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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통합 돌봄, 어디까지 왔나?
  • 승인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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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선미 한신대학교 교수
홍선미 한신대학교 교수

한국형 커뮤니티케어 왜 도입되었는가?

최근 도입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정책이 현장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여러 논의를 활성화시킨 까닭은 현재의 한계를 넘을 제도변화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돌봄 제도는 대상별, 제공 주체별로 다양한 형태를 띠면서 발전해왔다. 지방정부는 지역사회내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전달하고 있지만 부서 단위의 예산과 지침으로 묶여 유연하게 지역주민의 욕구에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의 틈새를 줄이고 통합적 지원을 위해 희망복지지원단이나 읍면동의 맞춤형복지가 도입되긴 하였으나, 실천모형의 하나인 사례관리의 틀에서 담당 사례관리사나 공무원의 개인적 역량과 지역 자원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또한 이와 같은 사례별 핀셋지원은 유동적이며 탄력적인 사각지대의 지원은 가능하나, 대규모의 인구구조나 가족 변화에 대응하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사회서비스 욕구에 보편적으로 대응하고 서비스 보장을 위한 제도 설계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커뮤니티케어 정책을 앞서 도입한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과 급증하는 돌봄·의료의 욕구, 이로 인한 정부의 재정 부담 등 예상되는 미래 상황에 실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요보호 취약계층 중심, 시설중심에서 벗어나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이와 같은 취지를 살리며 가고 있는가?

2018년에 발표된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지역사회포용확대’ 계획은 통합 돌봄을 위한 중장기적인 핵심인프라 확충과 보편적 제도기반 구축으로의 정책적 지향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는 주거·보건의료·요양·돌봄·독립생활 지원 등 그간 한정된 복지영역에서 담지 못했으나 온전한 지역사회의 삶에 필요한 내용을 포괄하며, 이전의 분절적 형태로 제공되던 기관 중심, 시설중심에서 지역 주도형 서비스 제공기반으로의 전환도 강조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중장기로드맵에는 2022년까지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핵심인프라를 확충하고 2025년까지 보편화를 위한 기반 구축을 완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아울러, 16개 선도지역에서 추진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은 노인을 비롯해 장애인 및 정신장애인을 위한 대상자 특성별 지역모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에 발표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 추진계획은 초고령사회의 노인돌봄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나,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점차 사업대상을 보편화하고 다분야의 사업을 포괄해나가는 방향 속에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지역사회 서비스 체계가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 및 읍면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탈빈곤·자활 지원가구, 차상위 빈곤가구, 빈곤예방 지원가능 가구 등 주로 경제적인 위기에 놓인 가구를 중심으로 그 욕구에 대응해왔다면, 새로운 틀에서 차세대 사회보장서비스 체계를 구성하고 보편적인 지역사회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현장의 지역사회 통합 돌봄 정책에 대한 이해와 추진상의 혼란은 없는가?

현재로서는 통합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기제로 읍면동 단위의 ‘케어안내창구’와, 시군구 단위 또는 다단계의 ‘지역케어회의’가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읍면동 맞춤형복지팀의 정보제공과 신청·접수창구, 통합사례회의를 통한 이용자 선정과 서비스 제공,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공급계획과 평가 등의 과정과 중복되는 기능으로 인해 현장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읍면동의 케어안내창구 신설과 통합 돌봄 사례관리 업무로 인해 기존의 읍면동 통합사례관리 수행상에 혼란과 부담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두 영역의 기능상 구분이 필요할 것이다.

통합사례관리는 기본적으로 차상위 가구나 수급자 탈락가구, 빈곤예방 가능가구 등 경제적 위기상황에 있는 사례가 중점사업대상이며, 통합 돌봄 사례관리의 경우에는 노화, 사고, 질환, 장애 등으로 케어가 필요한 상태이나 평소 살던 곳에서 지내기를 희망하는 사람을 그 대상으로 한다.

두 사업의 대상이 원칙적으로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경제적 욕구와 돌봄 욕구를 모두 가진 사례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한정된 공공서비스와 재원 속에서 서비스 제공의 우선순위를 고려하면 경제적인 상황이 그 기준이 될 확률이 높다.

통합 돌봄 사례관리 제공시, 통합사례관리와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구분하는 가에 대한 보다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며, 통합 돌봄의 주사례 담당자를 별도로 두어야 하는지와 누가 적합할 것인지 등에 대해 경험적 기반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읍면동 사례관리 인력들간의 역할과 기능상의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공공 복지행정 차원에서 추진되는 사례관리 이외에 아동, 정신건강, 자활, 노인 등 대상자와 복지욕구와 문제에 따라 다양한 영역의 사례관리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각 지자체별 특화사업으로 실시되고 있는 사업들을 합치면 사례관리를 수행하고 있는 주체와 조직이 지역사회 내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황이다. 한편 복지 관련 서비스 간의 중첩과 달리, 의료 및 건강 분야는 복지 분야와의 협업경험이 미흡하고 (요양)병원의 지역연계실, 재가의료급여, 의료급여사례관리, 보건소의 공공의료 기능들 간의 분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 어떻게 완성시켜 나갈 것인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내용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국정전략을 반영하면서,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사회서비스정책 모델로서 상징성을 갖는다. 그렇다면,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지향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서비스 총량의 확대이다. 다양한 서비스를 갖추고 끊김 없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서비스 공급량의 확대와 현재 미충족되는 욕구의 사각지대를 확인해 서비스를 개발·확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생애주기상의 보편적 기본욕구와 사회위험으로 발생하는 특수한 욕구를 고려하고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 다양한 대상을 포함하며 △돌봄 및 보호, 재활, 요양, 의료, 주거, 고용 등 다분야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주·야간, 주말·휴일 돌봄 등 현재 비어 있는 케어서비스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정착 및 자립을 위한 다양한 기능의 주간재활 및 자립지원서비스(사회기술훈련, 고용, 교육 등), 기타 주택개조 및 주택관리서비스, 이동지원, 보조기 등도 새롭게 확충해야 한다. 주거(중간집, 체험홈, 너싱홈, 공동생활가정, 지원주택, 독립주거 등)의 절대적인 신규 공급량 확충이 필요하며 지역중심의 생활기반형 케어를 확충하고 돌봄경제를 활성화할 다양한 사회적 경제영역의 일자리 개발도 요구된다.

둘째는 공급자 중심으로 파편화되고 대상자별로 분리된 서비스 공급 방식의 변화이다. 지금까지 노인,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 대상자별로 이용 가능한 인프라가 분리돼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 커뮤니티케어에 투입되는 자원 및 서비스가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한 구조변화와 통합적 기제가 제시되어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

대상 또는 분야별로 분산 투입되는 경우는 기능별 전문화나 적정량의 서비스 확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고용을 예로 들면, 노인일자리,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정신장애인보호작업장 등의 대상자별 고용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들 고용 인프라는 지역 내 고용복지센터나 지역자활센터의 전문적인 고용지원 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음에 따라 고용서비스의 전문성과 성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

주거의 경우에도 각 분야별 주거지원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주거공급에 있어서 분야 간 불균형적이며 대상별 주거지원 사업 대상기준의 차이로 주거욕구의 우선순위에 따른 주거 공급 및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재가돌봄서비스가 확충되는 경우에도, 노인, 장애인 등 대상별 활동보조 및 재가요양·돌봄서비스(식사, 간병, 말벗, 가사지원 등) 등을 각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에서 각기 담당하면서 발생하는 분절의 문제를 조정하며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이 작동해야 한다.

특히 지역사회와 시설을 넘나드는 단기입원이나 입소, 외래로의 상시적 의뢰를 위해서는 분야 간, 인프라간 끊김이 없도록 지원하는 케어관리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또한 건강 및 보건 영역의 연계 강화를 위해서는, 커뮤니티에서 제안하는 건강생활지원센터의 방문건강관리 서비스, 동네의원의 재택의료 서비스, 가정형 호스피스, 장애인 건강주치의, 정신장애인 마음건강주치의 등이 기존의 지역사회 서비스제공체계 내에서 상호협력 또는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준의 연계구조와 기능이 마련돼야 한다.

개별 사례 차원에서도, 24시간 시설 보호를 대체하면서 지역사회의 보호 및 돌봄 서비스로 틈새 없이 전환하기 위해서는 접수나 정보안내수준의 창구기능이나 위기 시에 선별적으로 대응하는 현 공공사례관리보다 촘촘하고 개별화된 사례조정자의 역할이 충실히 제시될 필요가 있다.

셋째는 서비스이용자에 대한 권리적 차원의 접근과 지역공동체의 변화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규모의 요양 및 생활시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운영되는 소규모시설 형태의 주거는 지역사회 정착 및 자립지원이라는 커뮤니티케어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거주자 중심의 주택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를 내부에 장착하고 관리하는 시설방식의 하드웨어를 지양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자율적이며 선택적으로 외부에서 지원받는 소프트웨어 방식의 주택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며 방문의료 및 지역사회재가 서비스를 확대해 자립이 어려운 재택거주자들의 재입원이나 입소를 예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는 돌봄대상 취약계층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줄이며 지역주민으로서 동 주민센터, 도서관, 평생학습관, 여성회관, 고용센터 등 지역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서비스의 경계를 확장하고 사회적 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지역 변화를 꾀하도록 한다.

다시 한 번 커뮤니티케어를 향한 정책 의지와 선도력이 필요한 때

커뮤니티케어를 구현하는 과정에는 그간에 해결하지 못한 지역복지 및 사회서비스의 많은 이슈와 쟁점들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틀에 머무른 상태에서 예산을 추가하고 지역자원이나 서비스를 늘리는 수준에서는 결코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임을 상기해야 한다. 커뮤니티케어의 취지에 모두가 공감한다 해도, 미래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전환과 혁신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가?

현재 지역사회 통합 돌봄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16개 선도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필요성에 맞닿아 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지자체의 선택사업 수준에서 인식하기보다는, 현재의 복지시스템을 효율화하고 사회변화에 맞춰 주민의 욕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당면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자체별로는 지역역량을 기르고 합리적 서비스전달망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중앙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커뮤니티케어 추진과정에서 진행된 부처 간 MOU를 넘어, 지역사회 통합 돌봄 관련 예산 및 인력확충에 관한 중앙정부의 범부처간 통합적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타 부처 사업들이 갖는 각각의 추진방향 및 성과 등을 커뮤니티케어에 맞게 조정해나가는 컨트롤타워의 정책 의지와 선도력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인프라를 비롯한 지역격차 해소, 서비스 칸막이를 줄이고 다양한 사회서비스 정책 간 정합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협의 및 조정,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위한 재정지원 방식에 대한 설계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 변화에 적극 대응할 때이다.