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으로서의 돌봄 가치 인정하고 고용여건 개선해야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여성 노동,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취업자 수 대폭 감소, 일시휴직자 수 100만명 상회, 비경제활동인구 수 증가 등 코로나19의 고용 충격 속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6월 18일 ‘코로나19 이후 여성 일자리 변화와 정책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구조화돼 있었던 여성 노동의 열악한 현실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여건 변화에 대응해 여성 노동과 일자리 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대면 접촉 여성 노동 수요·공급 감소

이날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이후 여성 일자리 변화와 정책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전 센터장은 “올해 4월 여성고용지표를 살펴보면 코로나19 직후 한국의 여성노동시장은 일시휴직자가 실업자보다 많은 상태이며 여성 고용률 감소는 남성의 1.5배로 나타났다. 4월 기준 여성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남성의 1.5배에 달했고 여성 실업자 증가는 남성보다 1.2배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올해 2~4월 여성 취업자 변화는 서비스 종사자가 가장 많이 감소했고 전년 4월 대비 여성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수도 감소했다”며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가 가장 많은 일자리를 잃었고 전년 대비 1~4명 소규모 사업장 여성 취업자가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전 센터장은 “생활 속 거리두기 정착으로 비대면서비스 및 소비가 확산되면서 대면 접촉에 기반한 여성 노동 수요 및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며 “일하는 방식 개선을 통해 대면 접촉 여성 노동 수요를 확대하고 이들의 경력 인정 및 정당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며 대면 접촉 여성 노동자와 서비스 이용자의 안전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돌봄 민주주의 장착한 ‘돌봄 뉴딜’ 필요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가치로서의 성평등과 돌봄 민주주의를 장착한 ‘돌봄 뉴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 대표는 “코로나19로 우리는 취약한 사회안전망과 시스템을 확인했다. 여성에게 내던져진 돌봄노동과 어떠한 상황에서도 돌봄 노동은 멈출 수 없다는 사실 또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안전과 안정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정부가 말하는 한국판 뉴딜에는 가치로서의 돌봄, 시스템으로서의 강화된 돌봄 공공성, 그리고 성평등이라는 중요한 핵심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위기는 비대면이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를 재편하고 있지만 돌봄은 비대면이 불가능하다”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도 돌봄 노동자들은 폭증하는 업무량을 감당하며 일하고 있고 가정으로 돌아간 돌봄의 책임은 여성에게 가혹하게 지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돌봄 노동자들에게 이전보다 높아진 업무 위험과 불어난 노동의 양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와 같은 저임금, 불안정 고용 상태에서 과도한 업무량이 주는 하중을 돌봄 노동자에게 견디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배 대표는 “집단 교육, 돌봄 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돌봄 노동은 다시 가정의 전담이 될 텐데, 책임을 분담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과 안정적인 유급 돌봄 휴가 시스템 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돌봄 시스템 및 제도 갖춰야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시간적·공간적 근무 유연성이 낮은 현재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이 감염병 시대에 취약하다는 한계가 드러났다”며 “성평등과 삶의 질 향상으로의 긍정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시간·공간 유연성에 대한 요구를 발굴하고 반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는 “여성 및 청년 실업자들의 취업 기회 확보를 위한 지원 방향은 재택근무 및 스마트워크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에 부합하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중소기업 및 대기업 간 인프라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태희 한국고용정보원 중앙일자리평가팀 부연구위원은 “코로나 팬데믹을 분기점으로 노동시장의 구조적 초양극화로 인한 폐해가 정부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고령자, 청년층, 영세기업과 자영업 종사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노동시장 구조적 개혁을 위한 대타협의 협상테이블이 온전하게 가동되길 노사정에게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이윤아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은 “노동시장 전반의 성별격차 완화에 주력해야 한다”며 “돌봄의 몫이 여성이 아니라는 인식 전환과 사회적 공감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돌봄시스템과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임금에 시급제로 운영되거나 제도적으로 잡히지 않는 돌봄 업무의 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 돌봄 노동을 통한 소득의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돌봄 영역에 대한 고용여건 개선을 위한 정책적 연구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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