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신 정책연구실장
장영신 정책연구실장

사회서비스의 발전과정

코로나19를 겪으며, 재난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이와 같이 재난,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환경문제 등 신사회적 위험(new social risks)은 각 개인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내외 여건의 변화를 감안할 때, 뚜렷한 이변이 없다면 기존 사회보험이나 공공부조와 같은 전통적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워주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기존 복지서비스 공급량이 제한적이거나, 공공부조나 사회보험제도가 미흡한 경우에는 사회서비스에 대한 논의는 더욱 중요하다. 실제, 선진국의 복지개혁 과정에서도 사회서비스의 확대‧강화 전략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유럽의 경제위기 당시 사회서비스 부문에 대한 재정투자는 사회적 불평등의 완화와 빈곤문제를 개선하는데 실증적 효과가 입증되었다.

한 국가의 사회서비스 발전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즉 사회‧경제적 변화와 그 맥을 같이 하며, 위기의 대안으로서 국가 사회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는 산업화에 따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장치로서 기능하기 위해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 간의 사회서비스 발전과정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50년대에는 6·25 전쟁 이후 급증한 고아와 미망인을 위한 아동복지시설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으며, 많은 전쟁 사상자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장애인시설이 만들어졌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윤락여성의 증가, 도시화와 재개발에 따른 빈민지역의 슬럼화, 산업재해에 따른 후천적 장애의 증가, 주택문제와 사회 양극화 등이 대표적이다.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이 제정되며 사회복지법인 및 비영리법인이 시·도지사나 보건사회부(당시) 장관의 허가를 받고 시설을 설치하며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1980년대 후반 아시안게임과 올림픽경기를 성공적으로 치렀고, 경제성장도 이룩하면서 고전적 의미의 사회복지서비스 대상자는 감소한 반면, 개별 욕구가 다양화되었다. 그로 인해 보다 전문적이고 실천 중심의 종합사회복지관이 지역별로 개소되었다. 1990년대 노인종합복지관의 등장은 특정 복지대상자를 위한 전문기관의 확대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여전히 빈곤층에 한정된 기본적인 생활보장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서비스 공급자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공되는 전통적인 ‘사회복지서비스’ 개념에 가까우며, 본격적으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논의가 전개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고 상대적 취약계층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사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되었다. 특히 실업문제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고, 이에 정부는 2003년 시범적으로 사회적 일자리사업을 시행하였다. 이후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서비스의 공급을 위해 사회적기업의 육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의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였다.

사회서비스는 2006년 말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2007년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도입,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실시로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하였고, 2012년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을 통해 포괄적인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사회서비스는 2012년 사회보장기본법 전면 개정에서 사회보장을 ‘소득보장’과 ‘서비스보장’으로 구분하여 주요 사회보장정책 영역으로 규정되었으며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 부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정의되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같은 재난으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저출산⋅고령화현상이 급진전되는 향후 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를 감안하면 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회서비스의 문제점

우리나라는 다양한 신사회적 위험에 대한 국가적 대응으로서, 사회서비스에 대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서비스 영역의 확장 및 양적 확대를 이루어오는 등 기존의 전통적 사회복지서비스의 한계를 넘어 사회서비스로서의 고무적인 변화를 거쳐 왔다. 그러나 사회서비스의 효과적인 정책적 운영에 있어서 사회적 협의의 성숙과 더불어,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사회서비스 정책의 기본 방향은 ① 이용과정의 보장성 강화 ② 공급과정의 공공성 확대 ③ 지역사회 중심의 공급기반 구축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쟁점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부처별 사회서비스 현황을 보면 2017년 말 기준, 18개 부처에서 총 269개 사업이 약 15조7억원 규모(국비 기준)로 수행되고 있다. 269개 사업 중 보건복지부 사업이 88개, 여성가족부 사업이 45개, 고용노동부 사업이 38개로, 3개 부처 사업이 전체의 63.5%를 차지한다. 사업예산규모가 가장 큰 부처는 보건복지부로 약 6조9000억원 규모이며 그 다음으로 교육부 약 4조원, 고용노동부 약 2조3000억원 순이다.

                                                <표1> 부처별 사회서비스사업 현황

사회서비스 사업은 대상이나 욕구별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대상이나 욕구에 대해 서로 다른 부처와 부서가 사업을 나누어 실행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어 합리적인 체계라고 하기 어렵다(김보영, 2019). 고용 지원의 경우, 고용서비스는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로 양분되어 있고, 일자리 사업은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산림청으로 나누어져 있다. 노인 돌봄의 경우는 주요 서비스는 보건복지부가 중심이 되어 관장하고 있지만 2과로 분리되어 담당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요양보험제도과가 담당하고 복지정책은 노인정책과가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부처와 부서별 분담 구조는 사회서비스 정책 집행 단위에서 책임성 문제와 체계적인 정책 추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일부 중복이나 남용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는 곧 사회서비스의 이용상의 보장성과 결부되는 것으로서 개선이 요구된다.

한편 국가 예산 중 보건·복지·노동 분야의 예산 비율이 2004년 16.4%에서 2020년 35.4% 로 급격히 확대되면서 사회복지종사자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회서비스정책이 효율성 중심의 수혜자 양적 확대에 집중되면서 종사자 간 보수 격차 및 장시간 근로 등 사회복지종사자 처우문제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사회투자적 관점으로 보육·장기요양과 같은 주요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고, 이를 통해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보건·사회서비스업 일자리는 2008년 85만2000명에서 2017년 191만3000명으로 급증하였다.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종사자 역시 양적으로는 크게 확충되었으나 열악한 처우는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서비스 일자리는 저소득층 주부, 여성, 노인 등 반숙련·저숙련 인력의 취업이 용이하다는 점, 취업취약계층의 긴급한 취업 수요에 비교적 큰 비용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서 주목받아 왔다. 2017년 기준 전체산업의 종사자 평균임금은 357만5000원에 비해 사회(복지)서비스업은 206만4000원 수준이다. 이러한 현실은 사회서비스 공급의 공공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또한 사회서비스의 확대는 동시에 전달체계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을 증대시켰다. 사회서비스는 직접적인 대면서비스로써 상대적으로 전달과정이 단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현금이전과 달리 전달체계 방식에 따라 효과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사회서비스가 취약했던 시기에는 공급확대가 최상의 과제였지만 사회서비스 제도화로 인해 전달체계에 대한 효과성 향상이 주요쟁점이 되었다.

2007년 최초의 전국단위 전달체계 개혁이었던 주민생활지원서비스 개혁 이후,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 도입, 2012년 전국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 출범, 2016년 읍면동 복지 허브화 추진 등 전달체계 개혁이 여러 차례 시도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공급기반 구축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미국의 경우, 지역의 욕구에 부응하는 사회서비스 정책 운영을 위해 관련 제도를 수립하고 지방정부에 재량권을 이양하는 재정 운영방식(사회서비스 포괄보조금 : Social Service Block Grant, SSBG)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사회서비스 영역의 끊임없는 변화와 확장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이다. 경제 발전과 맞물린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불안정, 청년 및 중장년층의 실업 등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기능 변화 및 1인 가구 증가, 환경 문제 등 신사회적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사회서비스 방향 전략이 필요하다.

新사회서비스의 방향

사회서비스 분야는 코로나 펜데믹 사태로 인한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논하는 담론의 핵심이 '비대면(untact)'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인적서비스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서비스의 고유 특성과 상충되는 것이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히 도입된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은 다양한 사회서비스 운영 환경에 영향을 미쳤다. 밀폐된 공간에서 집단 거주하며 적절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정신병원 환자가 제일 먼저 코로나19의 타격을 입었다. 이어 코로나19는 요양병원과 장애인거주시설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지역사회 최일선에서 사회서비스 제공을 책임져오던 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 사회복지 이용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2월 28일부터 휴관 조치에 들어갔다. 사회복지 이용시설이 본연의 기능을 못하면서 일부 취약계층 대상 서비스는 많은 차질을 빚었다.

다행히 무기한 연장되었던 사회복지 이용시설의 휴관 권고는 7월 10일부로 해제되었다. 7월 20일부터 사회복지 이용시설의 단계적 운영 재개가 실시됐다. 코로나19는 언젠가 종식될 것이다. 그러나 제2, 제3의 코로나는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운영 체계는 코로나19로 초래된 다양한 사회변화를 감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체계를 모색해야 한다. 전통적 방식의 서비스 전달체계는 코로나19와 같은 사태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제2의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회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새로운 사회서비스 방향은 첫째,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지역사회 서비스체계를 견고히 해야 한다. 현재 전국의 사회복지관이 도시락 배달로 취약계층의 생계를 돌보고 있으며, 안부전화서비스로 정서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거즈하고 있는 단독가구의 취약계층에게 지속적인 사회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상황에서도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되기 때문에 '찾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전화를 통한 안부 확인이나 책자, 식재료 지원 등의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둘째,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한 '온라인복지서비스' 구축이 필요하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재택근무, 물리적 거리두기는 온라인 기술 덕택이다. 사회복지기관도 온라인서비스를 강화하여 온라인 개별상담, 온라인 집단상담, 지역복지정보 유튜브 방송, 온라인 비상안전망구축, 온라인 노인대학, 온라인 한글교실 등 다양한 온라인 복지프로그램을 지역사회 실정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사회복지기관 이용자가 온라인서비스에 익숙해지도록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온라인복지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대상자의 역량을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온라인을 통한 접근은 지역사회 자원을 발굴하고 결집시키는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온라인의 상호작용'은 이제 시대정신이 되었다. 또한 재가복지·노인맞춤돌봄·장기요양·의료 등과 연계를 통한 중첩적이면서도 개별화된 보호라든가, 특히 서비스 계획과 실행 등에 대한 실시간 다수 당사자 간의 공유를 통한 디지털 기반의 지역 케어 회의나 Expert System을 비롯해, 가족 등에 의한 직접 보호 형태의 관리 체계를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이는 실생활의 커뮤니티 케어가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그대로 실현될 수 있다.

셋째, 사회서비스 분야의 산업화를 통한 육성이 필요하다. 사회서비스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사회서비스산업은 고용 증가 없는 성장과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중에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05년 이후 증가한 취업자의 약 42%가 사회서비스산업에서 창출되었다. 한편 ’05년 이후 사회서비스산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6.3%로 제조업(41.9%)보다는 낮지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부가가치 증가율(7.3%) 측면에서는 오히려 제조업(6.6%)을 앞서고 있다. 사회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 파급을 통한 경기 부양 및 경제성장에 기여해 왔다. 고용창출 효과를 증대하고 양질의 사회서비스 종사자 확보를 위해 체계적인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기업가정신(企業家精神)이 필요하다. 코로나 진단키트가 전 세계로 수출되었고 '드라이브 스루'를 세계 최초로 시도했듯이 새로운 한국형 사회서비스 모델을 조성해야한다. 전통 방식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상황의 적응정도가 사회복지기관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코비드19는 사회복지 현장뿐만 아니라 모든 삶을 변화시켰다. 이 시대는 불확실의 확실성 속에 살아가고 있다. 경영의 신으로 일컬어지는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영원한 청춘’이라는 자서전에서도 그는 지칠 줄 모르는 탐구심과 기업가정신을 강조하였다.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이 어려움에 기업가정신은 시대를 살아내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사회서비스종사자가 기업가정신을 추구해야 함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외부의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는 추이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기회를 추구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혁신적인 사고가 새로운 가치창조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가치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서비스 제공에 급급한 일차원적 사회복지를 넘어 인권, 공동체, 연대, 존엄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서비스 조직으로 변화될 것이다.

다섯째, '한국형 사회서비스(K-SS) 모델(가칭)' 개발이 필요하다. 공공은 서비스 기준을 정하고 준수여부를 확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민간의 자발성과 혁신성을 촉진하는 새로운 사회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 가야한다. 우리는 사회서비스분야에서 민간차원의 인적자원과 시설운영 경험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형 사회서비스 모델이 국제무대에서 롤 모델이 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한국형 사회서비스의 모델의 3대 기본원칙은 국가는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리는 기본사회서비스의 범위와 구체적 내용을 정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서비스 공급은 전문성을 갖춘 민간영역(법인 또는 개인)이 담당하며, 정부는 서비스의 기준을 정하고 성과를 평가함은 물론 재정 및 기술적 지원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쟁 풍토를 조성하기 위하여 사회적 금융시장 육성, 사회적 기술 개발, big data 구축 및 활용 등의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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