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우리 사회에 복지철학이 정립돼야 한다”
  • 승인 2020.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구글+
네이버밴드
네이버블로그
네이버폴라
핀터레스트
URL복사

‘돕는 마음’, ‘봉사하는 마음’ 등 ‘마음’을 하나하나 모아야
윤양준 주무관
윤양준 주무관

복지직 공무원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부터다. 중풍으로 10여 년을 고생하면서, 아들딸이 9명이나 되는데도 자식들로부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셨다. 고령의 어머니가 지내시기에는 너무도 불편한 외풍도 심한 시골집에서 일주일에 세 번 찾아오는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다가, 요양병원에 가서 폐암 선고를 받았고,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형제들은 재산 문제로 인한 다툼 때문에 잘 뭉치지 못해 어머니 돌봄에 소홀했고, 막내인 나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던 터라 어머니 봉양을 잘 못해 드렸다. 그 죄책감에, 이왕 공무원이 되려면 복지직 공무원이 되어 돌봄 관련 일을 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임용된 지 3년이 채 안됐지만 복지직 공무원의 일은 임용보다 쉽지 않았다. 맞춤형복지팀에 배치 받아 기초수급자 가정을 방문해 초기상담을 하는 것이 첫 임무였다. 서툰 운전 실력부터 문제였고, 상담을 하면서도 ‘왜 이리 찾아와서까지 시시콜콜 캐묻고 적느냐’며 불편해 할 때는 난감하기도 했다.

첫 복지서비스 제공은 주거환경개선이었다. 기초수급자의 흙집이 워낙 외풍이 심하고, 연탄보일러도 고장 나 추운데다 위생 상태도 열악했다. 복지관과 지역 바르게살기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보일러 교체와 청소, 세탁기 설치 등을 진행했다.

서비스 제공 시 복지직 공무원의 역할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신규임용자여서 그랬던지, 당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했다. 무거운 짐을 나르고,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담는 등 땀에 몸이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마음은 지역사회 복지와 연결돼 있다

이렇게 초창기에는 몸으로 때우는 일을 많이 했다. 또한 맞춤형복지팀이 다 그렇듯 찾아가는 복지상담도 많았다. 어려운 분들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 등 신청 가능 서비스를 알아보고 서비스를 연계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선배 공무원이나 다른 팀의 선배들로부터 “그런 일을 하려면 복지관으로 가라”, “멀쩡한 사람을 수급자로 만들려 하느냐?” 등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복지직 공무원은 행정을 하는 것이지 복지관에서 하는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복지관에서 하는 일과 복지공무원이 하는 일이 다른 건가? 마음만 같으면 되지 않나?’

땀방울을 흘리는 일은 그 이후로도 지속됐다. 주거환경개선사업, 물품배달, 김장 등을 하면서 육체노동을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복지라고 마음속으로 주장했다.

그 땀방울의 마음은 다른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담을 할 때도땀 흘리듯 진심을 다해 보자 생각했다. 진심으로 대상자에게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고심했다. 마음을 다해 상담하지 않으면, 정확히 대상자가 왜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됐는지, 어떤 자원과 어떤 도움을 줘야 할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음은 대상자에게도 진심으로 전해져 라포형성도 쉽게 됐다. 상담이 잘 되어 있으니, 서비스를 연결할 때 서비스 기관에 설명하는 것이 쉬웠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지원 심의할 때도 위원들을 쉽게 설득해 지원을 끌어낼 수 있었다.

마음은 지역사회의 복지와도 연결되어 있다. 어려운 사람을 진심으로 돕겠다는 마음은 어디서든 통하는 것 같다. 진정한 마음은 인정받고 감동을 주며, 마음을 움직이는 듯하다.

최근 세종시 부강면에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계획하는데, 이것도 역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진심으로 돕는다는 기본적인 마음만 있으면 시간의 문제만 있을 뿐, 이루어질 수 있는 계획이라고 본다.

삶의 질 높이기 위한 ‘마음’이 필요한 때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만능주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족해체가 심화되고, 출산율이 세계 최저일 정도로 사회 전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그런데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정신적 풍요도 중요하다. 물질적 풍요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의 일부를 떼어 정신적 풍요로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 두어야 하는 것이 ‘돕는 마음’, ‘봉사하는 마음’을 확산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봉사하는 마음’이 마음의 기쁨이 된다는 것은 봉사를 해보면 안다. 누군가를 돕고, 대상자로부터 진심의 고마움을 받았을 때 느끼는 기쁨은 물질적인 것 이상의 행복감을 준다. 그러나 단순히 ‘돕는 마음’을 확산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러면 그저 도움이 기계적으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들의 구조(시스템)’인 복지철학의 정립이 필요하다. 사회구성원간에 마음의 풍요를 갖출 수 있도록, 마음 하나하나를 모아 복지철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 철학시스템은 ‘돕는 마음’, ‘봉사하는 마음’을그 기반으로 다층적으로 정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마음에도 위선적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가복지센터는 노인의 삶의 편의를 위한 봉사정신이 기본이 되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봉사하는 마음’이 근본 취지를 벗어나지 않으려면, 봉사를 봉사로 돌려 받는 피드백 같은 것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젊을 때 봉사하면 나중에 봉사로 되돌려 받을 수 있게 하는 등의 제도가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봉사하는 마음’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고, 경제논리 같은 다른 ‘마음’에 휩쓸리지 않고 정신적 풍요로움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 하나하나를 잘 정립해 복지철학을 만드는 것은 각 복지주체들이 복지대상자들을 돌보면서, 각자가 ‘마음’을 ‘봉사하는 마음’, ‘돌보는 마음’에 온전히 쓸 때 가능하다. 그 정립을 위해서는 복지를 실행할 때 그 ‘마음씀’의 사례를 취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거기에서 우러나오는 감정, 대상자가 느끼는 마음을 모아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도 복지철학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이 같은 자료 확보를 위해 복지를 실행한 후의 느낌을 적어놓는 수기 등을 많이 모아둘 필요가 있겠다. 또 설문조사 등을 통해 분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사회에 복지철학이 잘 정립되어, ‘마음’의 측면에서 행복국가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