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가치에 치중하던 성장지상주의 시대를 지나 오늘날 사회적 가치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왜 우리는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하는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회관 대회의실에서 ‘사회적 가치 시대를 연다’를 주제로 언택트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공식 유튜브 ‘나눔채널 공감’을 통해 생중계됐다. 왼쪽부터 토론에 참석한 이종수 한국임팩트금융 대표, 권기준 SK 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부사장,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사회), 박명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우용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 소장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회관 대회의실에서 ‘사회적 가치 시대를 연다’를 주제로 언택트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 공식 유튜브 ‘나눔채널 공감’을 통해 생중계됐다. 왼쪽부터 토론에 참석한 이종수 한국임팩트금융 대표, 권기준 SK SUPEX추구협의회 SV위원회 부사장,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사회), 박명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우용호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 소장

서상목 1980년대부터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UN은 1990년대 초부터 ‘지속발전’을 강조하면서 2015년 17개 분야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선정해 모든 회원국이 이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세계는 경제적 가치에 더해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하는지 말해 달라.

박명규 세계적으로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부각하게 된 배경과 문제 상황이 지금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먼저 한국은 1970년대 이래 효율적이고 급속한 경제성장 정책을 펴왔고 그 효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기존 발전모델의 한계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공동체의 위기가 양극화, 일자리 절벽 현상과 같은 위험에 부딪히고, 사람들 간 각자도생 때문에 사회적 관계의 위기, 신뢰의 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협하는 환경의 어려움에도 깊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이 같은 공동체적·사회적·환경적 위기는 지난 경제성장 중심의 발전모델과 무관치 않다. 이 부분을 극복하지 않으면 새로운 미래발전의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사회적 가치에 주목해야 하는 시대적 배경이 아닌가 싶다.

권기준 시대의 흐름이라고 본다. 현재는 사회문제가 굉장히 다양해졌다. 그런데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속도를 해결하는 부분에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복잡·다양해진 사회문제는 더는 정부나 NGO, 공공기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기업이 뛰어들어야 한다. 또 이제는 고객의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찾아서 해결해줘야 한다. 예전에는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빅데이터 등을 통해 소비자가 말하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와 기술이 생겨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자본주의는 주주자본주의로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임무를 수행했다면 최근에는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행복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의 경우 이해관계자를 고객, 구성원, 주주, 비즈니스 파트너, 사회로 정의하고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의 행복을 창출하는 것을 기업의 미션으로 임하고 있다.

이종수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곳곳에서 가치 기준을 찾기 힘든 경우가 많다. 가치 기준이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 매스컴을 통해 이기심, 집단주의 형태를 많이 볼 수 있다. 좋은 가치도 개인의 이익 앞에서는 힘을 못 쓰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을 참지 못한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희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열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일자리, 청년실업, 지방소멸 등 많은 문제가 있고 ICT, AI 등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물결은 희망적인 측면도 있지만 불확실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환경과 사회적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치 기준을 찾는 것,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대적인 요구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가치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는 것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열망이 사회 내부에 잠재된 것이라고 본다.

우용호 우리나라는 2019년 국민 소득 3만불 시대를 넘어섰다. 바야흐로 개발도상국에서 새로운 선진국으로 도약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OECD가 발표한 ‘삶의 질 지수’를 살펴보면 조사국 40개국 가운데 30위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도 사회적 관계 영역이 40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시민사회, 건강, 안전, 소득은 높은 수준인데 사회적 관계가 굉장히 낮아 미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데 유약한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 기업, NGO, 사회복지 각계각층이 미래 한국 사회를 건설하는데 새로운 사회적 가치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서상목 사회적 가치 실현도 사회혁신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 사회혁신이 굉장히 중요한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와 좋은 사례가 있다면 말해 달라.

권기준 SK의 초창기 사회공헌은 1970년대 장학퀴즈 후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 등 인재양성에 초점을 뒀다. 내부적으로 사회적 가치 1.0 시대라 부른다. 2010년대 사회적 가치 2.0 시대에는 사회적기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회적기업이야말로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미션을 갖고 탄생한 조직이기 때문에 이들이 더욱 많은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2017년 사회적 가치 3.0 시대를 열고 영리기업도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위해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창출 혹은 훼손하고 있는지 화폐화 기준의 측정을 시작했고, 올해 관계사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로 늘려 관계사들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우용호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사회혁신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홍콩, 영국, 미국 사례를 토대로 정부와 함께 ‘지역사회공헌 인정제’를 시작했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지자체와 NGO, 학교, 사회복지기관, 주민이 기업의 사회혁신 사례를 발굴해 이를 인정하고 격려하자는 취지에서다. 단순히 인증을 주는 개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기업의 혁신사례를 발굴·전파해 배우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전체 사회구성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각 지역의 대학, 병원, 사회단체 등을 발굴해 전 국민, 나아가 전 세계에 한국의 사회혁신 사례를 전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종수 사회혁신과 사회적 가치를 이야기할 때 임팩트 금융을 이야기한다. 임팩트 금융은 사회혁신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세계적으로 이러한 사례가 많이 배출되고 그곳에 투자하는 투자자, 금융 기법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만들어지면서 사회적기업이 배출됐다. 그런데 정부가 주도해 만들다 보니 행정적인 부분과 실적 등에 중점을 뒀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벗어나 IT, 혁신체계를 활용한 사업적기업이 많이 나오고 있다. 보다 혁신적인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박명규 사회적 가치, 사회혁신은 단일 프로그램화해서 계측하는 형태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 자체가 시민의 자율성이나 주체적인 참여, 거기서 나타나는 창의적 발상이 동력이 돼야 하므로 이를 프로그램화할 때의 장단점에 예의주시하면서 조율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즉, 혁신을 위해서는 창의와 개성, 때로는 실험이 가능할 수 있는 생태계, 또는 그런 환경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상목 어려운 부분이다. 세계적인 추세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야 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수치와 계량화도 중요하지만 균형을 갖추는 게 중요할 거 같다.

이종수 사회적 인식이 중요하다. 사회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툴도 만들어져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은 어렵고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민간이 하기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하므로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 조직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가치는 누군가는 보상해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정부라고 생각한다. 정부 주도적으로 탄소배출권처럼 보상해주고 거래할 수 있는 형태의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박명규 개인적으로 SK 사회적 가치 측정에 처음부터 많이 참여했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려하는 부분은 우리 사회는 국가 중심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좋은 프로그램은 정부가 정책으로 가져간다. 이것이 가지는 효율성과 효과성이 있지만 ‘경제적 가치 중심의 성장주의, 속도주의, 효율주의를 넘어서야만 21세기 새로운 비전이 열린다’라고 하는 사회적 가치 문제의식에서 보면 정부의 좋은 프로그램이 회귀하는 성향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협회나 학교, 공공기관이 제3섹터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업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권기준 ‘측정되지 않는 것은 관리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측정하는 이유는 등수를 매기고 줄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 어디에 있는지 기준점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추진하는 것은 글로벌 표준화다. 재무회계기준도 재무적인 것을 경제적 가치로 측정하는 것인데 이것이 결국은 합의다. 그 합의를 100~200년간 이뤄온 것이다. 사회적 가치 측정도 결국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15개 글로벌 기업과 ‘밸류밸런싱 얼라이언스’를 출범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국제적 기준을 만들기 위해 협업하고 있다.

서상목 사회프로젝트는 문제가 복잡해 여러 기관의 협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콜렉티브 임팩트’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여서 수평적 협력이 잘 안 된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라는 각각의 이질적인 주체들이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지 말해 달라.

이종수 야구 구단의 구조를 보면 감독, 코치, 선수가 있다. 감독은 벤치에서 경기를 계획하고 이끌며 선수는 구장에서 뛴다. 코치는 그 사이에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야구장에 정부와 민간이 같이 뛰고 있는 형태다. 역할분담이 잘 안 되고 있다. 즉, 어떤 면에서는 정부가 너무 나서서 하는 부분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일을 추진하면 빠르게 진척될 수 있고, 기금이 많이 유입될 수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대중에게 전파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 사회적 가치, 사회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사회 밑바닥에서 이뤄지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건데, 이 부분은 민간이 가장 잘 안다. 정부가 안내하고 잣대를 주는 순간 관료적·행정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사회적 가치 기본법을 만들 때도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 파트너십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는 법적·제도적 장치 등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민간이 현장에서 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적절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권기준 사회적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건 사회적기업이다. 우리는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사회적기업가 MBA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그 외 유수 대학에서 인재양성 과정을 진행 중이다. 또 사회적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다른 사회적기업보다 상품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자원확보를 위해 사회적기업 투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공통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복얼라이언스’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결식아동 문제 해결을 위해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데, 51개 기업이 연합해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주도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나의 창을 만들어주는 형태로 가고 있다.

박명규 콜렉티브 임팩트와 관련해서 보면 정부와 대기업은 당연히 해야 할 몫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얘기도 많은데, 빠져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공적이면서 나름대로 임팩트가 있지만 스스로 이 일의 주체라는 느낌을 갖지 못하는 곳이 학교, 종교기관, 노조라고 본다.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게 새로운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핵심적으로는 ‘무엇을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고, 무엇을 정책과 실천의 최종 목표로 삼을 것이냐’를 봐야 한다. 그런데 가치를 가르치는 학교가 여전히 각자도생이고 경쟁주의, 물질주의다. 사회와의 공생·공유의 가치를 가르치는 역할은 학교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노조도 우리 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주체 중 하나다. 최근 노사, 노노문제 등이 있는데 노조가 일자리와 공생, 공유를 위해 어떻게 새로운 주체가 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수많은 종교기관도 마찬가지다. 콜렉티브 임팩트 측면에서는 그런 주체들의 적극적인 역할도 논의됐으면 한다.

서상목 중요한 지적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서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해 달라.

우용호 첫째는 사람이다. 사회혁신가를 육성해야 한다. 두 번째,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사회적 자본을 창출해낼 것인가에 주력해야 한다. 세 번째는 이런 자본과 사람의 인프라가 시스템 내에서 어떻게 작동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생태계도 자연 생태계와 같이 각자 역할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그 생태계에 사람, 자본, 시스템에 대한 공통된 합의를 통해 혁신적·실험적인 조성을 꾀해야 한다.

이종수 세 가지를 제안하고 싶다. 하나는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가치를 누군가는 보상해줘야 한다. 정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확장해 모든사회 조직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대한 평가 측정을 통해 보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거래될 수 있도록 사회적 거래소를 만드는 것을 실험하고 있는데, 우리도 깊이 연구해봐야 하는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권기준 SK가 5년째 진행 중인 활동 중에 사회성과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있다. 정부가 해줬으면 하는 부분인데, 이를 제도화하는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기업이다 보니 금융이 중요한 부분이다. 즉, 투자 자본이 들어와야 하는데 사회적 가치가 가치로서 측정이 가능해져야 투자자들이 들어올 수 있다. 앞서도 강조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화폐화 단위로 측정이 돼야 하고, 그게 합의되고 인정이 돼야 한다. 이런 모든 부분이 아우러졌을 때 좋은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박명규 사회적 가치 확장을 위해서는 공유지가 갖는 가치, 공유지가 줄 수 있는 새로운 것에 대한 각성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원이 가까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감했다. 얼마 전 미국 하버드에 다녀왔는데, 가장 중요한 지점에 새로 건물을 지어 1층 공간을 공유지로 만든 것을 봤다. 학생뿐만 아니라 오가는 사람 누구나 와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놨다. 혁신과 가치가 기획되어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인프라와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그곳에 다양한 사람이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이것이 생태계 창출의 중요한 역할인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사유화되고 개별화되는 것이 아닌 의미 있는 공유지를 만들어가면 좋겠다. 물리적 공간이거나, 제도적인 부분이거나, 사이버 공간으로도 가능한데, 그런 공유지를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서상목 끝으로 사회적 가치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은?

박명규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공동체’에 대한 부분을 절감할 수 있었다.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 역으로 말하면 이웃의 건강이 내 건강이 되는, 이타성과 이기주의가 이분법으로 나뉘는 것이 아닌 ‘배려하고 같이 사는 것이 결국 내가 사는 것’임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사는 지역이 안전할 때 개인이 안전할 수 있다고 하는 이 부분이 상생과 공유의 가치일 텐데 그 가치에 대한 깨달음이 정착되도록 하는 것, 그게 작지만 굉장히 큰 과제다.

이종수 사회적 가치는 NPO나 기업, 정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다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일반이 참여하는 사회적 가치가 가장 크다. 가치 있는 제품을 소비한다거나 환경과 관련해 작은 것을 실천하는 것, 예컨대 분리수거를 적절하게 하는 것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은 모든 사회 주체의 과제다. 그리고 가치 측정 주체에 대해서는 기준이 꼭 하나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사회적기업 육성법을 고용노동부가 주도해 만들었다고 해서 사회적 가치의 측정이 일자리가 돼서는 안된다는 거다. 사회적 가치 기준은 다양할 수 있고 다양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기관이 나오는 게 더 바람직하다. 현재 사회적 가치 육성법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것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은 일반 국민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아직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의 의식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법령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국민적으로 사회적 가치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모든 조직과 국민의 마음속에 이런 것이 내재 돼 있을 때 사회적 가치 중심의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권기준 토론 주제가 ‘사회적 가치 시대를 연다’인데 이미 열렸다고 생각한다. 아직 체감하는 수준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조금 더 빨리 돼가고 있고 누군가는 아직 들어오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 들어올 수밖에 없다. 사회적 가치는 미래 가치가 아닐까 생각한다. 기업 가치를 구성하는 부분 중에 현재 가치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건 미래 가치일 텐데, 모든 미래 가치가 사회적 가치는 아니겠지만 사회적 가치는 분명히 미래 가치다. 지금 당장은 물질적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지만, 미래에는 분명히 더 커다란 경제적 가치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우용호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있다. 가장 어려운 순간과 어려운 곳에 직면할 때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려고 하는 것에 강하다. 핀란드의 대표 기업이자 세계 핸드폰의 대명사였던 노키아가 몰락했을 때, 핀란드 청년들은 국가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한다. 핀란드 청년들은 ‘사회적기업가가 되지 않으면 핀란드가 망한다’며 사회혁신을 해서 현재는 세계 사회혁신 제1위 국가가 됐다. 이처럼 더 나은 삶의 질, 사회의 질을 추구하기 위해 지금이 가장 혁신해야 할 마지막 실험대라고 생각하고 힘을 합친다면 각계각층의 역할에 맞게 사회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다.

서상목 우리나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혁신을 통해 경제발전에 성공했다. 이제 사회혁신을 통해 사회적 가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보여줬듯이 공동체 의식을 통해 사회혁신, 사회적 가치도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모범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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