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6일, 호주 각주와 영토내 사회적기업을 대표하는 기관들이 모여 사회적기업 섹터를 대변하는 새로운 목소리가 되고자 호주사회적기업네트워크연합을 출범했다. 이들은 호주내 사회적기업이 번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정부의 지원 확대를 촉구하는 국가 사회적기업 전략을 총리 산하부서인 사회적영향구축위원회에 제출했다(ASENA, 2020).

호주 사회적기업의 특성

호주에는 약 2만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중 33.8%는 2~5년 된 신생 기업으로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를 개선시킨다는 취지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기업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16년 발표된 호주 사회적기업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회적기업(73%)은 소규모 기업(고용인 1~19명 규모) 형태로 운영되고, 중소기업(고용인 20~199명 규모)은 23%, 대기업은 3.6%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기업 업종으로는 24.5%가 소매업, 22.2%는 건강과 사회적 지원 서비스였으며 그 외 문화와 여가서비스, 교육, 부동산관련 업종, 숙박, 카페와 레스토랑, 정부관련 행정, 재정과 보험, 커뮤니케이션, 교통과 물품보관, 건설업, 제조업, 농업 등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는 교육 및 훈련업종(42%)과 예술 및 여가서비스(32%)가 주요 사업이었던 2010년에 비해 사회적기업의 업종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적기업의 61%는 공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예를 들어 소외된 특정 집단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나 사회, 경제, 환경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개발하기 위한 수단으로 운영된다.

대부분의 사회적기업(81%)은 모든 수익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연간 수익 규모는 기업에 따라 다르나, 일부기업은 약 2억 호주달러를 보고했다. 이는 2010년에 보고된 최대 연간수익이 6800만 호주달러였음을 비교해볼 때 그 규모가 상당히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기업 수익의 약 65%는 일반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판매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다. 그 외 정부에 판매한 상품과 서비스에 의한 소득(약 17%), 자선기관 후원금(12%), 그리고 정부의 일반지원금(약 7%) 등이 수입원이다(Social Traders, 2016).

빅토리아주의 사회적기업 활성화

사회적기업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사회적기업이 번영할 수 있는 생태체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정부에서는 사회적기업을 위한 시장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주정부와 연방정부에서는 관련규정 제정, 기업의 발전과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다. 관련 예로 빅토리아주에서 사회적기업이 주정부와 어떤 협력관계를 가지는지 살펴보자.

빅토리아주에는 도심지역과 외곽지역에 걸쳐 3500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고용된 사람은 6만여 명이며 그 경제적 효과는 52억 호주달러에 달한다. 호주내 사회적기업을 규정짓는 법적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빅토리아주에서는 사회적기업을 ‘사회·환경·문화 또는 경제를 위해 대중이나 지역사회에 의해 운영되고, 대부분의 수익이 기부금이나 지원금이 아닌 사업운영으로 인해 발생하며, 대부분(최소 50%)의 운영수익을 기업의 목적을 위해 사용한다’고 정의한다.

2017년 빅토리아주정부는 호주 최초로 사회적기업 전략을 발표했고, 이 전략은 3대 행동방안을 담고 있다.

첫째, ‘사회적기업의 영향과 혁신 확대’이다. 그 내용은 △사회적기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객과 투자자에 알리고, 주정부는 빅토리아주 내 사회적기업의 활동과 참여, 인지도 창출 △사회적기업 생태체계내와 더불어 확대된 비즈니스 환경에서 협력과 네트워킹 환경 구축 △빅토리아주내 사회적기업 혁신과 문화번영 지원 등이다.

둘째, ‘비즈니스 역량 및 기술 구축’이다. 그 내용은 △기존 혹은 새로운 사회적기업이 자급자족하고 투자 및 텐더가 될 수 있도록 기술과 역량 지원 △사회적기업이 생태체계 개발 시 직면할 수 있는 특유의 어려움을 이해하여 맞춤형 중개 서비스 강화 △정부가 사회적기업 영역을 개발할 수 있는 주체로서 자리매김 등이다.

셋째, ‘시장 접근 강화’다. 그 내용은 △빅토리아주 내 사회적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는데 난관을 파악하고 이를 경감시킴 △보다 많은 투자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 기회 부흥 △정부 내 사회적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혁신 서비스 모델을 이용하여 사회적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물품과 서비스를 보급할 수 있는 기회 창출 등이다.

소셜트레이더스를 통한 사회적기업 인증제도

소셜트레이더스(Social Traders)는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위해 빅토리아주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비영리기관이다. 사회적기업 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정부 또는 일반기업과 인증된 사회적기업을 연계해 사회적기업의 성장과 기업 대기업(B2B) 영향력을 지원하고 있다. 소셜트레이더스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일정부분의 거래활동을 하며, 수익의 50% 이상을 사회적 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기업은 소셜트레이더스에 등록된 공급자가 되고, 소셜트레이더스는 이들과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인증된 사회적기업은 300여 곳이 있으며 소셜트레이더스를 통해 더 많은 잠재적 구매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빅토리아주 사회적 조달 체계

2018년 4월 빅토리아주정부는 주정부 전체가 사회적 조달에 관여하도록 하는 사회적 조달 체계를 도입했다. 이 사회적 조달 체계는 주정부가 조달 과정에서 단순히 가격이 아닌 빅토리아 공동체에 사회적 그리고 지속가능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가격 대비 가치’를 고려하게 하는 것이 주목표이다. 사회적 조달의 개념은 구매능력이 있는 기관이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그 결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사회적 조달은 크게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는데, 직접 조달과 간접 조달이다. 직접 조달은 물품, 서비스 혹은 (정부 주도) 건설을 빅토리아 내의 사회적기업, 호주 원주민 상공인, 그리고 장애인 기업을 포함한 사회적 이익과 관련된 공급원으로부터 구입하는 것이다. 간접 조달은 일반 상공인들이 공급 및 계약 과정에서 빅토리아 주민에게 사회적이고 지속가능한 결과를 고려하도록 사회적기업을 초대한다.

빅토리아주정부의 사회적 조달 체계는 이러한 직접·간접 조달을 통해 모든 주정부 조달 활동에 사회적 조달이 확장되고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State Government of Victoria, 2020).

‘세리스 생태공원의 지구를 다시 사랑하기’

호주 멜번에 위치한 세리스(Ceres)는 환경교육센터, 도시농장 그리고 사회적기업 허브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82년 의회에서 임대 받은 쓰레기집하장을 지역주민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교육과 축제, 생태학적 지속성과 문화의 다양성 그리고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소통의장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매년 약 50만명의 방문자가 찾는 세리스는 사회적기업 운영과 다양한 교육, 훈련, 고용, 지역사회협력을 통해 사람들이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한 인식을 갖도록 돕고, 나아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위한 움직임에 동참하도록 한다.

세리스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사업은 특히 식량체계를 글로벌화에서 지역화로 이동시키는데 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지역 식량경제는 에너지사용과 탄소배출을 감소시키고 포장, 가공, 보관과정을 단축시키며, 식량의 안정성과 다양성을 향상시키고, 고용을 창출시키기 때문이다. 지역 식량경제 활성화는 전체 지역사회를 회복시키고 더 건강하게 만든다.

공정한 음식(Fair Food) 세리스는 지역 농민 및 생산자에 의해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작물과 식품을 판매한다. 판매과정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피난민이나 이민자를 고용하며, 재사용 가능하거나 퇴비화 되는 포장지를 사용한다. 이로써 지역경제를 돕고, 환경을 보호하며, 소비자는 유통과정이 단축되어 적절한 가격의 건강한 유기농 식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공정한 목재(Fair Wood) 세리스는 친환경적이고 공정하게 나무를 공급하는 임야업자와 제재소를 소비자에게 연계한다. 공정한 목재 사업팀에는 건축가, 프로젝트, 건설 및 생산 매니저 등 다양한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어 소비자가 필요한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목재가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제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허니 레인 유기농장(Honey Lane Organic Farm) 허니레인유기농장은 과실나무와 다양한 채소를 직접 재배·판매하고 지렁이농장, 모종재배와 야외체험학습장을 운영한다. 매주 자원봉사자들은 식물재배, 수확 그리고 농장을 관리해 많은 사람들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식량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메리카페(Merri Café) 세리스 내에 운영되는 메리카페는 지역 농부와 생산자들로부터 유기농으로 방목되어 생산된 유제품과 육류만을 공급받아 운영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역 생산자의 판매를 도와 지역사회기반 식량체계를 확보하고, 구매과정의 포장과 운반과정을 줄여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을 줄이며, 유전자 변형 식품 반대 및 동물복지 보장 등 윤리적 소비 촉구를 추구하고 있다.

교육 및 워크숍 세리스는 유기농 식물 재배, 영속농업, 치료적 원예, DIY 버섯 기르기, 조경과 정원관리입문, 양봉, 도시농장 등 다양한 교육과 워크숍을 제공한다. 특히 원예, 농업, 환경 분야와 관련하여 고용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목표설정을 위한 일대일 자문을 제공하고, 교육이수 후 관련 경력을 쌓고자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원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부여한다. 또한 세리스에서는 유치원과 학교를 대상으로 리소스 스마트(ResourceSmart)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린이, 학생, 교사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 쓰레기감소, 에너지와 물 절약, 생물의 다양화 그리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장애를 가진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세리스는 2001년부터 지적, 신체적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세리스 농장에서 동물 돌봄, 식물 재배, 수확, 정원 관리, 마켓보조 등 식량생산에서 소비과정에 관련된 체험을 하고 기본적인 건물 짓기 등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참가자와 세리스 트레이너, 직원, 지역주민들과 교류해 대인관계능력을 기르는 기회를 갖는다. 이 프로그램은 국가장애인보험제도를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여가활동으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세리스글로벌-생태투어 세리스는 인도네시아, 인도, 동티모르, 중국, 사모아 그리고 호주내 아넘랜드, 타즈매니아 등과 연계를 맺어 생태투어를 진행한다. 생태투어 참가자는 방문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이슈와 이를 변화시키고자 지역사회에서 어떠한 지속가능성 있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배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는 지역사회 생활을 체험하고 사람들과 교류하여 우정을 쌓으며 지역변화 과정에 자신의 관점을 함께 나누어 동참하게 된다. 세리스는 신뢰와 의미 있는 관계를 중요시 여기며 글로벌투어를 통해 인연을 맺은 커뮤니티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2018년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의 북쪽 롬복 지역사회를 복구하기 위해 심발룬지역개발센터(Sembalun Community Development Centre)와 협력해 재건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Ceres, 2020).

코로나19와 사회적기업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여파는 사회적기업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20년 5월 27일 기준으로 800만 호주달러의 매출이 감소했고, 32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483개의 관련 이벤트가 취소됐다. 이러한 추세는 최소 향후 6개월 이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Social Traders, 2020). 그러나 사회 경제적 위기는 자본주의모델에 대한 재고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 조달을 지속가능한 경제모델로 부각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는 지역 내 제조와 공급의 활성화, 고용창출, 생산성과 자생력 향상을 통해서로 상생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Probone Australia, 2020). 코로나19로 인한 장기화된 영향은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정신적 웰빙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목적을 실현하는 사회적기업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되기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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