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니트 경험이 장기적으로 결혼·출산 등에 영향 미칠 것

보건복지부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저출산 대응을 위한 인문사회 포럼’을 진행 중이다. 6월 24일 용산역 드래곤시티에서는 ‘청년의 삶’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진행돼 관심을 끌었다.

류근혁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축사를 통해 “청년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저출산 정책의 시작이며, 청년의 삶이 다양한 희망으로 펼쳐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청년의 안정적 삶을 위한 정책을 제4차 기본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최종렬 계명대학교 교수가 각각 주제발표에 나섰다.

올해 비구직 니트 규모 127만3000명 예상

남재량 연구위원은 청년 니트(NEET)를 중심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그는 “우리나라 청년 노동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청년의 비노동력화’”라며 “이를 잘 구체화한 것이 일을 하고 있지 않거나 일을 할 준비도 하고 있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용어인 청년의 ‘니트화’”라고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2019년 15~34세 청년 비구직 니트는 111만600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5만2000명 증가했다. 올해 1~5월 비구직 니트 규모는 53만명으로 15~34세 전체인구의 10.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전체 비구직 니트 규모는 127만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의 규모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라며 “한국 청년 노동시장의 이러한 특성 및 이로 인한 문제점과 파급효과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연구위원은 니트 경험 여부에 따른 노동시장 성과와 관련해 “니트 경험자의 6~9년 후 취업 가능성이 비경험자에 비해 6~24%p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니트 경험 기간이 길수록 고용 가능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고, 니트 경험자의 6~9년 후 임금이 비경험자에 비해 3.5~12.3%p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 니트 경험 기간이 길수록 임금 차이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결과는 학업도,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니트의 경험이 향후 혼인상태, 출산율 등에 장기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실제로 청년기 비구직 니트 경험자의 10년 후 유배우 비율은 비경험자의 경우보다 낮게 나타났으며, 이는 여성만을 대상으로 10년 후 유배우 비율을 분석한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끝으로 남 연구위원은 “올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청년 니트의 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청년 니트의 경험이 중장기적 저출산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니트의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 안정성 약화로 결혼·출산·육아 연계 끊어져 

최종렬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신자유주의와 청년의 삶’을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최 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 경쟁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적 삶이 조절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며 “이런 시대에서 생존해야 하는 청년들은 경쟁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사회에서 청년에게 결혼과 출산, 육아는 성공과 생존을 가로막는 것이 됐다”며 “남성이 돈을 벌고 여성이 육아를 하는 가부장적 핵가족 제도가 자리 잡은 시대에서는 결혼, 출산, 육아의 자연적 연계를 당연시했지만 신자유주의적 근대화로 가족의 안정성이 약화되면서 낭만적 사랑과 결혼, 출산, 육아의 연계가 끊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최 교수는 “소위 ‘경쟁에 뒤쳐진 청년’을 사회로 다시 이끌어 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안전기지 충족해줘야

이선미 서울여자대학교 기초교육원 교수는 “청년들이 왜 직업을 구하지 않을까를 생각해보면 크게 ‘직업을 갖고 싶지 않아서’와 ‘구직 노력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아서’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삶 자체가 반드시 정상적인 삶이 아닐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역으로 청년들이 어떤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를 질문해 보면 노동생산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 등이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청년의 권리’를 강조했다.

최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교육을 마친 뒤 노동시장으로 나와 일자리 탐색을 시작하고 고유한 자기존재로서 내적인 성장동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리사회가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는 사회적 안전기지와 기본적인 안전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세대가 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이 중요한데, 여기서 구직과 고용을 선택하지 않고 이

어서 가족과 출산을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경우는 이 과업들에서 실패했을 때 감내해야 될 기본적인 안정성과 자기 존재감 훼손, 소외와 배제, 되돌아가서 본인 고유의 탄력성을 회복할 수 있는 안전기지가 우리 사회에 부재함을 보여주는 단면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위원은 “제도화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 사회가 비구직 니트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다양성에 대한 수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년세대 문제, 다층적인 분석 필요

이미지 동아일보 기자는 “취업을 하지 않으면 결혼과 출산이 어려운 건 너무나 당연한 것 같다. 굳이 수치나 자료를 보지 않아도 체감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같은 청년세대 안에서도 굉장히 다층적인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이 같은 문제를 다양하게 분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저출산에 가장 취약한 계층과 지점이 어디인지 알아야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취업 전 청년뿐만 아니라 취업 후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보완되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임유진 인구보건복지협회 청년이사는 “니트 경험이 없이 현재도 일을 하고 있는데, 여성 근로자이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이 두려운 부분도 있다”며 “여성 청년으로 일하면서 결혼했다고 하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잠정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제3자들이 근무 정지 상황을 걱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실업급여 제도를 활용해 단기간만 일하고 나머지 일정 기간은 실업급여를 받아 생활하는 청년이 적지 않다고 알고 있다”며 “실업급여정책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해법 제시 위한 논의 이어갈 것

‘저출산 대응을 위한 인문사회 포럼’은 저출산에 대한 기존 접근 방식을 탈피하고 근본적인 통찰을 모색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인구와 미래사회, 청년, 여성과 가족, 발전주의, 코로나19 이후의 삶이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총 5차례 토론회 개최를 통해 저출산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토론회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참여를 최소화하고 온라인을 통한 방송 및 질의 참여 등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토론 결과는 올해 말 수립 예정인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복지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