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주 대구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장

정병주 대구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장
정병주 대구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장

지난 5월 제18대 대구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장으로 추대돼 취임하셨는데 소감은?

“최근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사회복지계의 역할과 고민이 많은 때에 민간 사회복지계를 대표하는 사회복지협의회의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 만큼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 대구협의회가 창립돼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시점 시점마다 고심하며, 인내하고 극복하며, 투쟁하여 이어온 지난 35년은 7인의 회장을 비롯한 많은 선배, 동료들의 열정과 헌신이라는 가장 튼튼한 초석들이 대구협의회의 역사를 지탱하고 있다. 척박한 토양에 심어져 온갖 풍상마저 피하지 않고 오롯이 견디며 커온 ‘대구협의회’라는 나무이기에, 또한 지난 35년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이 있고, 건강하고 훌륭한 교육과정을 거친 후배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기에 회장이라는 직책으로 대구협의회 역사에 점 하나를 보태는 저로서는 무척 자랑스럽기도 하다.”

‘대구시민의 복지수준을 높이는 지역복지 중심의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하셨는데 가장 강조한 공약은?

“소통하고 협력하는 협의회를 지향하고자 한다. 지난 35년간 우리협의회는 사회복지현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해왔다. 이를 위해 현장 종사자들이 협의회의 일감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소통·협력하고 참여할 수 있는 협의회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35년간 협의회의 역사와 그 시간과 함께 열정을 바친 선배, 앞으로 협의회와 함께 할 동료 및 후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는 협의회가 되도록 하겠다. 급변하는 복지환경에서 지역의 문제를 이슈화하고 이를 해결해나가는 협의회가 되겠다.”

대구시협의회는 1985년 설립 이래 민민 협력은 물론 민관 협력에도 타 시도의 모범이 될 만큼 잘해오고 있다. 비결과 그간의 성과는?

“그간 민간사회복지시설·기관·단체를 협의·조정하는 대표기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나(대구협의회)보다 먼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는 핵심가치로, 지역복지의 발전과 지역 내 사회복지기관, 시설의 선진화와 균형발전을 위해 자정의 노력은 물론, 행정기관과의 소통·협력에도 최선을 다했다. 지역복지증진과 지역의 복지기관·시설을 지원하는 일을 제일 목표로 매진한 결과 부수적으로 대구협의회의 살림살이도 안정된 것이다. 협의회는 매년 초, 대구시 담당공무원과 26개 직능단체장이 함께하는 정책간담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복지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 민관이 함께 고민하고 있으며, 직능단체 실무자 그룹과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지역복지증진 방안과 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많은 제도(보조금 인건비·운영비 분리지원, 시비 지원 이용시설 시간외 근무수당 지원, 대체인력 지원사업, 장기근속 휴가제도 가이드라인 도입 등 처우개선 활동)를 개발하고 실시하게 됐다. 또한, 대구지역복지현장의 권익옹호와 정책건의를 위한 전달체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작년 11월, 24개 직능단체 임직원으로 구성된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 및 정책추진단’은 정책개발 및 조례제·개정을 위한 활동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해 사회복지계의 현안과제를 제출해 사회복지 공약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대구시 처우개선위원회에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과 관련한 사회복지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구시협의회의 최우선 당면과제는 무엇이며 해결방안은?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와 근무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한다. 현재 대구지역에는 1000여 개의 사회복지시설·기관·단체가 있으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1만7000여 명의 사회복지종사자가 있다. 대구시는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조례를 제정했고, 이를 근거로 2014년과 2017년 대구사회복지협의회 주도로 ‘사회복지종사자 처우(보수체계 및 근로환경 등)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사회복지공무원 보수를 비교직종으로 설정해 급여현실화를 위한 연구진행, 시설 간 격차 해소를 위한 단일임금체계 제안, 포괄보조금에서 인건비·운영비 분리, 종사자 안전을 위한 폭력예방매뉴얼 마련 등 사회복지 종사자의 처우와 인식 개선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대구시 및 시의회와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해 사회복지종사자의 적극적 요구를 관철해 나가겠다. 사회복지종사자가 행복해야 시민이 행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앞으로도 사회복지종사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주력하겠다.”

지난해 지역사회공헌인정제 전국2위, 공공기관 CSR추진본부 사무실 개소 등 사회공헌 활성화를 위해 기울인 노력이 크다.

“2015년 1월 사회공헌정보센터를 개소해 지역 내 25개 사회공헌 기업과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초반에 많은 기업을 찾아가 홍보하고 적극적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제안했다. 한국가스공사(전담인력 5명), DGB사회공헌재단(전담인력 1명), 이마트(전담인력 1명)의 후원을 통해 전담인력을 지원받아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타 시도에 모범이 될 만한 사례이다. 2014년부터 진행된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으로 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협업의 기회가 주어졌다. 기관 특성을 살린 전문적인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 내 ‘공공기관 CSR추진본부’ 사무실을 개소해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계획할 때 파트너로 대구사회복지협의회를 가장 먼저 떠올릴 만큼 많은 사회공헌 기업과 네트워킹하게 됐으며 지난해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시행한 사회공헌인정제에서 전국 2위라는 성과를 얻었다. 앞으로 대구사회공헌센터는 인적·물적 인프라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양적·질적 성장 두 가지를 모두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업의 단순지원뿐 아니라 복지 대상자의 욕구와 기업 특성에 맞는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대상자와 기업 모두가 만족하는 사회공헌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또한 우수 사회공헌 기업도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보상 체계를 개발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해 사회공헌하기 좋은 도시 ‘대구’를 만들어가겠다.”

직능단체 및 회원들과의 협력을 위한 소통은 어떻게 할 계획이신지?

“우리협의회는 대구 내 26개 직능단체와 연2회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사회복지 주요 현안과 정책을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열려있는 협의회 분위기를 조성해 현안이 있을 시에는 언제나 열린 회의를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매월 15개 회원기관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직능단체 및 회원과 소통하기 위해 페이스북, 밴드,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다양한 소식을 공유하고 소통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직능단체 및 회원들이 협의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니즈를 수렴하고 조정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데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대한 생각과 실천은?

“먼저, 우리 협의회를 포함한 사회복지현장에서도 근무시간을 줄이고 과도한 근무를 제한하는 등의 변화에 매우 민감한 것이 현실이다. 나는 ‘일과 생활’이 하나였던 시대의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한다. 또는 생활의 중심에 일이 들어와 있던 마지막 세대쯤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존중하지만, 그 또한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한 균형은 어차피 개인이 선택하고 찾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배분돼야 ‘균형’이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드물지만 ‘일’을 생활의 중심에 놓고 움직일 때 가장 즐겁고 빛나는 사람도 있다. 동의하는 부분은 일과 (개인)생활의 분리다. 모든 사회복지종사자가 자유롭게 ‘저녁이 있는 삶’을 가지는데 동의하며,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저녁이 있는 삶’에 모두가 동의하거나 만족하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존중받고 중시돼야 할 개인의 선택이라는 데에 좀 더 큰 방점을 찍어두고 싶다.”

지난 35년간 동촌종합사회복지관장, 대구장애인복지시설협회장, 대구사회복지사협회장 등을 역임했는데 그간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나 성과는?

“1980년대 중반이니 제대로 된 사회복지제도 하나 갖추어진 것 없던 시절이었고 업무의 매뉴얼 한 페이지, 세부적인 회계원칙마저 없던 그때, 무엇을 기획하든 전국 최초가 됐던 그때,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후반의 사회복지사에게 꾸중 한번 없이 5년을 기다려 준 선배가 첫 멘토였다. 그리고 지역복지관의 대대적 개관과 함께 새로이 만난 멘토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분이었다. 아침이면 새로운 사업거리를 펼쳐놓으시는 그분의 보따리에서 쓸 만한 것과 현실 가능한 것을 찾으면 됐다. 복지관의 오픈시기라 빈곳은 많았기에 그분의 일 욕심은 한참 후까지 계속됐다. 다음에 만난 멘토는 A부터 Z까지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분이었다. 또한, 사회복지사업은 협업이므로 밥 먹는 것도 회식이어야 한다며 누구하나 빼놓지 않고 같이 밥자리까지 모두 어울려 가기를 원하는 분이었다. 오랫동안 그 세분의 멘토는 나의 교과서였다. 행동의 교과서, 일감의 교과서, 인간관계와 상하관계에서의 교과서에서 이제는 인생의 교과서가 돼버렸다. ‘무슨 성과를 이루었느냐?’는 질문이 가장 곤란하다. 공사장에서 괴력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을 만큼 강골이 아니고, 고시패스 할 만큼의 머리도 갖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사업을 벌일 만큼 대단한 용기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닐 것이고, 상대를 홀릴 만큼의 말재주도 없다. 무엇을 해도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조건의 내가 오늘까지 살아온 자체가 개인적 ‘성과’라 생각한다. 어느 때는 위기의식이었고, 어느 때는 정의감이었고, 어느 때는 적대감이었고, 또 어느 때는 동료의식이기도 했다. 우리지역의 무슨 일, 무슨 문제에서나 늘 함께한 것 같다. 출석률이 높고, 문제에 대한 공감도가 높고, 쉽게 뜨거워지는 가슴으로 동료의 편이 돼주고, 멘토로부터 배운 대로 오래 기다려주려 노력하고, 창의적 일감과 해법으로 접근하려 노력하고, 같이 일하고 같이 놀고 같이 밥 먹으려 노력하며 살아온 것 외에는 성과라는 단어에 걸맞은 결과물을 기억해내기 쉽지 않다. 한 장면 한 장면의 지난 과정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도 ‘성과’에 포함할 수있을까? 하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35년 이상, 사회복지사로 걸어오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받으며 살아왔다. 뜻을 모아 맡겨주신 대구 사회복지계의 동료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류하고, 혼자 해야 하는 일과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을 구분하고, 당장 해야 할 일과 시간을 두고 접근해야 하는 일의 순서를 조정하고, 그 일들의 규모, 순서, 절차, 과정과 목표를 모든 회원들과 공유함으로써 다 함께 한 팀이되 어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해 나가는 ‘협업의 기적’을 이루는데 힘쓰겠다. 우리 협의회가 회원기관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실천하겠다. 회원기관 한 개소 한 개소가 당당한 기관·시설·단체가 되도록 같이 노력하겠다. 모든 사회복지계가 시민, 기업, 행정기관에서도 인정받는 그런 날을 준비하겠다. 이육사의 시 ‘광야’에서 그리던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이 시대에 나타나서 지역사회의 여러 문제와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동화 같은 바람이 있지만, 그러한 바람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꿈을 꾸어본다. 우리지역의 모든 사회복지종사자의 바람과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천고의 뒤가 아닌 바로 오늘! 우리가 초인이 되어 대구의 복지를 바꿀 수 있음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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