혼혈인과 다문화가족 출신자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국적과 성원권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긴장에 노출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혼혈아의 불완전한 성원권은 구별되는 외모로 인한 차별과 배제에서 비롯된 것만이 아니다. 부계제와 법률혼주의, 부계 혈통주의에서 벗어난 가족은 모두 ‘비정상’으로 낙인찍는 한국의 가족 이념과 그것을 구현한 법률에서 파생된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혼혈아 정책에서 다문화가족 정책으로 전환됐지만 한국에서 ‘다문화’는 ‘가족’과 결합함으로써 그 영역과 함의가 가족으로 국한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문화가족 정책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돼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사회복지 서비스가 정책의 중심이 되었다”며 “여성 결혼이민자에게 출산을 ‘외주화’함으로써 부계제 가족제도를 유지하고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려는 성격을 지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다문화 정책은 가족의 경계를 넘어 사회 전체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주주의, 반인종주의, 반차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가족 출산’이 ‘여성 출산’으로 변모할 때, 다시 말해 여성이 완전한 시민으로서 부계제 가족과 법률혼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출산을 선택할 수 있을 때, 아동이 부모의 인종과 국적·출생 신분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때, 비로소 저출생과 인구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마련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에게나 돌봄의 가치는 존중돼야

김중백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출생과 육아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육아휴가나 출산휴가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계층집단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며 “누구에게나 돌봄이라는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돌봄은 인간다울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출발점”이라며 “돌봄을 하고 싶고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돌봄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출생이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저출산 고령화 정책은 재구조화를 통해 사람 중심의 정책

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공표했다”며 “이에 대한 지지와 공감은 크지만 여전히 체감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많다”고 운을 뗐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적 돌봄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가정 내 돌봄으로 회귀해 여성 돌봄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그 안에서 남성의 공동 참여가 늘어 전체적으로 성별 격차는 줄어드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여전히 여성 젠더 편향이 있지만 남성의 돌봄 참여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정책적인 시간 지원 등을 어떻게 실현해 갈지에 대한 세심한 설계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 발표가 단순히 젠더 관점만이 아니라 자녀를 대하는 관점까지도 연결되고 있어 많은 시사점을 줬다”며 “제도 설계와 함께 청년들, 사회의 참여가 협력적으로 작용하는 실천과제가진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