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은 산업정책연구원 상임연구위원
김재은 산업정책연구원 상임연구위원

21대 국회의 1호 법안은 다름 아닌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국회의원 당시 세월호 참사 이후 발의했던 법안으로, 20대 국회에 이어 재발의 됐다.

이 법안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사회의 양극화와 불균형을 해소하는 노력이 더욱 더 절실해짐에 따라 효율, 성장, 이윤 등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생명, 인권, 안전, 환경, 사회적 약자 배려와 같은 가치들을 공공기관부터 실현하는 것이 매우 절실해진 상황이라는 배경 하에 재발의 되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사회적 가치에 대한 관심과 함께 규제 및 정책이 강화되는 배경이 무엇일까?

사회적 가치란?

그렇다면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사회적 가치법안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를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로 정의하고 있다(안 제2조). 또한 가치의 범위 또한 인권, 노동권, 안전, 사회적 약자 배려, 양질의 일자리 등 13개 영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ISO 26000의 사회책임 이슈의 상당수를 아우르고 있다.

산업계 측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사회적 경제 투자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가치 또는 사회적 성과로 정의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개념과 범위가 모호하고, 이해관계자에 따라 평가 목적과 방향이 상이하므로 천편일률적인 현장 적용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개념이 자리 잡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시대정신의 변화: 기업미션에 대한 재검토

사회적 가치 정의에 대한 논의를 접어두고, 최근 왜 사회적 가치가 관심을 받고 있는지 배경을 살펴보자. 최근 사회적 가치논의에서 강조하는 관점은 사회적 가치가 더 이상 자선의 영역이 아닌 기업의 미션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기업의 역할과 책임의 영역에서 기업시민으로서 공헌을 강조했다면, 사회적 가치는 기업의 본업에 대한 재조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기업은 번 돈 중 일부를 환원하는 방식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돈 버는 방식에 사회적 가치를 고려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최근의 흐름은 기업은 더 이상 단기적 경제이익만을 쫓아서는 안 되고 기업의 본업에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사회의 긍정적인 임팩트를 확대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를 괴롭히는 많은 사회적 문제, 가령 환경·안전·보건 이슈 등에 대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접목해 차별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쳐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사항에 대해 리딩기업들은 앞서서 해답을 찾고 있다. 가령, 10주년을 맞이한 카카오는 앞으로의 10년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천명했고, SK는 기업 정관에 사회적 가치를 명시하고 기업 활동에 접목함으로써 사회에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움직임도 유사한 내용이 포착된다. 민간주도의 빈곤퇴치를 미션으로 하는 월드뱅크 산하 세계금융공사(IFC)는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는 포용적 비즈니스의 요건을 △기업 밸류체인과 통합 △상업적 자생가능성 △규모의 경제 혹은 확장가능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움직임에서 기업들은 주류활동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국경과 섹터를 초월하여 중요한 어젠다로 대두되고 있고 이를 시대정신의 변화로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여기서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은 기업은 과연 사회적 가치 사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가장 큰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단순히 인권과 노동권 관련된 지침을 준수하는 수준으로 사회적 가치 사업을 정의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사회에 가장 큰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가령, 자동차 기업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영향은 친환경 생산일까? 아니면 기술투자를 통해 친환경적인 제품을 만들어서 전체 밸류체인상 환경영향을 줄이는 접근법일까? 다양한 접근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럼에도 최근 리딩기업들은 자사의 사회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비즈니스 모델과 밸류체인, 나아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한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만약 사회적 가치가 기업의주류 비즈니스에 접목될 수 있다면, 그리고 기업의 운영원리를 효율과 성장 등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인권과 공동체 가치라는 사회적 가치와 접목시킬 수 있다면, 기업은 사회에서 선한 영향력의 원동력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기업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라, 국내 기업은 어떠한 사회 가치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을까? 산업정책연구원이 2019년도 공공기관 자료를 조사해 사회적 가치 창출 공식을 도출했다. 이 조사는 자료공개가 활성화된 공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그 시사점은 전체 산업계에 일반적으로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조사 결과 공공기관은 조직과 평가체계 구축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어젠다 별로는 13개 항목 중 항목별로 도입 격차가 있는데, 가령 반부패 대비 인권부분은 아직 도입 초기이고, 공통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부분은 기관의 고유미션과 사회적 가치를 연결하기 위한 비즈니스 연계사업들이 점차 시장에 선보이고 있었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지금까진 시장가치가 비교적 떨어져서 시장에 선보일 수 없었던 사회가치 사업들이 사회적 가치 창출 혹은 증분 성과를 인정받아 추진이 기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영세사업자나 농어촌 주민을 주류 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한 활동들이 경제적 성과는 시장 이하의 성과를 보이나 경제참여를 통한 자립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 사회적 가치 사업으로 출시가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에 많은 관심도 몰려있고 많은 자원이 투자되고 있으나 일부 방향성이 혼란스럽고, 혁신의 방향성을 찾아 나가고 있는 실정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가치 창출 공식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적 가치 사업들이 어떻게 가치를 창출하고 있고, 향후 발전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하여 산업정책연구원에서는 IPS CSV 프레임워크를 공공기관 중심으로 10대 대표적 사회 가치 사업에 적용해 공공부문의 사회적 가치 창출공식을 도출했다. 그중 본 프레임워크가 집중했던 사회 이슈와 주요 가치 창출 공식을 살펴보겠다.

첫째, 기업이 집중하는 사회적 문제를 살펴보고자 사회적 가치법에서 제시한 13개 항목과 UN SDGs 17개 항목을 재정리하여 사회, 환경, 경영이슈 11개 항목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 이슈에 중점을 두고 있고 기존 CSR 영역에서 일부 미션영역(업 생태계, 지역경제, 보건, 복지 등)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둘째, 기업은 차별적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어떠한 메커니즘을 활용하고 있고, 가장 큰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영역은 어디인가를 살펴보기 위하여 사회가치 창출 공식을 통해 분석해보았다. 사회적 가치사업을 실행주체, 집중하고 있는 사회문제, 유무형핵심자원활용, 자원활용전략(제품혁신, 클러스터, 가치사슬 혁신) 등 원인변수와 결과를 분석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추진 주체의 경우 단독보다 다자간 협력형 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즉, 다양한 기관의 차별적 역량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령, 인천항만공사는 지역별, 업종별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공동이나 업 공동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자간 협력을 추진, 자원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추구한다. 서울시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을 함께 발굴하고 자원을 연계해 지원하는 통합돌봄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자원연계형 사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단순 취약계층 지원에서 생태계 육성 사업들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클러스터 중심의 핵심 비즈니스 연계 사업들이 대표사업으로 선정되는 추세이고, 자원의 활용 방식도 단순히 기부방식이 아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나 한국수자원공사의 사례처럼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할 수 있도록 후방 생태계를 지원하거나, 소셜벤처 육성 등 가치사슬 혁신형 사업들도 눈에 띄고 있다.

특히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경우 건강한 농수산식품분야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문성이 부족한 사회적 경제 기업들에 컨설팅과 판로를 지원하고 있다. 더 나아가 국내 중소 농식품 제조가공 업체를 대상으로 해외진출을 위한 수출 실무 및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하는 ‘수출 컨설팅 현장코칭’을 제공해 해외진출을 위한 공사의 역량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원 관련하여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기업의 유휴자원을 활용해 창업공간을 제공하거나 장애인 고용 사업장을 입주시키는 형태의 사업들이 많은데, 모두 바람직한 사업으로 사료되나 업과 연계된 핵심 자산을 활용한 사회 가치 사업과 비교해보면 어떤 유형이 더 임팩트 있고,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평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는 핵심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실행되기 때문에 평가가 매우 중요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다.

민간섹터에서 SK는 자체 사회적 가치 평가 툴을 개발하여 핵심평가지표로 활용하고 자사의 투자에 사회적 가치를 평가해 이를 기준으로 투자결정을 하고 있다. 그외 삼성, LG 등 다수의 리딩기업들도 사회적 가치평가 기준을 도입해 활용 중이다. 동시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은 주요사업에 사회적 가치 체크 리스트를 작성하고 사회적 가치 사업의 투입, 산출 및 결과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향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평가의 중요성은 더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왜냐하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적 가치를 위한 자원은 더 많이 필요하나, 경기위축으로 다수의 기업은 한층 더 제한된 자원으로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그렇다면 앞으로 산업계의 사회적 가치 사업의 향후 모멘텀, 방향성을 어디서 찾아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앞선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즉,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어디에서 가장 크게 창출될 것인가?

답은 바로 핵심사업과 이와 관계된 기업의 자원과 인프라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확장성을 위해서는 단순 기부가 아닌 반드시 핵심자원과 연계된 협력적 생태계 육성이 필요하고, 생태계 활성화를 통한 가치의 창출, 증분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임팩트 영역이다.

첨언을 하자면 기업의 기존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공헌 사업의 재해석이 돼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을 포함한 기업의 업에 대해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생태계의 큰 그림을 그리고, 협력적 생태계 육성을 통해 전후방에서 민간 중소 벤처 등 다양한 사업주체들이 포용적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 창출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기업의 사회적 가치의 가장 큰 드라이버로써 작동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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